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남긴 채로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수리를 마치고 들어온 집은 산뜻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돌을 품은 양 무거웠다. 한편으로는 남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절차를 밟을 생각을 하니 현실적으로 버거움 반 귀찮음 반이었다.
집주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쿵쿵 뛰었다. 그저 떼일 돈도 아니거니와 이렇게 물러서는 것은 앞으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어떤 험한 일을 또 겪을지 모르는데 그때마다 적당히 뭉개다 ‘그래 이만하면 되었어.’ 하고 물러날 거야?
이쯤 해서 그냥 덮어버린다면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오늘을 돌아보며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
구순의 할머니가 된 내가 삼십 대 나에게,
“너는 그때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니?”라고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었다.
일도 해야 하고 아이도 길러야 하고 남들에게 둘러댈 핑곗거리는 많았지만 스스로는 알았다. 그때 왜 행동하지 않았는지.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다. 비겁해지지 말자. 도망가지 말자.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나의 최선을 다하자.
“나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
미래의 나에게 떳떳하고 싶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마음을 다시 잡고 방법을 찾아보았다. 법률 자문 플랫폼을 통해 변호사 여러 명에게 연락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조언을 구하니 다들 입 모아 소송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중 한 곳과 면담 일정을 잡았다.
주말 오후, 남편과 나는 이웃에게 아이들을 잠시 맡긴 뒤 변호사를 찾아갔다. 우리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듣고 변호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들어보니 두 분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긴 하네요.”
“저희에게 누수의 책임이 없다는 걸 밝힐 수 있을까요?”
“물이라는 건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하지만 상대편은 저희가 점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관 도어락을 뜯어 갔어요. 명백한 불법 아닌가요?”
“시의성이라는 게 있어요. 왜 그때 바로 신고를 하지 않으셨죠? 법원에서도 그 부분을 물을 거예요.”
겁이 났다. 상황이 혹여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까 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우리는 이런 적이 처음이니까. 우리의 아픈 부분을 냉정하게 찔러대는 그는 전문가였지만 선뜻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주저하게 되었다.
그에게, “저희 건 부탁드려요.”라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수임료를 묻자 그는,
“착수금은 이 정도예요.”
라며 법무법인 명판이 찍힌 종이에 금액을 적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어느 정도로 보느냐고 물었다.
“정말 승소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긴 해요. 얼마 정도로 조정될 지도 봐야 할 것 같아요.”
주말에 시간을 내주어 감사하다고 했다. 상담비를 지급하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얼마 뒤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의 소개로 실력 있다는 사무장을 소개받았다.
그는 일단 관련 서류를 보내달라 했다. 사무장은 시간이 많이 지난 일이고 누수의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히기가 쉽지 않겠다고 의견을 말했다. 집주인이 근거 없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다는 말도 해주었다.
필요하다면 자신이 서류를 작성해줄 수 있다고 했다. 감사하다는 말로 전화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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