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5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난 어릴 적부터 싸돌아다니길 좋아해서 놀이터 흙먼지에 옷이 너덜너덜할 때까지 놀다 해가 다 질 때쯤 집에 들어와 바로 저녁을 먹곤 했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보니 부모님께서 주시는 동생에 대한 사랑을 봐도 동생을 한 번도 질투한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나는 동생과 크게 싸워본 적도 없고, 동생에게 화낸 적도 없었다. 아니, 딱 한 번. 내가 초등학생이던 때, 어린 동생이 내가 숙제로 만든 장난감을 갖고 주지 않길래 머리를 친 적이 있었다. 그때 동생이 나 때문에 처음으로 울었는데, 나만 기억하지, 동생은 다 까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난꾸러기 착한 오빠의 기억만 있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서 나는 동생 방 문지방을 자주 드나들었다. 재수하고 친구들에게 내 꼴을 보일 수 없어 친구들을 피해다닐 때, 시민단체를 하며 주변 사람들한테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때, 항상 동생 방 문손잡이를 잡고 들어와 동생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가끔 동생도 진로 문제, 가족 문제, 친구 문제에 관한 얘기를 하러 내 방에 들어왔지만, 내가 동생을 만나러 동생 방에 들어갈 때가 더 많았다. 그러면 착한 내 동생은 내 얘기를 듣고 공감하고 화내고 웃어준다. 그 반응이 좋아서 나는 일부러 엉뚱하고 과장된 행동을 하며 동생을 웃기곤 하는데, 유머가 실패할 때는 동생은 나를 비웃고 손을 휘적휘적하며 말한다.
"오빠 나가."
동생은 거의 모든 걸 참고 속을 앓는 성격이다. 내 얘기를 들어줄 때도 자기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데, 엄마 외에는 속 깊은 얘기를 거의 안 하는 듯하다. 그래서 가끔 동생도 설움이 터져 문손잡이를 잡고 내 방에 들어와 울음을 쏟을 때, 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동생을 토닥토닥 안아주며, 내 방에 있는 초콜릿에, 사탕이고 동생 입에 쑤셔서 넣어주곤 한다. 그때 되면 동생도 기분이 풀리는데, 그제야 웃으면서 이런저런 일상 얘기를 하곤 한다.
동생은 사람도 착하고, 어찌 보면 소심해서 공적인 전화를 무서워하고 인간관계도 진저리를 낸다. 그래서 내가 대신 전화하는 경우도 참 많고, 내가 겪은 인간관계를 알려줄 때도 있다. 그러면 동생은 "어떻게 그렇게 해... 나 같은 아싸는 못해"라 하면서 나를 뚱하게 바라본다. 그런 모습이 귀여워 "우리 애기, 우리 애기" 하며 동생 머리를 쓰다듬으면, 동생은 눈썹을 치켜들고 입을 '읍'하고 삐쭉하며 나를 째려본다. 그리고 또 손을 휘적휘적한다.
"오빠 나가."
난 이런 속 깊은 동생이 참 대견스럽기도 하고, 소심한 동생이 참 귀엽기도 하다.
귀여운 내 동생, 착한 내 동생. 언젠가, 언젠가 나도 언젠가, 일상도 편하고 마음도 넉넉하면 초콜릿 말고도 이것저것 잔뜩 선물해 줘야지. 우리 동생 행복하면 나도 행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