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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S Oct 15. 2024

나에게 아름다웠던 시간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를 한 잔 내려마셨다. 향이 좋은 커피는 나를 그 시절로 데려간다. 고풍스러운 영국식 건물로 가득하고 왠지모르게 커피향이 가득한 그 장소가 내 머릿속을 차지한다. 나는 18년도에 시드니 워홀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나는 인생 처음으로 커피를 배웠고 카페에서 일해보았다. 그다지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기억은 나에게 늘 하이라이트가 된다. 심지어 당시에는 스스로 무척 좋은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었다. 이상하게도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 지속적으로 그 시절이 미화돼서 머릿속을 맴돌곤 한다. 그 시절로 가는 촉매제는 커피향, 좋은 날씨, 지쳤을 때 등 다양하다. 마치 첫사랑처럼 아련하게 느껴진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왜 이런식으로 생각의 흐름이 작동하는 지 모르겠다. 막상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면 별게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청승맞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난 것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모두 죽음이라는 같은 방향을 향해서 가고 있다. 나이를 먹을 수록 추억에 젖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하지 않던가. 감성은 실용적인 면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때때로 잠깐 기분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가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 대상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우리의 마음이라고 하지않던가. 어쩌면 나는 시드니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다시 이런 감정들을 생성할 수 있을까. 늘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것은 왠지 좀 아쉬울것 같다. 아름답게 기억되는 시절이 한 개 정도 더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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