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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 am I Mar 29. 2024

첫째는 해 줬지만  둘째는 안 해주는 것

초 1학년 엄마 된 것이 두 번째 라서요.

첫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둘째는 1학년 새 학기 적응 노하우를 약간 가지게 되었다.

실패를 통해 얻은 나만의 노하우 랄까. 뭐 사실 주변에 아이가 셋 인 분도 계시니 내가

감히 말할 연차는 아니지만, 아이를 처음 학교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 나름 대로의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소한 것이지만 몇 가지를 공유해 보기로 한다.


첫째, 초 1 휴대폰이 필요할까?

첫째 때는 사실 기준이 딱히 없었다. 아이친구들이 다들 갖고 있었고 자기도 해달라고 해서

공기계에 알뜰폰 가입을 해서 만들어주었고, 그렇게 등교할 때 가방 안에 소리를 무음으로

해놓고 갖고 다녔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학교 끝날 즈음에 항상 나에게 전화를 하는 편인데

정작 필요할 때는 별로 기능을 못한다는 것. 아이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만나서 놀이에 정신이

팔려있거나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 때, 위치 파악이 안돼서 찾으러 다닐 때 정작 휴대폰은 혼자

울고 있고 아이는 전화가 왔는지도 모르는 상태. 또하나는 아이들은 휴대폰이 엄마 자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엄마를 부르듯이 언제나 핸드폰을 부르면 엄마가 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화만으로는 도와줄 없는, 중요한 타이밍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럴 때 이 통신기기는 참으로 값이 무색할 뿐이다. 엄마가 없는 곳에서는

현장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1학년에게는 안정감을 주기 위해 한 학기 동안이라도 학교와 집, 학원, 방과 후 같이 정해진 일정을 고정시켜 주고 벗어나지 않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아이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적응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복잡한 입학시기에 나는 둘째 에게 폰을 주지 않았다. 대신 둘째에게 내가 요구한 것은 등교시간에 혼자 가고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 두 가지. 아파트 비밀번호를 외우는 이것뿐이었다. 가급적이면 등학교를 제외한 것은 복잡하게 두지 않으려 했다. 대신 집에 돌아오면  자유시간을 주고, 패드를 하던 학습을 하던 하루에 할 양만 지키면 뭐라고 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특별히 학원을 보내지도 않는다.


나는 아이가 처음으로 8시 30분 등교해 4교시라는 수업시간을 견디고 밥을 먹고 학교 하다가 점점 5교시로 늘어나는 수업 시간이 얼마나 생소할지 대충 짐작을 했다. 1학년은 수업내용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5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체로 스트레스니까. 아직 긴장감이 있는 상태에서는 별로 지루하지 않다. 문제는 친구 관계가 늘어나는 2학기부터 일 것이다. 아이는 여름방학이 지나면서 하굣길에 다른 곳으로 놀러 가게 될지, 학교 외의 장소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카톡방 이런 것들에 급격히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2학기 계획은 그래서 새롭게 짜야한다.


꼭 필요해서 전화를 만들어줬다면, 엄마와 규칙을 정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화하는 시간과 횟수. 매너, 갑작스럽게 다른 곳에 간다 말하지 않기, 새로운 곳에 가면 벨소리를 키워놓기 이런 것들 말이다. 휴대폰사용이 편리한 만큼 아이와 엄마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많다


둘째, 새 학년엔 새 옷에 새 학용품?

1학년은 사실 어쩔 수 없다. 입학이니까. 모든 것이 새 물건일 수밖에. 그러나 새 학기 증후군을 겪는 아이들이라면 꼭 새 물건과 새 옷에 고정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이는 사실 자기가 쓰던 물건 편한 물건에 더 친숙함을 느낀다 하니, 몇 가지는 새것이라도 가급적 아이 입장에서 편한 옷 따뜻한 옷이면 괜찮은 것 같다. 새 학년이라고 해서 스타킹에 치마를 입고 가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 같다.  물론 아이가 그걸 더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남을 꼭 의식할 필요는 없다는 것.


셋째, 한글은 완벽하게 하고 가야 한다?

첫째 때는 입학 전에 한글을 완벽하게 떼고 가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학습지와 사교육으로 1년 넘게 공부를 시켜서 보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노력을 아이는 보란 듯이 깨버리고 말았다. 억지로 한 공부는 결코 실력이 아니라는 걸 대놓고 확인시켜준 셈이다. 엄마의 걱정과 급한 마음과는 별개로 한글 선행학습은 별로 효과가 없었다.

둘째도 입학 전 한글 학습을 몇 번을 시도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아직도 한글 모르냐는 소리가 빗발치고, 나 역시 조급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대로 아이의 머리는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나는 첫째의 실패가 생각나, 다행히도 학원이나 공부방을 보내지 않았고 둘째는 비로소 만 7세가 되어 적기 학습의 흐름을 탄 것 같다. 제 연령에 학습의 흐름을 깨달으면서 한글과 수학의 개념을 스스로 터득하기 시작했다. 집에 오면 패드 학습기를 켜고 혼자서 한글을 읽고 수를 세는 연습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아이마다 배우는 적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입학 전 한글은 일종의 맛보기처럼 시도는 해야 하지만 완성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부를 하는 주체가 아이이니, 아이의 두뇌가 깨칠 때까지 부모는 보조적인 역할만 하면 된다는 것을.


넷째, 신입생 부모가 해야 할 것은. 직접 상담. 예약하고 가자.


첫째 때는 모든 정보를 다른 엄마들을 통해 주로 알려고 엄마들 모임에 들어가고 단톡방을 개설했었다. 하지만 그때가 코로나 시기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의미 있는 정보를 얻지는 못했던 같다.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선생님과의 소통, 학교와의 직접적인 소통이었다.

아이 학교와 관련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학교와 물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하이톡이라는 것이 있으니, 수업에 방해되지 않을 시간, 선생님이 정해놓은 매너타임을 지켜서 상담하고 문의하자. 학습문제이든 친구문제이든 누군가의 입과 귀를 거치지 않고 1대 1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올해는 학기 초 상담이 직접상담도 있고, 유선 상담도 있지만 전화 대신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상담의 가치를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나는 전화로 상담했던 예전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직까지는 학교에 별 탈 없이 아침마다 잘 다니는 것을 보니 조금은 기특하기도 하고, 많이 자랐다는 생각도 든다. 입학식에 갔을 때, 교장선생님의 축사가 여기까지 오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약간 울컥함이 올라왔었다. 정작 아이는 해맑기만 한데 감정이 오버하는 것은 엄마뿐. 입학식장을 찍으려다가 셀카에 뜬 내 얼굴. 나는 화장으로 커버할 수 없는 미간주름과 팔자주름에 기함을 토하고 말았지만. 입학과 졸업은 그래도 영광스런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 넌 새싹이고. 나는 40년 된 나무야.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보자. 나는 속으로 그날 나만의 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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