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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속도

계산기가 되어야 하는 아이

by seoul

아이의 속도

아이의 속도는
느리다기보다
다른 쪽이다.

손가락으로 세고,
머릿속에서 한 번 더 돌아보고,
확인하고,
그 다음에 답을 낸다.

그런데
그 과정을
허락하지 않는 순간이 있다.

“다른 아이들은 바로 나오는데
왜 아직도 손가락을 써요?”

“동그라미 그려서라도
빨리 계산해요.”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췄다.

답을 맞히는 게 목적이라면
방법은 여러 개여도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방법까지 하나로 맞추려 한다.

속도도,
태도도,
생각하는 방식까지.

어른과 사회는
아이 위에 서서
기준을 만든다.

같은 시간,
같은 방식,
같은 결과.

그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부족한 아이가 된다.

관리되지 않은 아이가 된다.

그게 정말
교육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연산이
계산기처럼 튀어나와야 한다고 한다.
그 과정이 보이지 않아야
‘잘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정이 보이는 아이도 있다.

손가락을 쓰고,
표시를 하고,
천천히 도달하는 아이.

그 아이의 길은
틀린 걸까.

혼자 속으로 계산하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풀 수 있는 문제도
틀려버린다.

방법을 막아버리면
답까지 막힌다.

그걸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이건 교육일까,
아니면
조용한 통제일까.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는 시스템.

결과만 남기고
과정을 지우는 방식.

나는 그 안에서
조금 흔들린다.

학교는 가야 하는 곳이라고
말해왔지만,
가야 할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문제를 맞히는 사람으로
자라야 하는 건지,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라야 하는 건지.

둘 다라면
방법은
하나만 있어야 할까.

나는
아이를
그 틀 안에 맞추기보다
아이의 속도를
지켜주고 싶다.

조금 돌아가도,
조금 느려도,
자기 방식으로
도착하는 사람.

그게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금 불편한 질문을 안고
아이의 손을 잡는다.

이 속도로도
괜찮다고
말해주기 위해서.


#통제 #권력 #누구를위한계산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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