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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시카 Jan 30. 2022

로마 구경하기가 이리 힘들었나?

우당탕탕 이탈리아 세 달 살기의 첫째 날이 시작되다..!

산 넘고 물 건너 마주하게 된 이탈리아의 밤공기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가을이란 말이 어색하게 여름처럼 덥고 습했던 밤이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공항 문을 빠져나와 미리 예약해둔 택시를 타면서 로마의 밤거리를 게눈 감추듯 빠르게 구경했다. 거리에 이탈리아로 쓰여있는 표지판과 이탈리어로 말하며 대화하는 사람들을 호기심에 가득 차 바라보는데, 그게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들떠 마치 오래된 영화를 보듯 재밌게 구경을 했다. 내가 그렇게 꿈꿔왔던 유럽의 한 나라에 잠시 머물러 간다는 게, 그리고 그 나라가 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던 그 이탈리아라는 게, 실감이 나면서도 꿈을 꾸고 있는 오묘한 기분이었다.  


먼 거리였으나 지루하지 않게 계속 소소한 얘기를 하며 즐겁게 운전해주신 택시 아저씨와, 늦은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한걸음에 마중 나와 주신 에어비엔비 주인아주머니 덕분에 여행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무엇보다도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여행 첫날부터 나폴리에서 로마로 3시간 넘게 버스 타고 와서 6시간 내내 공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준 내 친구 덕에 무사히 다녀왔다 해도 무리가 없을 테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원래는 이탈리아에 온 기념으로 로마에서 2박 3일 관광하고 나폴리에 내려 가려했으나, 현실은 역시 녹록지 않았다. 작년 가을쯤에는 아직 외국인을 위한 그린 패스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찾기가 힘든 데다가, 설상가상 그전에 너무 긴장하면서 비행한 탓에 삼일 내리 숙소에서 쉬는 수밖에 없었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와 "로마의 휴일"을 주야장천 보고 왔던 나는 말도 안 되는 영화 같은 일상을 잠깐 꿈꿨다. 나의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이랬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면 근처 카페로 가서 샌드위치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시킨다. 세상 느릿하게 아침을 즐기며 앉아있다가 집 근처 동네를 하염없이 걸어 다니며 사람들을 구경한다. 평일의 로마 거리는 세상 느긋하고 행복한 직장인들과 가게를 지키는 상인들, 그리고 조잘조잘 떠드며 지나가는 학생들이 지나다닌다. 그렇게 열심히 걸어 다니다가 근처에 맛있는 피자 냄새에 이끌려 눈 깜짝할 사이에 피자를 해치우고 나면 벌써 밤이 되어 친구와 재잘재잘 거리며 숙소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나의 진짜 이탈리아의 첫날은 이렇다. 오자마자 너무 피곤한 나머지 침대에 눕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다. 다음날 점심이 가까워서야 힘들게 일어났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이탈리안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철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그렇게 부리나케 근처 카페로 가서 크로와상과 에스프레소를 시켰는데, 그린 패스가 없기 때문에 매장 안에서 먹지 못하고 페티오에 자리를 잡았다. 


카페 밖이었으나 주택가여서 꽤 한가했으며 날이 좋아서 햇볕이 잘 들었다.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반팔을 입었어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이 시원한 날이었다. 한 가지 딱 아쉬운 점은 날이 워낙에 좋아 근처에 담배 피우는 사람도 너무 많아서 크로와상을 먹을 때 내가 빵을 먹는지 담배를 먹는지 살짝 헷갈릴 정도였다. 


평소 커피를 잘 못 마셔서 에스프레소를 두고도 아주 천천히 마셨는데, 지나가던 웨이터가 원 샷에 끝나는 걸 하루 종일 먹는다고 놀렸다. 알고 보니 원래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는 입을 헹구기 위해 물 몇 모금을 먼저 마시고 에스프레소를 많아야 두 번에 걸쳐 빠르게 마신다고 한다. 그걸 하루 종일 먹고 있으니 옆에서 보기에는 좀 웃겼나 보다. 


내가 먹었던 크림 크로와상과 에스프레소, 진짜 맛있었다!

그렇게 버터크림이 들어간 크로와상과 설탕 한 스푼 섞은 에스프레소를 후딱 마시고 난 뒤, 약국을 찾아 헤맸다. 다음날 나폴리에 가는 버스를 타려면 그린 패스가 필수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내 백신 패스가 될지 안 될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 코로나 검사받고 임시 패스를 가지고 다니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잠깐 들렸던 미니소, 정말 귀여운 게 너무 많다!

보이는 약국은 다 들어가 물어봤지만 웬만한 곳은 잘 안 해서 찾기 꽤 힘들었다. 어렵사리 찾아 간 약국에서 30 분을 넘게 줄 서서 검사받고 나오니 벌써 해가 질 무렵이었지만, 앞으로 지낼 홈스테이 가족을 위해 조그마한 선물을 사려고 또다시 나는 다른 가게를 찾아 길거리를 헤맸다. 약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다행히 미니소를 찾아 귀여운 인형들을 몇 개 산 뒤, 안도감에 급 배고파진 터라 근처에서 먹을 만한 곳을 찾아봤다. 


사람들이 줄 서 있기에 따라 들어가 본 가게에서는 저번 포스트에서도 첨부했던 연어와 새우 피자를 파는 피자 가게였는데, 이탈리아의 모든 피자집이 맛있었지만, 단연 최고는 그 가게라고 할 만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고 와서 또다시 짐을 싸고 곁 잠을 자고 일어 나니 벌써 나폴리에 가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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