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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서연 Jan 10. 2019

1. 내향적인 사람이 떠난 나홀로 여행

INFP형 인간입니다



취미는 누워있기이다. 사람만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만나면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어색한 사람과 집을 같이 가야한다면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 가겠다며 그 사람을 먼저 보낸다. 엄마가 소리지르지만 않는다면 몇 달은 집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          


“네가? 밖에 잘 나오지도 않잖아“

내가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 혼자 여행을 간다고 말하면 친구들은 늘 놀라며 물었었다. 그러나 모르는 소리. 집순이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집순이가 한번 나오면 또 오지게 돌아다닌다. 한창 여행을 많이 다닐 때 내 일과는 단순했다. 여행 아니면 칩거.      



혼자 하는 여행의 큰 장점은, 온전히 혼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자’라는 신분이 주는 홀가분함은 우리를 타인으로부터, 스스로를 옭아매던 고민들로부터 탈피시킨다. 내가 지금 머무는 공간에는 나를 아는 사람도, 고민투성이인 일상의 어떤 것도 없으니 내가 신경써야하는 것은 오직 내 자신 뿐이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면 그만이다. 박물관이 가기 싫으면 안가도 되고, 심사숙고해 고른 음식점이 맛집이 아니어도 나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카페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며 하루를 다 보내도 괜찮다. 달리는 버스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처연한 척 청승을 떠는 일도 즐겁다.(다른 사람들이 희한하게 쳐다볼 수는 있겠지만 나는 자유로운 홀로 여행객이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도 만나지 않는 다면 아마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고립일 것이다. 가끔씩 동행을 구하기도, 외국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대신, 파티나 술자리가 아닌 사적인 대화 속에서 서로를 알아간다. 과일가게 아저씨에게서 노란 망고를 사면서 망고처럼 샛노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다. 동네의 어린아이들에게 사탕을 쥐어주며 안녕-하고 인사하는 일도 하루의 중요한 일과이다.      


혼자서 여행을 한 후, 내게 남은 것은 낯선 땅에서 모든 것을 온전히 스스로 결정해보는 경험과 따스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다. 아이러니하다. 사람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혼자 떠난 여행에서 결국 얻은 것이 사람들이라니. 그러나 여행은 원래 아이러니한 상황의 연속들이다. 결국 나는 혼자라는 사실과 그럼에도 어딘가에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 이 이질적인 깨달음들이 주는 짜릿함이 나홀로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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