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제 다시 시작하자.
연휴 전날이라 회사 근무 시간이 조정되었다. 출근 시각과 상관없이 3시에 업무 종료를 하라고 했다. 보통 이르면 6시 전후에 일어나는데 오늘은 여유를 좀 부렸다. 일어나니 7시가 좀 넘었더라. 남편에게 같이 출근할지 물으니 좋다고 했다. 먼저 씻고 출근 준비를 했다. 남편이 씻는 동안 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요가 매트를 펼쳤다.
이게 얼마 만인가. 올해 처음 하는 아침 요가였고,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랜만이다. 요가할 때마다 따라 하던 요가소년님의 영상을 켰다. 한때 매일 봤던 영상이라 음성 안내도 동작 순서도 익숙한데... 어라 몸이 안 따라준다. 15분 남짓 짧은 영상이었는데 이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겨우 요가를 끝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알고 있지만 잊고 있던 생각들.
새롭게 시작하는 것보다 다시 시작하는 게 더 어렵다. 새로운 시작에는 설렘이 있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엔 설렘이 없다. 되려 지루하게 느껴지고 좀 더 미루고 싶고, 또 그만두게 될 텐데 뭣 하러 다시 하나, 이런 자조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 요가 매트를 다시 펼치기 전까지 매일 그랬다. 요가를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야 매일 같이하지만 내일부터 하면 더 좋을 거 같고, 어차피 매일 늙어가는 몸이고 또 그만둘 텐데 안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고...다시 시작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이 어쩌면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더 멋진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하고 나면 역시나 좋다. 시작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하고 나면 좋다. 15분 요가를 하고 나니 역시나 좋았다. 몸이 좋아졌다고 하면 사실 거짓말이고,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무언가를 한 것도 좋고,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한 것도 좋고, 남편이 씻는 동안 시간을 잘 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또 좋고. 비단 요가만 그럴까. 책 읽기도 요리도 운동도 글쓰기도 출근도(?????) 하고 나면 좋다. 이걸 좀 기억해야 하는데 시작을 앞두고서는 전혀 생각이 안 나서 문제다. 앞으로는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나서의 그 좋음을 떠올려야겠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 시작해야 할 여러 일들이 떠오른다. 피아노와 운동, 책 읽기 등등. 자, 생각해 보자. 이런 것들을 하고 났을 때의 좋은 기분을. 그럼, 이제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