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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그램 Apr 04. 2022

진로 사랑해요.

육그램 매거진 『MEATing』_고기를 통해 만나다

안녕, Ariel : 


안녕하세요. 육그램의 운영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기름칠을 하는 경영지원팀의 ariel이라 합니다.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냐,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어요. ‘진로’


진로는 저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진로와 단 하루도 함께하지 않은 날이 없거든요. 매일 마신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절대 아닙니다. 그저 제 방 화장대와 전신거울 사이 그 공간에 진로가 놓여있어요. 제 술을 누구도 건들지 못하도록 제 공간 한 켠에 진로의 자리를 만들어 둔 거죠. 


알코올 중독이냐고요? 아닙니다. 제가 술 없이 못 사는 게 아니라, 진로 그리고 진로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안주들의 조합을 사랑하는 겁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세상 맛있는 음식 한 점에 진로 한잔. 여러분, 소주 한 잔 아니고 진로 한잔인 겁니다. 아셨죠?

▲ 진로 직원도... 이정도는... 안 먹을 거 같은데... 아리엘... 간 괜찮아요...?

진로 한 잔에 하루간 쌓여있던 애환을 목구멍으로 삼키는 느낌. 저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더라고요. 처음 사회에 첫발을 딛고 느낀 게 있었어요. ‘생각보다 차갑다.’ 얼어붙을 거 같은 온도에 화들짝 놀랄 때가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배우지 않은 거예요. 그런 걸 알려주지 않잖아요. 알아서 인이 배기고 알아서 이겨내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는 거에요. 그러다 우연히 제 방 한 켠에 나만을 위한 술상을 차려봤어요. 


드라마에서 어른들이 속상하면 포장마차 가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동 한그릇에 닭 모래집 같은 거 두고 소주 한잔에 안주 한입하는 모습이 문뜩 떠올랐거든요. 

▲ 아리엘... 진로만 먹는다고 했잖아... 왜 처음처럼이 산처럼 쌓여있어요...?

맛난 고기 잘 구워서 파란 쟁반 위 그릇을 놓고 그릇 위에 소복히 담았어요. 그리고 소주잔 하나 챙겨 제 방으로 들어갔죠. 그렇게 앉아 넷플릭스를 틀고 멍하니 바라보며 진로 한잔, 고기 한점 입으로 넣었어요. 그런데 정말 온종일 날 따라다녔던 그 꿀꿀한 기분이 없는 거예요. 정말 머리가 깨끗하게 지워지는 그 느낌. 


그 명쾌해지는 느낌에 반했던 거 같아요. 저만의 힘듦을 푸는 방식으로 진로와 맛있는 음식이 자리를 잡은 거 같아요.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 혹은 한 번? 저를 위한 술상을 차려요. 안주도 매번 달라지죠. 한겨울에는 방어, 과메기, 여름에는 갈비에 비빔냉면, 가을에는 전어구이, 소갈비 구이. 사실 가장 자주 먹는 건 항정살이긴 해요. 우리 회사 거라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정말 마소의 에어프라이용 항정살은 가격도 굉장히 저렴하고 항정 특유의 기름진 느낌과 꼬들꼬들한 식감. 어떻게 포기해요. 씁쓰름한 진로에 그만한 안주가 또 어디 있겠어요.


여러분이 애환을 해소하는 방식은 어떤 모습일지, 오늘을 잘 이겨낸 나를 칭찬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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