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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S May 20. 2021

서른 즈음에

  멋모르고 살던 10대가 지나가고 열정만 가득하고 어리숙한 20대가 지나서 30살이 되면, 마침내 삶이 유한하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꿈을 는다는 명분으로 취업을 뒤로 미루기 어렵고 경험이란 명분으로 아무하고 연애하기 부담스러워진다. 그렇게 나의 삶의 영역이 점점 좁아져간다. 피터슨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10, 20대의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잠재력은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 10, 20대에는 그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 많은 새로운 경험과 맞닿뜨려야 한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세상과 부딪히는 경험들은 흥분되면서도 무척 혼란스럽고 힘겨운 과정이다. 그 후에 서른이 되면 비로소 자신의 성향과 재능을 꽤 자세하게 알게 된다.

   이쯤 되면 이제 세상에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이 있다는 말은 거대한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한다는 의미로, 사회에서 한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뿌리를 내리는 데,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인생의 요소이다. 직업을 가진 후에는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아야 한다. 내가 글에서 자주 인용하는 말이지만 프로이트는 인생은 일과 사랑이 전부라고 말했다. 서른이 되면 이 말이 보다 크게 와닿는 것 같다. 내 인생이 이제 일하고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하는 일이 전부라고 말하면 뭔가 서글플까? 글쎄... 사람은 나이에 맞게 사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서른이 되어서도 직장을 가지는 것을 미루고 반려자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마흔이 되어서는 돌이킬 수 없이 삶이 비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마흔은 반드시 다가온다는 사실은 인정할 것이다.   그 사실을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면 당신의 마흔은 결코 만족스럽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늙어가는 것은 현실이며 노화로 인한 고통은 피할 수 없다. 그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실을 똑바로 마주 보며 나이에 따라 적절한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당신이 정말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사는 방식과 비슷하게 살면 된다. 왜 직업을 가지고 결혼을 해야 하냐고? 간단히 대답하면 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인생에는 리허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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