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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Dec 02. 2023

“시시시, 시시시”

“뭐야?”

“뭐긴. 하도 기가 차서 웃는지 우는지 모를 숨소리올시다”

“이게 대체 무슨 글이야?”

“무슨 글이긴. 시지, 시. 시도 안읽어봤어?”

“아~ 이제야 깊은 뜻이 보이네”


간혹 마구잡이로 글을 휘갈기고 싶은 때가 있다.

그래, 토니의 기관총처럼.


그럴때면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글들을 일절의 여과 없이 여백에 쏟고 휘갈긴다.

목적어 주어 떼고, 문맥 갖다 버리고, 앞뒤 다 잘라먹고.

이게 무슨 글이야? 물으면,

“시”

한다.

누구는 “아~” 하고, 누구는 “쯧쯔쯔” 한다.

예술병이 도지면 ‘시인 척’ 하는 시를 쓴다.


이러면 답답함이 조금은 풀리더라고


사람은 너무 어렵다.

그럼 사랑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 어려운건가


“정말 오해야”

너는 그렇게 말했다

해명을 해달라는 물음에 받은 답이 “오해야”가 끝이라니

무엇이 오해인지 알 수 없는 채 그냥 오해라는 것만 받아들이라니

이건 사랑이냐는 물음에

“보고싶다”

라고 답한 너의 대답은 무엇을 담고 있나


장황한 나의 문자에

“그래ㅋㅋ”

라고만 답하던 너는 나와 무얼 하고 있나


침대에 발라당 눕는다

건조하다 못해 뻑뻑한 눈을 콩물 짜내듯 질끈 감으면

천장엔 기차가 칙칙 내달린다

승객이 나 밖에 없는 기차는 행선지도 없이 원형의 트랙을 돌고 또 돌고


이 외로움이 끝도 시작도 없는 트랙 위를 달리는 중이라면

차라리 탈선되어 죽어버리는게 나을지도 몰라

맞아, 윌포드의 열차처럼


설거지를 하는데 뒷목이 당기고 저려온다

공포스럽다

‘헉, 뇌졸중 아니야?’

했다가

시시시, 시시시

‘또 살고는 싶은가보지?’


그래 맞아 나라고 너와 무엇이 다르겠냐

너는 외로움 때문에 ‘사랑인 척’ 하는 사랑을

나는 외로움 때문에 ‘사랑인 척’ 하는 사람을


“이건 사랑이야”

“음… 글쎄”

“갑자기 왜이래?”

“알았어 알았어. 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

“흠흠, 이건 사랑이야”


“쯧쯔쯔”


아이 참 웃겨라. 시시시, 시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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