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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시카 Jul 23. 2023

이탈리아 가기 전에 뭐 준비할까? (2023)

이쯤에서 다시 써보는 이탈리아에 오기 전에 준비물

벌써 나폴리에 온 지도 3개월이 지나간다. 같은 (시골) 도시에 살고 있으나 2년 전과는 천지차이로 다르다. 내가 작년 초쯤에 썼던 "이탈리아 가기 전에 뭐 준비할까?" 글을 나 스스로 반박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코로나 시기 때에 왔었다가 이번에는 코로나 이후 초-성수기인 여름에 왔더니 그 차이가 더욱더 크고 명확하게 보인다. 


옛날과는 다르게 요즘에는 이탈리아 남부도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남부 관광 명소들 돌아다녔을 때 한국 사람들로 보이는 관광객들을 많이 봐서 신기했다..!) 


여름을 맞이해서 이탈리아 남부에 휴가 또는 길어야 1년 정도 장기 체류 하러 오는 사람들을 중점으로 이탈리아에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두면 좋을 것 같은 리스트를 뽑아 봤다. 


1. 비자 서류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제일 중요한 사항이다. 비자받고 온 사람이라면 꼭 비자 신청했을 때 제출했던 서류들 복사본 빠짐없이 꼭 가져오자. 


캐나다는 툭하면 고소당하고 고소하기 때문에, 공적인 일을 해야 할 때면 웬만한 사항들은 이미 서류에 (글씨가 너무 작아서 안보일지언정) 아주 자세하고 빼곡하게 적혀있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갑자기 부리나케 몰랐던 서류를 준비해할 일이 (이탈리아보다는) 드물다. 대신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처럼 개개인의 사정 봐주는 일은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거의 없다. 


이탈리아는 다르다. 공식적인 서류임에도 불구하고 허점이 꽤 많다. 적혀있지 않는 사항까지도 미리 고려해서 어떻게든 준비해야 한다. 제출할 때도 어떤 날에 누가 담당하냐에 따라 당신의 서류가 허가될 수 도 있고 안될 수 도 있다.


2. 여권 복사 본 및 증명사진

요즘 틱톡에서 바이럴 됐었던 짤을 기억하는가? 


ATTENZIONE! PICKPOCKETS! (조심해! 소매치기야!) 


집시들이 보트에서 줄 서는 곳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소매치기하다가 어떤 이탈리안 여성에게 걸려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한 사건이다. 그 이후로 저 발언은 일종의 밈이 되어 소매치기하는 상황이 비디오에 찍히면 항상 나온다.


관광객이 많아지니 소매치기도 많아져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신분증명서는 여분으로 복사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요즘 시대에는 여권을 핸드폰으로 찍어 편하게 관리할 수 도 있으나, 핸드폰도 훔쳐갈 확률이 많으니 혹시 몰라서 종이로도 미리 복사했다. (장기 체류 시에는 여권 복사본 제출할 때가 많으니 웬만하면 프린트해서 준비하자.)


캐나다도 이탈리아도 (한인 사진관이 아니고서야) 증명사진에 포토샵까지 잘해주는 곳 없다. 도둑놈처럼 찍힌 사진을 평생 가지고 다니고 싶지 않다면, 미리 한국에서 증명사진을 미리 찍어서 넉넉하게 준비해 가자.


남자친구 왈. 로마나 밀라노에서 소매치기가 훨씬 빈번하다. 나폴리는 좀 덜한 편.


3. 기본적인 이탈리아어 배우기

잠깐 놀러 간다 하더라도 그 나라의 기본적인 인사정도는 할 줄 알아야 된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리 복잡하지도 않다. 

Ciao! (챠오) 안녕/잘 가.

   이미 아는 사이거나 친한 사이에 격이 없이 하는 인사다. 더 깊게 들어가면 시간 단위로 인사해야 해야 되기 때문에, 관광객이라면 이 정도만 해줘도 충분히 좋을 것 같다.

Grazie (그라찌에) 고마워.


어차피 이탈리안 사람들은 당신이 이탈리아어를 잘할 거라고 기대를 1도 하지 않는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항공사 경유로 탔었을 때도 느낀 건데, 유럽인들은 대체로 모든 아시안인들은 자기네 나라말은 물론 영어도 "못"하는 종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대체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계속 이탈리아어로 씨불이는 이유는 높은 확률로 본인도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유럽에서 이탈리아는 영어를 못하기로 유명하다.) 


그래도 (이제는 뮌헨으로 멀리 가버린 한국 수비수) 김민재 선수 덕에 이탈리아에서 한국의 유명세는 2년 전의 오징어 게임과 BTS 팬들밖에 모르는 매니악 적인 유행을 넘어선, 보편적으로 일반 이탈리안 (남성들) 사이에서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4. 물갈이할 각오 하고 오세요

이번에 오고 절실히 깨달았다. 저번에 왔을 때 물갈이를 안 한 이유는 백 프로 남자친구 가족 덕이였다. 항상 싱싱하고 좋은 재료에 영양이 풍부한 요리를 삼시 세끼 먹고, 종종 외식도 하면서 3개월 만에 10킬로가 쪄서 행복한 돼지가 되어 갔었는데. 


당연히 이 번에는 저번처럼 또 신세 질 수가 없어서 난생처음 독립을 이탈리아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오자 마자 일주일 내내 설사했었다. 나는 나름 잘 챙겨 먹었다고 했는데 그 지경이었던 것을 보아 아마도 물갈이를 한 것 같다.


사실 요즘 같은 여름 철에는 물갈이보다 식중독이 더 위험하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요즘 이탈리아 여름 온도는 보통 30대 중반에서 40도 가까이 올라갈 때도 종종 있다. 싱싱하고 좋은 재료를 쓰는 일에는 자부심이 강하나, 그런 좋은 음식들을 대부분 상온 보관하는 문화가 있다. 그러니 음식 안에 세균 번식 위험성이 높아지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더운 날 밖에 돌아다니다가 탈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한 예방 및 치료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관련 비상약도 챙겨 오면 좋을 것 같다. 햇볕이 매우 따갑기 때문에 선글라스는 (캐나다도 마찬가지이지만) 패션 아이템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5. 환전은 얼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탈리아에서 쓸 돈 중 6-70프로 정도는 자잘한 현금으로 챙기면 좋을 것 같다. 


한국만큼은 아니어도, 이탈리아도 카드 결제랑 온라인 결제도 나름 잘 되어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금 결제를 훨씬 더 많이 선호한다. 


호텔이나 투어 예약 등 크게 지불해야 할 일 있을 때는 당연히 카드 결제가 된다. 기차표 예약도 (환불은 불가능하더라도) 온라인으로 결제 가능하다. 큰 몰에서 쇼핑할 때도 대부분의 가게에서 카드로 결제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어느 가게에서도 현금 결제를 더 많이 이뤄진다. 특히 작은 가게나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먹을거나 마실 것 등을 살 때, 카드로 지불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거부할 수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카드 기계 자체가 내 카드를 인식 못 할 경우도 있었다. 큰 레스토랑이어도 여러 명과 같이 갔을 때는 보통 한 명이 모아서 지불하기 때문에 혼자 카드로 더치 페이 못할 때도 있다.


설사 현금으로 페이 하더라도 100유로나 50유로처럼 큰 단위로 지불해 버리면, 가게에서 잔돈을 많이 거슬러줘야 해야 되어서 5유로나 10유로 같은 좀 더 작은 단위로 내라고 다시 물어본다.


나폴리에서 차 훔쳐가는 일 되게 많다. 그래서 보통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유료 주차장에 많이 주차하는데, 한 번에 2 유료 정도 한다. 사유 고속도로는 1유로 정도. 동전도 많이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은 보통 결제하는 곳에 어떤 카드가 되는지 스티커로 붙여져 있다. 입장할 때 미리 직원에게 카드 가능한지 물어보면 더 좋다. 


참고로 카드 결제할 때 가끔 유로로 낼래? 아님 한화로 낼래? 물어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꼭 유로로 내자. 


6. 그 외에도...

한국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 대부분은 이탈리아 차이니즈 스토어에서 살 수 있다. 혹여나 석회수 걸러주는 샤워기 못 가져왔다고 해도 한국보다는 비싸겠지만 차이니즈 스토어에서 무리 없이 구매 가능하다. 이탈리아도 다이소가 있지만 한국처럼 필요한 물품을 싸게 사러 가는 느낌보다는 아기자기한 일본 문구를 구경하러 가는 느낌이 더 강하다.


여전히 린스는 못 찾았지만 대신에 트리트먼트는 파는 것은 많이 봤다. 효과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대신에 Moroccanoil을 이번에 구매해서 가져왔는데, 굉장히 작은 용량이어서 여행 시 들고 다니기에도 편하고, 한 번에 한 방울 정도만 쓰는 데도 효과가 굉장히 좋아서 정말 오랫동안 요긴하게 쓰고 있다. 


소매치기 때문에 평상시에 들고 다닐 가방은 백팩보다는 옆으로 메는 가방을 가져오자. 그리고 사람 많은 곳은 항상 앞으로 메고 가방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 주머니에는 절대 귀중품 넣고 다니지 않는다.


나폴리 사람들은 슬리퍼는 집에서만 신는다. 여름에 샌들을 신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사계절 내내 보통 운동화를 많이 신는다. 돌길이 많기 때문에 비즈니스 아니고서야 웬만하면 하이힐이나 구두는 비추천한다. 


혹시 이탈리아 와서 성당 투어나 관공서 같은 공공장소를 방문해야 할 일이 많을 때는, 여름이어도 민소매와 핫팬츠만 가지고 오지 말고, 기본 티셔츠에 5부 바지나 8부 바지도 (긴 바지이면 더 좋다) 같이 챙겨 온다. 


버스도 코로나 이후로 전보다는 많이 다닌다. 기차도 그렇고 항상 지연이 될 수 있음을 미리 인지하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에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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