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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시카 Dec 31. 2021

펜팔 친구 만나러 무작정 이탈리아로 여행 왔다

이 시국에 캐나다에서 이탈리아로 여행하게 된 이유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캐나다에서 20대를 보내고 나니, 앞으로 30대에는 유럽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사실 지금 자리 잡아도 늦었는데, 이 나이에 또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주위에서 정신 차리라고 수 없이 들었던 것 같지만... 하지 말라면 더 하는 청개구리 성격이라 이번에도 고집 좀 부려봤다.  


작년 초쯤에 나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코피 터지도록 열심히 아르바이트하고, 세계 여행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승무원 학원 수료를 겨우겨우 완료했더니 코로나가 터져 버렸다. 전 세계 항공사가 승무원을 고용하기는커녕 오히려 우후죽순 해고해버린 상황을 몸소 겪은 내 멘탈도 같이 터져 버렸다. 


심지어 작년에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뿐만 아니라 아시안계 이민자들에게 향한 혐오 범죄도 눈에 띄게 심해져서 생계에 관련된 일이 아니면 집 밖을 나간 적이 없었다. 


덕분에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나름 정신적으로는 꽤 힘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생각이 들 때쯤에, 다행스럽게도 캐나다에서는 백신 1차 2차 접종을 바로 받을 수 있었고, 그나마 작년보다는 점차 상황이 잘 통제되어간다는 소식을 접할 무렵 '이제 다시 일상생활로 슬슬 돌아갈 수 있겠구나...'라는 용기를 얻었었다. 


마침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연락해오던 이탈리아 친구가 홈스테이를 제안해 왔고, 지금이 아니면 내 생에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 흔쾌히 수락은 했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사실 처음 몇 달은 여행 계획조차 엄두를 못 냈었다. 


그런 데다가 조금이라도 돈 아껴보겠다고 무턱대고 가장 싼 영국 체류 비행기 표를 사버린 바람에, 안 그래도 복잡한 코로나 절차를 졸지에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세 국가나 한꺼번에 확인하느라 더 정신이 없었다. 


비행 바로 전날 영국 코로나 관련 정책이 바뀌면서 미리 준비해뒀던 음성 결과 검사 서류가 휴지조각이 돼버리는 바람에 진짜 시작도 못하고 비행 당일날 포기할 뻔한 아찔한 기억이 난다. 어찌어찌해서 비행기에 오르긴 했지만 매시간마다 바뀌는 정책 때문에 로마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긴장 바짝 하면서 갔었다. 심지어 다시 집에 올 때도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와 이탈리아의 휴일이 겹치면서 겨우 2-3시간 잠자고 빙글 뱅글 돌며 힘들게 탑승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 보면 가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든다. 겨우 세 달 정도밖에 지내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여행만으로도 나도 몰랐던 나 스스로의 장점을 알게 되었고, 결국에는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며, 꿈에 그리던 유럽의 역사와 미술을 접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왔다. 정말 어디 가든 맛있었던 피자와 스파게티의 맛은 아직도 종종 생각난다. 


로마에 도착한 둘째 날 먹었던 연어 피자와 새우 피자


이번에 혼자 여행 준비할 때 전 세계가 비상사태인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한 정보 찾기란 하늘에 별 따는 만큼 굉장히 어려웠었다. 혹시나 나와 같은 도전을 하고 싶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라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 써 보려 한다. 


솔직히 나보다 훨씬 더 다양한 나라에서 더 오래 산 분들도 많아서 내가 뭐라고 공개적으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을까 싶어 글을 썼다 지웠다 여러 번 했지만... 막상 돌이켜보니 나름 소중한 추억들인데 나만 알고 있기는 너무 아까워서, 이 여행을 시작으로 내가 직접 겪어보고 체험한 이야기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자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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