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꼭 참고

여섯 살의 시선

by 마케터유정

언니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민서.


코로나 첫해, 친구가 딱히 없었다. 유치원에 가질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 이듬해 3월부터 정상적인 등원이 시작되었다.


며칠 전, 하원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더니 같은 반 친구들인 듯 쌍둥이 여자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이름을 물어보니 다연, 다윤이 라고 했다. 친구들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간다고 했지만 우리는 집에서 은서가 기다리고 있어서 집으로 왔다. 민서도 괜찮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민서에게 말했다.

"민서야 친구들하고 내일 같이 놀자. 내일 유치원에 가서 얘기하렴."


다음날 유치원 하원 시간이 되어 민서를 데리러 갔다.

민서는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엄마 오늘 다연이 다윤이랑 끝나고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어.”

나는 대답했다.

“어 그래, 잘했다.”


민서는 신이 나서 학교 놀이터에서 먼저 놀고 있는 언니에게 달려가 말했다.

“언니 나 오늘 친구들이랑 놀아야 해서 언니랑 못 놀 것 같아.” (물론 언니와 놀기로 약속이 된 것은 아니다) 그리곤 저만치 앞서간 두 친구들에게 뛰어갔다.


이번에는 다연이와 다윤이가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민서랑 놀이터에서 놀래.”

그러자 일정이 있었던지 쌍둥이 아빠가 말했다.

“오늘은 집에 가고 내일 놀자.”

쌍둥이 중 한 명은 이내 수긍했고 한 명은 놀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민서가 말했다.

“그럼 그냥 내일 놀자.”

“언니 오늘 언니랑 놀래.”


이렇게 된 김에 나중에는 꼭 놀 수 있게 연락처라도 받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쌍둥이 아빠에게 말을 걸었고 어렵지 않게 쌍둥이 엄마의 번호를 받았다. 그리곤 횡단보도 앞에서 이제 헤어지려고 하는데 막상 민서가 서성였다. 허리를 숙여 민서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민서야 우리는 이제 언니랑 아이스크림 사러 마트 가자. 다연이랑 다윤이는 내일 또 유치원에서 놀자, 응?.”

민서는 유치원에서 받은 찍찍이가 있다면서 말을 돌렸다.


그때였다.

“우리 놀이터 들렀다 갈까?”

한줄기 서광이 비치듯 민서는 귀를 쫑긋했다. 쌍둥이 아빠가 쌍둥이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쌍둥이네와 우리는 바로 앞 놀이터로 자리를 옮겼고 나는 곧바로 이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 뒤 놀이터로 나오실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그리곤 이모님이 오시자,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뭐 먹을지를 물어보고 은서와 함께 요 앞 마트에 다녀왔다.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리고 이모님에게 아이들을 인수인계하고 쌍둥이 아빠에게 인사를 한 뒤, 놀이터에서 나왔다.


놀이터에서 멀어지는 걸음을 내딛으며 방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서운한 속내를 의연한 표정으로 덮어 내는 6살 민서. 아이들이 어른의 무심함 때문에 받는 좌절감을 생각해본다. 눈높이를 맞추고 속도를 늦춰야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 라디오처럼 공들여 주파수를 돌리지 않으면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크는 것'이긴 한데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아직 많다.


나의 육아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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