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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앨리스 Feb 26. 2021

당신에게는 '마음의 안식처'가 있나요?

두바이 'Jumeirah beach'의 추억.

지금 당장 어딜 가고 싶니?


 나에게 묻는다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두바이!라고 말하고 싶다. 떠난 지 10년이나 된 곳이지만 두바이는 항상 내게 있어 제2의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이었다.


 간절하던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면접관이 신과 같이 느껴지던 23살의 내가 면접을 가까스로 통과한 후 막 도착한 두바이는 새벽 4시 반의 시각에도 후끈 느껴지던 45도의 더운 공기가 아직도 생생한 곳이다. (찜질방 한증막에 막 한 발을 넣었을 때의 기분일까?)


출발 한 다음날 새벽 현지에 막 도착한 두바이 국제공항.


 오른쪽부터 써나가는 의미를 모르는 아랍 글자들, 택시가 필요하냐며 호객하는 터번을 쓴 또 다른 외국에서 온(주로 인도, 파키스탄 등) 아저씨들의 풍경 또한 매우 낯설고도 신기한 곳이었다. 생애 처음 도착한 외국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금세 익숙해짐놀라웠다. 사진을 다시금 보니 아랍의 상징인 하얀 의복, '칸두라'를 입은 남성도 보인다.


 비행을 하며 많은 곳을 다녔었지만 내가 속했던 항공사의 경우 매일 뜨는 데일리 노선이 많아 레이오버가 길지 않았고 어떤 곳에 진득하게 있기보다는 잠 한숨 못 자고 빠릿빠릿하게 둘러보는 경우가 많았다.(20대에는 36시간, 48시간 잠을 자지 않은 뱀파이어의 상태에도 끄덕 이 없었다.) 그리고 돌아온 곳에는 항상 나에게 편안했던 두바이가 있었다. 그래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물어보면 두바이가 제일 좋다고 답한다. 그건 나만 그럴 것이다. 두바이를 싫어하던 한국인 언니들도 많았다.



무슨 인연이었던 걸까
난 두바이가 참 좋았다.



 같은 나이의 친구 또래도 없었을뿐더러 아는 언니들을 만나러 가려고 해도 쉬는 날이 겹쳐야 했고 미리 며칟날 만나자고 약속을 잡는 것도 항상 몸이 피곤한 일상엔 부담을 주기도 또 이벤트에 주의를 기울이기도.. 혼자 훌쩍 두바이 '주메이라 비치'에 가서 누워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두바이의 그런 심플 라이프가 좋았다. 정말 하는 것이 없었다. 어떤 승무원들은 SNS 도 하고 서핑도 하고 외국인 남자 친구도 만나며 아주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사는 것 같았지만 나에게는 다른 세계였다. 일(비행) 하고 집에서 충분히 쉬고(누워있고) 장을 봐서 요리하고 빌딩 내 야외 수영장에 가거나 바닷가에 갔다.


 그렇다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냐, 그건 아니다. 간혹 파티가 있을 땐 참여했고 흥겹게 춤을 추는 것도 좋아했다. 난 크게 웃고 유머를 좋아하고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는 성격이지만 그와 동시에 혼자 운치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했다. 그러다 간혹 우울에 함몰될 때가 있었다. 그럴 땐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뛰쳐나가 택시를 타고 뜨거운 햇볕을 쬐면 내가 언제 그랬어! 할 정도로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마음의 안식처.. 나에게 두바이의 'Jumeirah Beach'가 그랬다. 그 어떤 속상하거나 불쾌한 일이 있어도 그곳에서는 '하.... 그런 것쯤 아무것도 아니야.. 다 괜찮아.. 왜냐면 지금이 너무 행복하니까.' 할 정도로 노곤노곤 녹아내리는 장소, 그런 걸 마음의 안식처라고 하는 걸생각했다.

Jumeirah Hilton 바로 앞 해변은 마음에 담는 아름다운 장면이 많았다.

 

 한국에 와서는 회사의 동료이자 많은 친구들이 있었고 남자 친구도 있었지만 내면은 마치 뻥 뚫린 가슴을 안고 허덕이는 사람처럼 마음의 쉴 곳을 찾아 헤매었다. 회사의 항공권으로 제주도는 출장 포함 수십 번은 갔을 것이다. 그뿐 만이 아니다. 주말에는 전국 팔도를 다녔다. 하지만 난 주메이라 비치의 그 시간처럼 차분하고도 모든 것이 평온한 그 마음을 구할 수 없음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렇게 두바이는 언제든 갈 수 있었지만 늘 그리운 곳이다.

태양이 점점 내리는 주메이라 비치.


Jumeirah Beach Residence/ 주메이라 비치로 걸어가는 길.




당신의 마음의 안식처는 어디인가요?



해가 진 주메이라 해변에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아랍 건축양식의 가정집들도 좋아했는데,

내가 살던 빌딩에서 걸어서(그곳에서 걸어 다니는 일은 흔치 않다. 45˚C 이상의 기온) 갈 수 있는 곳에 즐비했던 집이다. 

한마디로 두바이에서 가장 부촌이었기 때문에 집 하나하나가 '작품'이었고 궁전처럼 보이는 곳도 있었다.

집을 촬영하는 건 실례이지만 집이 너무 예뻐서 부러워서 그런 것이니 자비를......

이건 내가 어떻게 찍은 것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남의 집 담을 넘은 것인가.


새하얀 정문과 잘 가꾸어진 꽃이 돋보이는 집이다.


그림과도 같은 구도의 집과 나무이다.


지금 랩탑의 바탕화면으로 쓰고 있다.


너무나 화려한 담장이다.


아라빅 건축 양식의 주택 1.


아라빅 건축 양식의 주택 2.



나무와 함께한 아트 감각이 돋보이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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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19화 작열하는 '붉은 토양'의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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