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 해보셨어요?

생애 처음 법원에 간 날

by 마케터유정

가을바람이 불던 날,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길을 나섰다.


법원은 어떤 곳일까. 특별한 사람만 가는 곳인 줄 알았는데. 나와 평생 상관없는 곳인 줄 알았는데.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걸까 아니면 원래 살다가 한 번씩은 가는 곳인데 이제 내 차례가 온 걸까.


산책길을 걷듯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별관 복도에 들어서니 세로로 긴 모니터가 보였다. 공항에서 보던 비행기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모니터처럼 사건번호와 예정 시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10분마다 2개의 사건이 배정되어 있었다. 복도는 종종 왕래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번잡하지 않고 대체로 조용했다.


밖에서 기다렸다가 시간 맞춰 문을 열고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법정은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제일 높은 곳에 의자가 한 개 놓여 있었고 그 아래 법원주사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방청석에는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주인 내외는 이미 들어와 있었다. 눈길도 주고받지 않은 채로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잠시 후 우리의 사건번호가 불리고 남편과 집주인은 각각 원고와 피고 자리에 앉았다. 판사는 서류를 훑어보더니 첫 출석임을 확인하고 합의를 권고했다.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미 했는데… 또 하는 건가?


곧바로 조정실로 자리를 옮겼다. 복도에서 얼마간 기다리니 조정위원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우리를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탁자 하나 놓인 방에서 우리 부부와 집주인 부부 그리고 조정위원이 엉성하게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조정위원은 나이가 많이 보였다. 그는 먼저 말을 꺼냈다.
“제가 법원에서 근무하고 정년까지 했어요. 정년 후에는 법원의 요청을 받아 조정하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소송을 했지만 합의를 할 수 있는 게 서로에게 최선이에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미 들었던 말이었다.


집주인은 가져온 서류를 꺼내며 조정위원에게 준비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것 보세요. 저쪽에서 누수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나가서 저희가 다 수리했고요. 이걸 보시면 오히려 돈이 더 들어서 저희가 저쪽에 청구를 해야 할 판입니다.”

집주인은 당당했다.


조정위원은 서류를 들춰보다 말을 돌려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지난번보다 더 큰 금액을 얘기했다. 나에게는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없었기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 남편을 말릴까 하다가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조정위원은 다시 집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원고 측에서 이 정도 금액을 이야기하네요. 지난번보다 더 많은 금액이네요. 소송금액을 생각해봐도 꽤 크네요. 이 정도로는 어떤가요?”


집주인은 목소리를 한껏 높이며 큰소리를 냈다.

“저희는 조금도 합의할 생각이 없어요. 제가 가져온 자료 보여드렸잖아요. 저희는 이 사람들이 임차권등기명령을 하는 바람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합의할 생각이 없습니다.”


조정위원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상담을 정리했다.

“알겠습니다.”


우리는 합의를 하고자 했는데 집주인 측에서 거부하여 조정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혹여 소송에서 불리하게 적용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여기서의 내용은 소송과 관계가 없습니다.”

조정위원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서류를 작성하며 사무적인 목소리로 답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일렀다.

“여보 이제 소송 시작이야. 더 이상 합의는 없어. 민사까지 왔다는 건 오직 법의 판결만을 따르겠다는 뜻인 거야. 알지, 여보?”


피고 측에서 소송 중간에 행여 합의하자고 연락이 온들 응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남편의 성격 상 갈등을 못 견디는 걸 알았지만 우리 역시 벼랑 끝에 서 있었다. 자칫 우리에게 불리할 수 있는 거리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조정실에서 집주인의 뻔뻔한 태도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분한 마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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