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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앨리스 Mar 03. 2021

프랑스 크루아상의 추억.

기내식 크루아상의 엄격한 규격에 대하여.

오늘은 향기롭고 여유로운 저의 아침으로 초대할
조금은 게으른 '앨리스'입니다.



아침은 한결 여유롭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눈을 뜰 새도 없이 전날 머릿속 점지해둔 그 옷을 서둘러 입고 밤새 차가워진 차 시트에 몸을 싣던 저는 이제 침대 위로 햇볕이 얼마나 비치는가에 따라 오늘의 날씨를 짐작하며 일어납니다.


예가체프, 홀 원두를 핸드밀에 넣고 돌립니다.

요즘은 캡슐 하나를 간단히 넣으면, 아님 자동으로 원두를 타라락! 한 번에 갈아버리는 기계도 많지만 커피콩이 불규칙적으로 으깨지는 핸드밀의 소리와 느낌이 좋아서 직접 손으로 돌립니다.

드르륵드르륵.

커피콩 하나를 집어서 씹어먹고 통 안에 커피 향을 들이켭니다. (카페인의 향이란! 두 눈이 번쩍.)


오늘 아침은 '마켓 꼬불'에서 산 프랑스 크루아상을 구울 생각입니다.

이 역시 아침 시간대만 먹을 수 있는 고칼로리 호사죠.

뭉글뭉글한 크루아상 생지를 달구어둔 오븐 팬에 올려놓고는 딸각딸각 시간이 갑니다.

저는 핸드밀을 돌리며 빵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것을 지켜봅니다. 일명 '빵 멍'?

팽팽하게 부푸는 모습을 보니 이게 뭐라고, 빵 하나에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딸각딸각.... 땡!
165˚C 오븐이 약속된 18분이 되었음을 알렸습니다.


잔뜩 부푼 한 겹 한 겹의 레이어를 통째로 뜯으면 폭폭 열기와 진한 버터향이 새어 나옵니다.

집에서 구우면 손끝이 뜨거워서 몇 번은 만졌다 뗐다를 반복하는, 제과 브랜드에서 광고 카피로 늘 쓰는 바로 그 '갓 구운' 빵을 먹을 수 있습니다.

버터가 잔뜩 들어갔겠지만 또 발효버터 약간을 발라서 녹인 다음, 한 입에 넣고 씹으며 프랑스 크루아상의 고급스러운 짠맛과 풍미를 즐겨봅니다.






회사에서는 크루아상의 부푼 사이즈는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 손이 하나하나 빚은 이 크루아상은 '40g 기준, 생지는 몇 센티부터 몇 센티다, 부풀었을 때 몇 센티부터 몇 센티까지다.'라고 정해 놓은 공급사의 스펙이 있습니다. 생지 한 봉지 안 일부 수량이 충분히 부풀지 않는다는 말에 비장하게 한 손에 '자'까지 들고 베이커리 구역으로 가서 그 차이를 하나하나 재보며 살폈습니다.


충분히 부푼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먹어보니 그 폭삭함, 겹겹이 하나하나 씹히는 느낌의 차이가 조금은 느껴졌어요. 굳이 표현을 하자면 충분히 부푼 것은 한단 한단 날개 옷이 날아다니는 느낌이라면 반대의 것은 그보다 약간 꾸덕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될까요.

모르고 먹으면 알 수도 없는 고작 1cm 내외의 차이였지만 한껏 부풀지 않은 빵은..

서비스될 수가 없었습니다..



제품 문제라고 보기에 애매했지만 그 말을 들은 공급사 담당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다녀갔습니다.

프랑스산 베이커리 회사의 한국지사 대표였는데,

한국말을 굉장히 잘해서 외모와 그분에게서 나오는 말이 매칭이 안 되었던 느낌으로 기억합니다.

아무렇게나 부풀어 막 뜯어먹어도 맛있는 크루아상이지만 요리란 일단 눈으로 반을 먹는다 하니 프로페셔널의 세계란 '맛만 좋으면 되지'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먹음직스러운 모양, 온도, 식감, 품은 향, 기내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전 승객이 동일한 품질의 식사를 제공받을 형평성, 이 모든 것이 갖추어져야 '기내식' 크루아상이 완성됩니다.






*모든 사진출처.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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