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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시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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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Nov 18. 2020

똑똑똑! Treat or Trick!

# 021 스물한 번째 이야기

원체 우리 가족들은 "파티", "기념일", "이벤트" 따위에 좀 둔한 편이라 평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이는 번잡한 거리나 쇼핑센터와는 담을 쌓고 지낸다. 하물며, 우리의 여러 사연이 있는 3번에 걸친 결혼기념일들 날짜들을 일일이 기억해서 챙기기도 무리였다.(한 남자와 3번 결혼한 여자 https://brunch.co.kr/@anachoi/33 참고) 그렇기에 다른 것도 아닌, "할로윈 파티"라고 해서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었다. 


또한, 첫째 아들 율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변장하는 데에는 워낙 관심이 없으셨다. 만 5살이 되기까지 엄마가 멋진 의상을 직접 만들어 줄 수 있는 전직 무대 의상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벌의 의상도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아들이 점차 자라면서 강렬히 좋아하는 하룩선장, 닌자고를 거치면서 친구들과의 연극 놀이를 통해 가상, 상상, 공상 속의 인물들로 자연스럽게 변신해 갔다. 이에 반해, 둘째 딸 가이아는 어릴 적부터(만 2살도 되기 전부터) 변장 의상뿐만 아니라, 평상시 옷 조차도 하루에 4-5번씩 갈아입으며 패션쇼 하는 것을 즐겼다. (물론, 집시의 집에 들어오면서 이 놀이는 자연스럽게 변장 의상 옷들에 한해서만 허락이 되었다.) 더욱이, 꼭 할로윈날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점차 점차 여러 놀이들을 해가며 필요하면 기꺼이 스스로 자신을 꾸밀 줄 알게 되었으므로 특별히 할로윈 데이를 챙겨 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올해 할로윈은 조금 특별한 할로윈이 되었다. 요즈음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웃집에 노크 하기는커녕, 인사하기도 쉽지 않은 시기에, 아이들은 이웃에 살고 있는 David의 집의 문을 대담하게 두드리며 "Dolcetto o Scherzetto! Tem doce?(사탕 주면 안 잡아 멋지~!의 이탈리아 어, 사탕 있나요? 의 포르투갈 말)"를 시도하기 위해서 어두운 밤길을 등불을 밝히며 찾아갈 수 있었다. 또한, 여러 캠핑카들을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캐러멜이나 비스킷 등을 얻으러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특히, 이탈리아에 있는 우리들의 친구인 Chicca가 가이아와 또래 나이이자 친구인 자신의 손자 Ema와 함께 영상 통화를 했을 때, 우리 커뮤니티의 아이들은 한데 뒤엉켜 뭉쳐서 시끌벅적하게 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에, Ema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Chicca에게 물었다고 한다. 포르투갈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느냐고,,,,,참으로 난감한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Chicca는 간단히 안부 인사를 남기며 영상 통화를 마무리하였다. 이런 코로나 시대에 과감히 이이들이 문을 두드린다. 똑똑똑! 오늘 하루도 우리들의 아이들에게"평범"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우리 커뮤니티는 또 노력해간다. 


가이아의 마녀분장, 율이의 군인 해골 분장


이번 할로윈의 아이들의 분장을 얘기하자면, 당일치기 급조로 모양을 갖춘 다이나믹한 이벤트였다고 할 수 있다. 가이아는 "마녀" 분장을 하고 싶다고 했고(그것도 할로윈 당일날!), 우리는 함께 어떤 마녀 의상이 마음에 드는지를 여러 이미지들을 (재빨리) 보며 골랐다. 가지고 있는 남은 천들을 동원해서 코르셋을 제작하고, 검은 펠트지를 이용해서 마녀 모자를 만드니(급조한 티가 많이 날라나?), 제법 "꼬마 마녀" 모습을 갖추었다. 마지막으로 얼굴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일만 남았다.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에 하는 얼굴 분장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주먹만치 조그마한 얼굴에 붓을 대기 시작했다. 아들 율이는 언제나 그렇듯, 장식이나 화려한 치장보다는 단순화고 모던한 것을 선호했다. (성질이 급해서 어쩌면 빨리 만들어지길 바래서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항상 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해골 마스크를 팰트지로 오리고, 얼굴 전채를 뒤집어쓸 수 있는 검을 모자를 제작하여 그 위에 해골을 바느질로 붙였다. 이미 해골 뼈 야광 무늬의 검은 티셔츠가 있건만, 한창 군인, 전쟁, 무기 등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인지, 위아래로 모두 군인 무늬의 옷으로 갈아입고선, 자신은 전쟁에서 죽은 군인이 해골로 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한다. 


똑똑똑! Treat or Trick!
똑똑똑! Dolcetto o Scherzetto!


아이들은 여러 캠핑카들을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렸고, "Dolcetto o scherzetto!"(사탕 주면 안 잡아먹지~의 이탈리아 어)를 외쳤다. 그렇게 조금씩 아이들의 조그마한 주머니 속에 달콤한 비스킷이나 캐러멜, 초콜릿들이 채워졌다. 



가이아의 멕시코식 분장이 마음에 들었던지, 아이들이 하나둘씩 우리 집시의 집에 모여들었다. 각기 아이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마친 뒤, 모두가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각기 가족들이 정성 들여 준비해온 따뜻하고 맛난 음식들을 모닥불에 다 같이 둘러앉아 나눠 먹고, 기다란 나뭇가지에 빵 반죽을 붙여서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구운 빵을 마시멜로를 구워 먹듯이 맛있게, 즐겁게 먹었다. 모닷불을 한가운데에 놓고 둘러앉은 우리들은 모두의 얼굴과 마주한다. 모닥불이 전해주는 따스한 기운, 멈추지 않고 활활 타오르는 불의 움직임, 마른 나뭇가지들이 타 들어가는 소리와 냄새, 붉게 자신을 불사르다가 점차 점차 검게, 하얗게 재가 되어 바닥에 떨어지거나 약한 바람에 연기와 함께 날아가는 이 경이적인 과정을 말없이 지켜본다.  



밤이 깊어지면서 Anthea와 Grant의 연주가 더해졌고, 모닥불 한가운데에 놓고 둘러싼 우리들을 또 다른 세계로 데려가 주었다. Grant가 기타를 치며 반복되는 리듬을 연주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며 그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리듬을 따라 노래를 불러본다. 가사는 모를지언정, 우리는 같은 화음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Anthea의 아이리쉬 피리와 Tomas의 북소리, 나의 박수(Palma) 소리가 어우러지고, 이에 가이아는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예전에 세비야에서 마주하던 플라멩코 Magic Time처럼! (마법의 시간이 열리는 그 순간,,, 플라멩코를 만나다. https://brunch.co.kr/@anachoi/10 참고) 음악과 모닥불과 가슴이 뜨거운 사람들이 모여 또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하룻밤을 보름달이 밝게 비치는 하늘 아래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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