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키우며 일하는 여자들의 잔혹사

브런치와 함께 이룬 작가의 꿈

by seoul

에필로그 ― 글을 쓰며 내가 된 나


나는 세 달 동안 ‘애 키우며 일하는 여자들의 잔혹사’라는 이름으로 총 11편의 에피소드를 써 내려갔다. 그 여정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들을 토해내듯 시작했지만, 원고를 고치고 다시 쓰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글은 점점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드러내는 거울이 되었다. 나는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처음으로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작가가 되었다. 거창한 선언도, 외부의 인정도 필요 없었다. 오랫동안 수줍게 감춰두었던 나의 소망이 문장 속에서 비로소 형체를 얻었을 때, 나는 이미 작가였다. 부끄러워 감히 입 밖에도 내지 못했던 그 꿈은, 브런치라는 공간을 만나 언어로 태어났고,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나의 일부가 되었다.


글을 고쳐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우고 다시 쓰고, 또 다시 고치는 과정은 때로는 가혹할 만큼 나를 시험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나는 책임감을 배웠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건네는 메시지이며,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고백이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왜곡되지 않고 온전히 닿기를 바라며 수없이 문장을 다듬는 동안, 나는 언어에 진실을 담는 법을 배웠다. 글은 그렇게 나를 성장시켰다.


돌이켜보면, 브런치 작가 활동은 내 안에 숨어 있던 언어를 끌어내는 일이었다. 일상에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 회사에서 눌러 담아야 했던 감정들, 아이를 키우며 느낀 무력감과 동시에 피어오르는 강한 생존 의지까지. 글은 나를 억누르던 것들을 자유롭게 풀어주었고, 동시에 그것들을 의미로 묶어주는 힘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희나리’로만 남아 있지 않다. 불꽃을 내지 못한다고 낙인찍히던 순간에도, 내 안에는 타지 않은 심지가 있다는 사실을 글이 증명해 주었다. 브런치를 통해 세상에 내어놓은 문장들은 내가 살아냈다는 증거이자, 앞으로도 살아낼 수 있다는 약속이 되었다.


이제 나는 안다. 글쓰기는 소망을 실현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책임을 지는 일이라는 것을. 나의 언어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일이라는 것을. 작가라는 이름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며 끝내 놓지 않았던 나의 언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세 달간의 기록을 마치며, 나는 이제 또 다른 시작 앞에 서 있다. 이 글들이 끝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지 스스로에게 묻는 출발점이다. 부끄러운 소망으로만 남겨 두었던 꿈이 이제는 책임을 동반한 현실이 된 지금, 나는 한 사람의 작가로서 더 멀리 걸어가고자 한다.


글을 쓰며 나는 내 안의 언어를 알았고, 그 언어를 통해 다시 나를 알았다. 그것이 내가 브런치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다. 그리고 나는 이 선물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또 다른 이야기의 불씨로 키워나가려 한다.


그동안 관심 가져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서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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