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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선 Jun 29. 2018

마카롱같은 지원동기

천직 여행의 시작



나를 위한 천직 여행이 시작되었다. 왜 승무원이 되고 싶었을까?

그동안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목표를 이룰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떤 사람으로 인생을 살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지혜로워졌다.

난 도예 전공을 했다. 졸업 후, 글로벌한 커리어우먼이 되어 세계의 문화와 예술을 마음껏 돌아보고 싶었다.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직업을 찾았다. 승무원이 되기 위해 인생의 판을 다시 짰다.

 2003년, 호주에서 Hospitality 공부를 마치고 귀국했다. 겨우내 봄을 기다렸던 나뭇가지에서 연두색 뾰루지가 껍질을 뚫고 나오고 있었다. 나도 승무원이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기보다는 어디라도 취업을 해서 기회가 되면 항공사 면접시험을 보고 싶었다. 돈도 벌고 서비스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을 고심 끝에 찾다가 홍콩 상하이 은행(HSBC)에 입사했다. 외국계 은행이라 맘에 들어 열정만으로 도전했다. 그러나 꿈 때문에 견뎌야 할 고역스러운 시간이 될 줄 몰랐다.


 2000년 초기에는 서울에 대단지 아파트가 생겨 사람들이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많이 받았다. 점심시간에 광화문 거리로 은행 홍보를 위해 나간다. 어떤 고객은 내가 어찌나 신나게 전단지를 나눠주던지 꼭 교회 전도지를 주는 모습 같다고 한다. 실적을 높이려면 아파트에 전단지 홍보가 최고란다. 그래서 내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전단지 5000장을 신청했다.

 퇴근 후, 마포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출동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고층으로 올라가서 계단으로 내려오며 현 관에 전단기를 넣으려는 계획이다. 내 꿈이 담긴 전단지가 우편함에서 버려지게 할 수는 없다.

 수상한 사람이라 오해할까 봐 심장이 마카롱처럼 쫄깃해진다. 소라 껍데기 속에 있는 것처럼 계단에서 내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울린다. 예전에 참여했던 제과 자격증 클래스에서 마카롱 하나하나에 크림을 짜 넣듯 내 전단지를 현관에 하나씩 넣는다. 긴장된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다가 현기증이 나서 오는 길에 산 마카롱 하나를 꺼낸다. 조마조마해하면서 마카롱을 야무지게 앙! 깨문다. 생각보다 쉽게 무너져버린 마카롱에 내 마음도 무너진다. 마카롱은 물컹하고 난 울컥한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항을 워킹(Walking)하고 싶은데 전단지 꽂는 일(Working)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성에 갇힌 공주처럼 구조를 외치듯 복도 창문을 열어 본다. 하늘이 남색 빛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항공사 면접이 언제 날지 모르니 주로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여 지하철에서 기출문제에 대한 답변을 영작하고 외웠다. ‘안녕하십니까아아아~~’ 출근해서 승무원 배꼽 인사하기. 나에겐 일상이 준비다. 밝은 성격과 인사 습관 덕분에 직장에서 베스트 스마일 상을 받았다. 현재의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어느 순간부터 업무 실적이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돈을 많이 벌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여전히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면접에 합격하는 상상을 하며 완강하게 지속되는 일상을 살아냈다. 다양한 경험으로 답변 내용도 풍부해져 갔다.

몇 달 후에, 가장 가고 싶었던 에미레이츠 항공사(Emirates Airlines) 채용이 났다. 세상에 능력 있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의 일에 영혼을 쏟아붓는 사람은 특별하다.  26살에 꿈의 항공사에 입사하여 승무원의 첫 꿈을 이루게 되었다. 그 후로 3곳의 항공사에서 8년 동안 비행을 했다. 은행에서의 직장 생활을 통해 경제와 금융 지식도 배우고 재테크 안목을 키웠다. 그덕에 지금, 수많은 마포의 아파트를 다니며 땅 밟기 한 결과로 나의 둥지가 생겼다. 그동안 해외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하며 모은 돈으로 마련한 아파트다.


 로망은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 꿈 때문에 생긴 성장통의 겪으며 어떤 것도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음을 알았다. 그냥 한국에서 살면 되는데, 왜 꼭 외국 항공사 승무원을 하고 싶었을까? 내 삶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에미레이츠 항공사 최종 면접에서 아일랜드 출신의 면접관이 나에게 지원 동기를 물어보았다. 그때 승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를 삶 속에서 간절하게 찾은 이야기를 했다. ‘가슴이 뛰는가? 장점과 성향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꿈을 이루기 위해 직행 코스로 가고 싶지만, 나의 현재는 미래와 연결되어 있는 ‘커넥팅 닷(Connecting the Dots)’이다. 모든 경험은 내 삶의 모양을 완성해가는 필요한 점 잇기이다.

외국 항공사가 아니면 안 될 절실한 이유와 목표가 있는가? 승무원이 되고 싶어 미치겠는가?
승무원에 미치면 내 꿈이 온 삶으로 반응한다.
에미레이츠 비행기 안에서 찍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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