유리처럼 단단한 감정의 설계
가벼움의 미학 Ⅴ- 빛보다 가벼운 마음의 구조
ㅡ 유리처럼 단단한 감정의 설계
오히려 진지할 때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 있다.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나를 몰아붙이고,
그 압박이 실수를, 그리고 오판을 만든다.
오늘 나는 무엇을 놓쳤을까.
오너의 말을 잘못 해석한 걸까.
내일이 아닌데 너무 앞서간 것일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한 걸까.
혹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그 의도가 잘못된 방향으로 비약된 걸까.
이상한 하루였다.
분명 요청받았고, 필요했던 일이었다.
더 나은 방향이 필요했고,
디벨롭이 멈춰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그 누군가는
내가 아니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담당자는 긴급 인력으로 다른 업무에 투입됐고,
멈춘 흐름을 이어붙이는 일은 결국 나에게 왔다.
물론 최종 판단은 오너가 한다.
그러나 결과는 리젝, 그리고 “틀렸다”였다.
오너는 색색이 맞게 다시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 일은 내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 무언가 잘못됐다.
내 것인 듯, 내 것이 아닌,
내 것 같기도 한 그 이상한 책임.
잘못된 것은 결과가 아니라
해석의 경로였다.
나는 다시 틈새를 찾아 전화를 돌렸다.
중소기업 지원사업부, 담당자, 상담원…
가능한 사업을 묻고, 요건을 묻고, 조건을 확인했다.
그러나 알고 있어야 질문도 가능한 법.
답답해하는 상담원의 숨소리 반,
질문 반, 대답 반.
나는 그 애매한 말들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썼다.
그러나 끝내 이해되는 것도,
정확히 알게 되는 것도 없었다.
그저 정보만 수집했다.
그럼에도 어찌어찌
신청서를 제출할 만한 두 건의 공고를 골라냈다.
혹시 이걸 알고 오더를 내린 걸까?
그렇다면 “신청서 등록 좀 해줘”
한 마디만 해줬으면 어땠을까.
흔적도 없는 방향 감각 속에서
헤매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그 말도, 저 말도,
어느 쪽도 이제 와선 의미가 없다.
그리고 월급은 준다.
안 준다는 것도 아니다.
결국 나는 이렇게 말하게 된다.
전전긍긍하지 말자. 그냥 해내자.
빛보다 가볍게, 유리처럼 단단하게.
오늘 실무자 한 명이
오너에게 “그만 나오라”는 말을 들었다.
예견된 일이었다.
협업이 어려웠고,
상황과 타이밍이 늘 어긋났다.
일을 해야 할 때 일하지 않고,
일이 없을 때 일을 하려 했다.
팔로업은 삐그덕거렸고,
전반적인 흐름을 맡길 수 없었다.
그분은 그렇게 안녕을 말했다.
양쪽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그러나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월급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월급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분명한
이 생존의 현장에서
미안함이 먼저일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불안했다.
살얼음 같은 하루를 버텼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 버틴 나에게
감사하기로 했다.
가벼움은 흔들림이 아니라,
흔들려도 깨지지 않는 마음의 구조다.
나는 오늘도 유리처럼 투명하게,
그러나 유리처럼 단단하게 버틴다.
#미안함이들일이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