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까야 이작가 Aug 20. 2019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모르겠다.

2차는 쐈는데, '몰래' 택시 대신 심야 버스를 타는 사람?

참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분명 그는 나를 모른 척 지나치려 했다.

심야버스를 기다리던 축 쳐진 정류장.

비로 쓸어내린 듯 몇몇 먼지 같은 사람들만 머물던 새벽.


그는 산뜻하게는 아니지만, 의무감으로 2차 술자리를 계산했던 사람이었다. 그것도 반토막만. 선결제 후 한 병씩 돌려마신 맥주 비용은 다른 이가 계산해야만 했다. 내 선은 딱 여기 까지라며, 봇물처럼 늘어날 것 같은 소비를 애초에 막은 것도 같았다.


그는 모임에 있던 사람들 중 가장 연장자였다.

한국 사회는 이상하게도 연장자의 지갑을 당연시한다. 이상한 문화라고 내가 아는 외국인은 의아해했었다.


아무튼 그 자리는 떠나긴 아쉽고, 머물러봤자 딱히 건질 것은 없는 무의미한 술자리였다. 전의 자리가 좋았고. 어떻게든 그 감정을 연장하려 했지만, 무엇이든. 억지로 늘려놓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모자란 듯 먹은 만난 음식이 또 먹으러 와야겠다는 결심을 부르듯.


아무튼 그는 그렇게 뜨뜻미지근한 계산을 했고,

나는 정류장까지 다른 이의 택시를 얻어 탄 뒤 심야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분명 고개를 숙이고 꾸벅꾸벅 졸았던 것 같은데. 하필 그 순간 나는 고개를 들었고. 왜인지 들키지 않고 지나치려 한 듯한 그와 눈이 마주쳤다.


모른 척해줄 걸 그랬나;;

2차를 계산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택시에 태워 보낸 뒤 이곳까지 걸어왔다고 했다. 거짓말은 또 못하는 사람이다.


모르겠다. 이 사람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들은 일면의 순간을 보고도 사람을 잘도 파악하던데 나에게는 도통 생기질 않는 능력이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다.


분명한 건 그가 2차는 쏘지만, 택시비는 아까워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내면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 포인트다.


아! 체면이 참 중요한 사람이구나! 싶다가도... 내게 사실을 털어놓은 걸 보면 솔직한 사람인가 싶다가도... 완전범죄(비슷한 것)를 꿈꾼 걸 보면 또 아닌 것도 같고...

정말 모르겠다.


체면이 밥 먹여 주냐는 말이... 그에게는 야속하게 느껴졌을까. 벌이도 그보다 나은 놈들이 분명  "오늘은 형님이 내실 거죠?" 하며 부추겼다. 분명 그랬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대우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잘 따르는 몇몇 사내들만을 데리고 따로 술자리를 가질 만큼 권력을 즐기는 듯했다. 줄곧 그렇게 해왔으니 사람들이 그를 '그런' 사람으로 여기는 것도 이상할 건 없다.


그치만, 그래도..

정말로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참.. 이해가 가질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착하게 산 게 죄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