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달리 May 22. 2023

2023 봄학기 버티다

개구리 스트레칭 해보실래요?


집에서 낡은 추리닝에 아무렇게나 입고 시작한 홈트 발레

나도 예쁜 발레복을 입고 발레리나 흉내를 내고 싶어졌다.


운동은 장비빨 이라고 했던가?

실제로 장비가 좋으면 실력이 더 느는건 아니지만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한다는 건

운동에 대한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마음가짐을 갖추면 한 동작 한 동작을 대충하지 않으려고 하고

마치 발레리나 처럼 하려 애쓰리라.


그런 마음에 주 1회 <직장인 왕초보 다이어트 발레 클래스>를 수강 신청하고 코로나 걸린 1주를 제외하고는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처음에 <직장인 왕초보 다이어트 발레 클래스> 갔을때는 나와 비슷하거나 언니로 보이는 분들이 4~5분 보였다. 왕초보 반인데 나만 왕초보면 어떻하지 싶어 걱정이었는데 유연성도 발레도 모두 비슷한 실력이라 좋았다.


발레 첫날 나 역시 '왕초보 반인데 설마 발레복 입고 하지 않겠지?' 하며 집에서 입던 추리닝을 그대로 입고 갔다. 선생님께서 "다음부터는 발레복 입으세요~"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추리닝이나 요가복 정도 입지 않았을까? 그만큼 발레복은 발레에서 가장 큰 장벽이었다.


한달쯤 지나니 연배가 비슷한 분들이 2명으로 줄었다. 탈의실에서 만나면 "발레 너무 어려워요~", "내가 할 운동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하고 위로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만 두시면 안돼요~"하고 서로를 의지했다.


그러다 두달이 지나니 한분만 남았다. 그리고, 2주간 그분도 안 나오시더니만... 오늘 종강 수업 때 결국 '나'만 남았다.  아가씨들 사이에 나만 남았다.  이 아가씨들이 내가 고딩 엄마라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불편할까?


묻기전엔 절대 말 안하리라.. 다행히 발레할때는 모두들 발레 이야기만 한다.

TMI는 실례라고 생각하는 MZ문화라 그런거 묻지 않는다.

나는 친해지려면 호구조사랑 신상조사부터 했던 세대라 이런 문화가 낮설지만,  나름 좋은 점도 있구나~ 싶다. 이러다, 내가 먼저 신상조사 먼저 들어갈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라며 선생님께서 "개구리 스트레칭"을  선물로 주셨다.

개구리 스트레칭은 스트레칭의 최고봉이다.

고통을 비유하자면 능지처참을 당하면 이런 고통이겠다 싶고, 조금 약하게 표현하면 출산 직전 마지막 고통에 가깝다.


나는 개구리 자세를 하면 눈 앞이 파래지면서 빈혈이 온다.

개구리 스트레칭을 심하게 한 날은 구토도 나오려는 걸 참으려 애쓴다.


선생님의 마지막 선물을 앞, 뒤 개구리 스트레칭으로 감사히 받고 진짜 선물인 단체 사진을 찍어주셨다.

잘하지는 못해도 빼먹지는 말자! 계속하는 사람이 잘한다!

발레 10년하면 60세에 발레하는 할머니는 될 수는 있겠지.

흰머리랑 어울리는 레오타드를 찾아보자.


선생님 예쁜 사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3 봄학기 수료식




매거진의 이전글 발레하는 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