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나봐, 이걸 잊고 있었어...

아차! 임차권등기명령이 기각되다니

by 마케터유정

어느 날이었다.

오래간만에 전자소송 웹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잠시 잊은 채로 몇 달이 지나가서 그랬는지 한동안 아무 일없이 지나는 게 궁금해서 그랬는지, 소송을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아파 꼭 필요할 때만 접속했는데 그날은 웬일인지 그냥 로그인하고 싶었다.


대법원 전자소송에 접속하니 몇 통의 송달문서가 도착해 있었다.


기분이 싸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살던 동안 뭔가 일이 진행된 듯싶었다.


마침 오늘 날짜로 도착한 문서가 있었다. 뭐지? 그쪽에서 먼저 소송을 시작한 건가?

버튼을 클릭했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취소한다는 결정문이었다. 우리가 걸어놓고 나온 자물쇠가 풀린 거다.


가슴이 철렁했다.

심장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돈은?


몇 달 동안 송달문서가 줄줄이 도착했는데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사이트에 매번 접속하지 않아도 이메일을 연결해두면 문서 알림을 받을 수 있었는데 우리는 메일 주소도 등록하지 않았던 것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쌓인 문서를 하나하나 열어보기 시작했다. 집주인은 그간 바쁘게 움직인 듯했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없애기 위해 우리를 열심히 찾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법원의 명령을 받아 남편의 주민등록 초본까지 열람했던 기록도 남아 있었다.


불과 일주일 전이 심문기일이었다. 집주인이 신청한 임차권등기명령 이의에 대한 심문이 법원에서 열렸지만 이런 사실을 알턱이 없었던 우리는 출석할 수 없었다. 집주인 측이 소명자료로 냈던 서류가 업로드되어 있었다. 이것을 근거로 기각 명령이 떨어진 것이었다.


송달된 자료와 집주인의 소명자료를 훑어보며 그간의 스토리를 그려보았다. 우리를 내보내고 집주인은 우리에게 돌려주지 않은 보증금으로 누수 공사를 마무리 짓고 집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임차인을 맞이하려는 생각으로 어느 날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다 집에 임차권등기명령이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뜨악했겠지.


이것을 없애려 바쁘게 우리를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이 설정되어 있는 집에 이사오고자 하는 임차인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을 때는 이사 나가기 전이었고 대부분의 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였다. 집주인은 이 돈의 대부분은 돌려주었고 남은 돈 얼마는 누수 피해를 위한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는 취지로 소명했고 이것이 법원에서 인용되었다.




열심히 바쁘게 살았는데 돌아보니 무엇 때문에 바쁘게 살았는지 싶었다. 허탈했다. 어디에서 무얼 하느라 정작 우리 돈이 걸린 일을 놓치고 살았던가 후회가 되었다.


우리 돈 날리는 거야? 이래서 절차를 아는 사람에게 맡겨야 했는데... 우린 너무 모르고 또 몰랐다.


몇 달 전 연락했던 사무장에게 다급한 마음으로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그는 임차권등기명령이 기각되었다며 울상 짓는 나를 달래며 이제 소송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우리에게 절차를 설명해주며 먼저 지급명령 신청을 하라고 알려주었다. 상대방에게 받을 돈이 있을 때, ‘남은 전세금을 집주인이 돌려주지 않고 있으니 지급하도록 해주세요.’ 하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것이다. 법원에서는 관련 서류를 검토하여 타당하면 지급명령을 내린다. 서둘러 인터넷을 검색해 예시를 찾았다. 전자소송 안내 가이드도 참조하며 부랴부랴 지급명령 신청서를 제출했다.


몇 주 후 보정명령이 나왔다. 뭐가 또 틀렸나 보다. 청구원인을 논리에 맞게 변경하라는 내용이었다.


청구취지: 법원에 어떠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청구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밝힘
청구원인: 청구취지를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밝히는 것


법원에서 보낸 보정 명령서에는 청구원인을 변경할 때는 변경사항만 작성하지 말고 전체 내용을 다시 써서 내라는 친절한 안내도 함께 있었다. 혹 사소한 실수로 보정 명령이 또 나올 수 있음을 고려해 최대한 풀어서 써준 것 같았다.


변경신청서를 내고 며칠 지나지 않아 지급명령 결정문이 나왔다. 우리가 청구취지에 쓴 대로 남은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집주인이 결정문을 받고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면 민사소송으로 넘어가게 된다. 물론 이의를 신청하지 않으면 결정문은 확정된다. 이를 토대로 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인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결정문을 받아 들고 침을 꼴깍 삼켰다.


몇 주 뒤, 역시나 집주인은 이의를 신청하였다. 정신 바짝 차리자. 이제부터 진짜야.

하수도 역류와 누수 사건이 발생한 지 만 1년을 넘기고서야, 그토록 피하고 싶던 소송이 시작되었다.


여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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