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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카바나에서의 여유

코파카바나의 자유스러움이 좋다.

by 나기


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종착지인 정열의 도시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 꼬박 30일 만에 드디어 도착했다. 사실 이 모든 나라와 도시를 돌려면 30일도 부족하지만 한정된 시간으로 돌아볼 수 있었던 최단의 코스였다.

래시가드는 옷 속에 입고 룰루랄라 하면서 작은 가방은 등에 메고 시내버스를 타고 두리번거렸다. 나 십 대 때 내가 살던 곳에는 '코파카바나'라는 콜라텍이 있었다. 그때는 코파카바나가 무슨 뜻인지, 어디에 있는 건지도 몰랐으면서 줄여서 '코파'라고 불렀고 그곳을 다녀오면 자랑스럽게 무용담처럼 얘기하곤 했었다. 그 말로만 듣던 코파카바나를 가려한다. 물론, 스페인어로 하면 꼬빠까바나가 되겠지만...


버스에서 내려 해변가로 가는 도중에 카페들이 줄지어있고 싱싱한 과일들을 진열해놓고서는 과일주스를 갈아주고 있었다. 안보였으면 모를까, 눈에 보였는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양심에 찔려서 안된다.

수박주스, 사과주스, 레몬주스 등 생각만 해도 시원함이 목을 타고 들었다.


20170120_173837.jpg 카페에 진열되어있는 각종 과일들


길 건너편으로 모래사장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끝에 바다가 보였다. 바다로 가까이 갈수록 온몸이 젖어 수영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 사람들도 햇볕을 좋아하나 보다. 난 뜨거운 태양에 눈도 못 뜨고 있는데 이들은 그늘 없이 썬비치나 모래 위에 타월만 깔고 누워서 햇볕에 온몸을 내 던지고 있었다.

썬비치와 파라솔을 대여해서 해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자니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간다. 여기도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음료와 간식거리를 파는 상인들이 돌아다닌다. 근처를 돌아다니는 상인에게 "까이삐리냐"라는 음료를 주문했다. 까이삐리냐의 겉모습은 주스나 모히또 같아 보이지만 겉모습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상큼하고 달달한 맛에 상당한 독주를 칵테일 한 음료로 500m 정도의 양을 한잔으로 주는데 다 마시면 알딸딸함을 느낄 수 있었다.


20170120_180104.jpg 꼬빠까바나 해변의 모래사장
20170120_181957.jpg 상큼하면서도 독한 까이삐리나


파라솔로 그늘을 만들고 썬비치에 누워서 상큼한 까이삐리냐를 한잔 먹고 있자니 전형적인 남미의 몸매를 갖고 있는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고 다니고 있으며 배 나온 아저씨들도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스러움 그 자체였다.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있던 사람들은 해변에서 갓 나온 후 별도의 탈의실이 필요 없다는 듯, 젖은 수영 복위에 옷을 덧입더니 주위를 정리하고 떠나버렸다. 그 어느 누가 아찔한 비키니를 입고 다녀도 시선이 따라붙지 않고 배 나온 아저씨가 볼록 나온 배 밑에 고무줄 바지 위로 치골이 보여도 아무도 눈살을 찡그리지 않았다.

나도 비키니나 입고 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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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는데 해변에 안 들어갈 수 없었다. 비록 아찔한 비키니가 아닌 땡땡이 래시가드였지만 물속에 들어가기 위해 숙소에서부터 입고 왔으니 래시가드도 본연의 임무를 할 시간이었다.

파도는 생각보다 셌고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물속의 깊이는 깊어갔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말 그대로 물속에 앉아도 보고 살짝 누워도 봤다. 그래도 난 꼬빠까바나에 가봤다!




저녁을 먹고 숙소 근처를 핸드폰 하나만 들고 기웃거리고 있을 때 지나가는 브라질 사람이 나를 보고 한마디 했다. 핸드폰을 조심하라고 일러준 것이다. 이곳에서는 핸드폰을 들고 있으면 그냥 뺏어서 들고 도망가니 핸드폰을 아예 집어넣고 다니라는 것이다. 감사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계속 길을 가던 중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또 다른 브라질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서는 핸드폰 훔쳐가니 사진 찍지 말라고 한다. 한 번도 아니고 연거푸 두 번씩이나 그런 소리를 들으니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도,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밤거리가 무서워지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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