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동물들의 공간에 미천한 인간이 감히.
갈라파고스는 에콰도르에 속해있지만, 갈라파고스만의 특징이 너무나도 확고하기 때문에 에콰도르안의 또 다른 나라라고도 불린다. 날씨도, 물가도, 사람들 사는 모습도 에콰도르 본토와는 크게 다르다. 날씨는 일년 내내 덥고 습기찬데 얼마나 습기차냐면 이 섬 안에 뽀송뽀송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Atm에서 뽑은 지폐마저도 몇 분이내에 흐물흐물해진다.
이 섬의 주인은 동물이다. 인간은 잠시 초대받은 존재이기때문에 입도비와 환경부담금을 지불해야하며 어마어마한 섬의 물가를 감당해야만한다. 억울하지만, 소중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니 미천한 인간은 법을 따르자. 갈라파고스 안에는 수산물을 파는 가판대가 있다. 여기서 아저씨들이 참치를 해체해서 회를 팔기도 한다. 참치해체쇼를 구경하다보면 바다사자들과 팰리컨들이 모여드는데 그럼 아저씨들이 시크하게 참치의 대장들을 던져준다.
푸드득퍼더덕푸르륻드드드드ㅡㄷ
던져진 내장으로 펠리컨들과 바다사자가 우르르 몰려갈 때 피하지 않으면 나처럼 펠리컨 날개에 종아리를 맞을수도 있다. 냄새 오진다.
늘어져서 자고 있는 바다사자를 보고 있자니 어이없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부러웠다. 나도 바다사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그러다 갈라파고스가 아닌 한국의 동물원에서 태어나게 되면 어떡하지. 어렸을 적 동물원에서 본 동물들이 생각났다. 이 곳은 비싼 비용비용을 받는 만큼 깨끗한 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느껴진다. 어딜가도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시설도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다. 쓰레기를 투기하거나 동물을 함부로 만졌다가는 벌금을 물수도 있다. 강자인 인간은 약자인 동물을 보호한다. 보호를 명목으로 동물을 잡아와 우리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을 세우는 것. 가장 이상적인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갈라파고스에서 보았다.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갈라파고스의 바다사자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 인간은 뭐, 행복하든지 말든지. (후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