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앨리스 Feb 16. 2021

퇴사하여 좋은 점.

눈이 오면 맘껏 좋아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느샌가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와! 겨울 왕국이다!



 나는 오랜 시간 항공사, 항공사와 관련된 기내식이라는 일을 했다.

항공업계에서 눈이 올 때 신나서 아이처럼 좋아하는 일은 마치 눈치 없는 1인으로 보이는 행동이다. 개개인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항공사 일반직으로 입사하여 현장과 본사 근무를 모두 했으므로 눈이 왔을 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면 도저히 눈이 온다고 입 밖으로 좋아하는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눈이 좋으면 좋다! 왜 말을 못 해
출처. unsplash.com

 밤새 눈이 오면 공항에서는 항공기에 De-icing(화학물질을 뿌려 동체 위 쌓인 눈을 녹이는 과정) 도 해야지, 지연되면 직원들은 승객들에게 쫓아가 사과해야지, 그것이 길어진다면 기내식 파트에서는 탑승 게이트 앞까지 작은 머핀이나 음료라도 또 실어 날라야 한다. 하나의 항공편이 지연되면 다음다음 비행 편까지 지연되며 본사에서도 항공기 재배치 등의 혼비백산이 벌어진다. 또 승무원들은 어떻겠는가, Block time(항공기 문을 닫고 출발하는 시간부터 도착하여 문을 여는 시간까지)에만 비행 수당이 나오는 건 둘째 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만 속절없이 점점 늦어질 뿐이다. 승객들은 그것도 모르고 애꿎은 승무원에게 얼굴을 붉히는 사람도 있다.


 나는 다행히 외국항공사에서 승무원 생활을 했기 망정이지 국내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눈에 관한 일화라면 프랑크푸르트의 폭설로 굉장히 오랜 시간 지연이 된 상황이 있었다. 현지 호텔에서 두 번의 지연 통보를 받고 공항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항공기 안에 머무른 끝에 겨우 두바이행 비행기가 뜬 적이 있었다. 승객들은 호텔도 아닌 공항 게이트 앞에서 고된 기다림 후 탑승을 하면서도 이제라도 출발할 수 있다며 했다. 화를 내기는커녕 승무원들이 더 힘들지 않냐며 도리어 격려를 받았던 따뜻했던 기억도 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은 어김없이 '아, 오늘 다들 고생하겠다.'가 떠올랐는데 오늘문득, 생각이 달랐다. 이제는 홀연히 퇴사 한 몸이니 당당히 말할 수 있지 않느냐고.

눈 오는 날을 좋아해요!

펄펄 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운치를 끼고 산을 하얗게 덮은 소복이 쌓인 눈을 바라보며 마음의 걸림 없이 감상해 볼 수 있었다.





(마음 한편으론,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고 있을 모두의 노고에 응원을 보냅니다!)

출처. unsplash.com




이전 23화 2번의 퇴사, 3번의 입사(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