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는 사랑이 어렵다.

학기 초 적응이 한창이라

아이들을 살살 달래며 아침을 시작한다.

눈뜨고 등교하는 순간까지

말이 많은 큰아이 비위 맞춰주고

예민한 둘째를 어르고 다독여서

밥 먹여 보낼 생각에

마음은 분주하다.

새벽밥 지어 먹이는 건 여전하기에

눈뜨고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냉장고 사정도 내 머리만큼이나 여백이 많다.

일주일 식단 구성에 구멍이 숭숭이다.

잘 먹여야 할 때인데 장바구니와 지갑이

동시에 가벼워지는 신기한 일상을 보낸다.

밥상의 구세주 같은 달걀이

금란이 된 지 오래다.

쟁여두는 식자재에서 퇴출된 존재다.

그래서 같은 재료라도

좋아하는 사람 위주로

좋아하는 형태로 요리한다.

달걀국을 제외하고

형태를 달리 한 달걀 반찬은

큰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 먹던 달걀찜도 외면했던 어제였기에

둘째 아이 몫의 달걀 프라이만 했다.

단번에 큰 아이 입이 댓 발 나왔다.

내 입장에서는 먹지 않을 반찬임을 알아서

네 몫은 없는 거라며 말했다.

큰 아이의 입장은 다르다.

눈에 보이는 사랑의 차별이라며

달걀 프라이를 두고 시비다.

그래,

사춘기니까 내가 비위 맞춰야지.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겠지.

'사랑'을 차별하냐는데

'사람'을 차별하느냐 묻는 듯해

억울해도 엄마니까 조용히 있어야지.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이 내 성장기뿐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오빠 위주의 밥상에서

그래도 내가 먹을 반찬을 찾아

배를 채우던 나는

내 아이들보다 더 어렸다.

서로가 좋아하는 반찬들에서

고기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해도

차별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선호도에 따른 선택권이 편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아이를 향한

외사랑이 시작되나 보다.

각오했지만 사랑이 어렵다.

자식을 향한 엄마 사랑 표현은

남편과 연애할 때보다 힘들다.

더 안아주고 더 관심 주고

더 응원하고 더 귀를 기울여

쉼 없는 이야기를 들어줌에도

그깟 달걀 프라이 하나에

차이가 아니라 차별을 떠올리다니...

아침부터 기분 상했다.

속이 좁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