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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시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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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Dec 16. 2020

 서로를 이어주는 파란 리본

# 022 스물 두번째 이야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내 배는 만삭이 되었다. 처음으로 집시의 집에 발을 들여놓은게 어제같기만 한데, 그리고 이 집시의 집에 들어와 얼마 되지 않아 내 안에서 새로운 새생명이 싹틈을 알았던게 꼭 어제만 같은데,,,, 벌써 열흘 뒤면 이 아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새로운 손님 과 시작 참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바깥 세상이 시끄럽고 점점 차단되고 소외 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시간은 계속 가고, 배속의 내 아기는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이 건강하게 잘 자라나고 있다. 단 한가지 걸리던 게 있다면, 원치 않은 두번의 제왕절개 수술 이후로 어느 곳에서도 세번째 출산에 자연분만을 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며 자연 분만을 할 수 있다고 감히 얘기해주는 의사는 없었다. 그럼으로써, 또 다시 세번째 제왕절개 수술을 앞두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달라진 병원 정책과 주치의의 실수로 산달이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수술 날짜를 못받은 애매한 상태가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 조르지오가 여느때처럼 커뮤니티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놀러나가는 것을 계획하였다. 언제나처럼 동행을 시도하려는 나와 아이들을 혼자 데리고 나가는걸 즐겨하는 남편이 부딫히는 순간이다.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옛 고성을 찾아가거나, 박물관, 자동차 경주 이벤트, 버섯을 찾기위해 산으로 가거나, 물을 뜨러 가는 길에 들르는 시냇물이 돌로 만들어진 미니 성을 거처 흐르는 숲, 가까운 공원, 해골이 한가득 있다는 옛 성당 등 이곳 저곳을 잘도 데리고 다닌다. 또한, 가기 전에 잔뜩 아이들에게 그날 가는 곳에대한 환상을 불어넣어 놓곤 한다. 원채 농담을 잘 늘어놓는 조르지오를 잘 아는 아이들은 이제는 속지 않을만도 한데, 그래도 재미있는지 계속 속아주는거 같다. 가령, 옛 고성에 들르기 전에는 그 고성의 역사와 함께 유령이 나왔다는 일화를 덧붙여, 아이들에게 가기전에 이것저것 준비해 올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유령과 대적할만한 갖가지 무기들과 뱀파이어를 대비해서 마늘을 준비하기도 한다.


남편은 함께 가려는 나를 말리며, 오늘은 특별히 커뮤니티의 친구들이 산달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나와 나의 아이를 위한 깜짝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뜸해 주었다. (깜짝 파티라기엔 이미 알아버렸지만 말이다...하하하) 파티의 주인공이 되는 일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고, 쑥스럽고 낮간지러운 일이었다.  


만삭인 나와 아기를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해준 Anthea, Dani, Ines, Vale


언제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들이 뒤섞여서 활기가 넘치던 커뮤니티  땅이 아이들과 모든 아빠들이 함께 떠나자 고요해졌다. 12월 초라고 하기엔 꽤 따스한 남부 포르투갈의 오후에 커뮤니티 친구들은 우리의 집시의 집에서 언덕을 올려다 보았을때 저 멀리 보이는 Caruga 카루가 나무로 나를 초대하였다. 커다란 Caruga카루가 나무 밑에 돗자리를 펴고 푹신한 쿠션들과 직접 정성들여 만든 Ines의 foccacia포카차, Dani의 humuse  휴무스와 따스한 차, Vale의 guacamole, Anthea의 유명한 브라우니가 준비되어있었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음악이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또한, Caruga 카루가 나무에는 주황색 리본들이 걸려져 산들바람에 나풀거렸다. 언제 이렇게 준비를 해주었는지!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들의 따스한 초대에 나는 인도의 왕비처럼 가장 편안한 자리에 다리를 풀고 앉았다.


 생명이 태어나기까지 걸리는 9개월이란 시간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옆에서 잘 돌봐주고 지켜주는 나의 남편 지오르지오라 할지라도! 왜? 그는 남자니까! 아기를 낳아 본 적이 없잖은가! 렇기에 이렇게 모인 우리 5명의 위대한 엄마들이자 여자인 우리들은 각자 자신들의 경험들을 들려주고 서로를 위로해주고 돋아 주었다. 특히 마지막 달이 되면, 육체적으로 몸이 무거워지면서 오는 몸의 피로와 몸의 변화, 산달이 다가옴으로써 오는 설명 하기 힘든 호르몬의 변화와 기분의 고조, 불안감, 그리고 동양의 꿈 해몽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분만 경험들과 그때 느꼈었던 감정들을 함께 나누었다. 또한, 그녀들은 나를 위해서 3가지 선물을들 준비해 주었다.

배불뚝이 나는 마사지 받을 준비 중



첫번째로는, 마사지로, 오스테오파따를 오랫동안 공부했던 Anthea가 주도해 주었다. 따스한 모피를 바닥에 깔아주고,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모든 친구들이 라벤더 오일을 손에 묻혀서 번갈아가며 마사지를 해주었다. 평소 똑바로 누워서 자는 나로썬, 요즈음 같이 옆으로 누워서 밖에  잘 수 없는 상황에서 뭉치는 목과 어깨의 근육이 그녀들의 손을 거치면서 나를 젤리처럼 녹여주었다. 10개월 된  June를 데리고 있는 Ines로써는 마사지를  해주는 대신,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물방울처럼 잔잔히 퍼졌다. 옛날 채집 수렵을 하던 시절의 단순하지만 무엇이 진정 중요한지 알았던 선사 시대의 부족들의 이야기들이었다. 이런 부족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잃어버린 본능과 본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게끔 해준다. 요즈음처럼 복잡하고 하이테크놀로지로 인해 뒤 돌아볼 틈 없이 모든것들이 너무도 빨리 빨리 변해가고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인 탄생과 죽음 중 탄생의 순간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런 진귀하고도 중요한 순간을 그녀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두번째 선물은, 고대 인디언들은 누군가가 임신을 하면, 부족들이 임산부와 함께하기 위해서 아이를 낳는 순간까지 같은 끈을 몸에 다 함께 걸치고 있는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그녀가 혼자가 아님을, 그 부족의 모든 일원이 그녀와 함께 함을 의미하고, 힘을 준다는 것이다. 약 8년반전, 남편 조르지오의 아프리카 친구 중 랏이란 친구가 나의 임신 소식을 듣고, 자신의 나라의 기념품 중 하나인 가죽 팔찌를 나에게 선물로 주었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나는 이 팔찌를 첫 아이인 율이를 가진 임신 기간 내내 단 한번도 빼지 않았고, 율이를 낳기 위해 들어가는 수술실 직전까지 팔목에 걸치고 있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녀들이 부족의 일원과 마찬가지로 나와 함께 해주기 위해서 같은 색의 파란색 리본을 각자의 팔목에 묶었다. 우리들의 마음이 이 팔찌 리본처럼 연결되어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그녀들도 나도 이 파란색 리본을 걸치고 있을 것이다.


Dani가 들려준 여자 샤먼에 대한 책


세번째 선물은 나의 배에 멋진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었는데, 우리들의 수다가 너무 길어져선, 결국은 생략되었다. 또한, Dani가  여자 샤머니즘에 대한 책을 가지고 와 주었는데, 아이의 탄생에 대한 부분을 읽어주었다. 그 글귀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Essere incinta e dare alla luce una creatura è per una donna la via più potente per entrare in contratto con le forse del mondo naturale. ........ Le donne venivano scelte come sciamane immediatamente dopo il parto. Questa connessione tra i poteri sciamanici e la nascita è simbolicamente dimostrata anche della presente.

임신하고 새 생명을 낳는 것은 여성이 자연계의 힘과 계약을 맺는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 ........ 출산 직후의 여성들은 샤먼처럼 선택되었습니다. 무속의 힘과 탄생 사이의 이러한 연결은 현재에도 상징적으로 입증됩니다.


그렇게 여자들끼리의 멋진 오후의 다과회 파티가 나들이에서 남편들과 아이들이 돌아옴으로써 끝이 나고,  모두가 함께하는 저녁식사 시간으로 이어졌다. 나와 아이를 위해 모든 커뮤니티의 일원들이 모여주었다. 서로가 따스하고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가슴깊이 안아준다. 이런 축복 속에서 태어날 우리들의 아이는 정말 복을 많이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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