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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쌤 카이지 Apr 17. 2023

"질문만 하면 다 된다"는 오해,
'나쁜 질문'도 있다

말 많이 하는 당신이 '불통'인 이유 Vol. 5

우리가 상대에게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일방통행'을 하지 않기 위해섭니다. 대화는 '의사소통'이죠. 질문과 대답이 매끄럽게 이어져야 좋은 대화입니다. 그런 대화가 모여서 소통이 됩니다.


그런데 질문을 던졌을 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대부분 본인도 기분이 상합니다. 배려를 했는데 성의가 무시당한 것 같아서죠. 대화는 끊어집니다. 심지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며 화를 낼 때도 있습니다.


질문을 무턱대고 많이 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닙니다. 좋은 질문이 있는 반면 '나쁜 질문'도 있기 때문이죠.




#'나만 궁금한 질문'에 상대방은 화가 난다


▶"솔직하게 말해봐, 너 여자친구랑 헤어졌지?"
▷"무슨 말이야?"
▶"다 들었어, 편하게 얘기해 봐~ 왜 헤어졌어?"
▷"누구한테 뭘 들었길래 이래?"


진짜 친한 친구라고 해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훅 들어오면 '경적'을 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대화 분위기에서 친구는 속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요? 예능 프로그램 제목이 생각납니다. '안 싸우면 다행이야'. 


어떤 부분이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요?


나만 궁금하고 상대는 말하기 싫은 내용을 직접 꺼내 물었기 때문입니다. 더 안 좋은 것은 민감한 내용을 질문해놓고선 답을 들을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것도 본인이 '헤어졌다'고 기정사실화 한 뒤 집요하게 이유를 묻습니다. 사실상 캐물은 것이죠.


불필요한 정보도 줬습니다. 이미 다른 누군가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사실대로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도 말이 쏙 들어갔을 겁니다. 대답을 듣지도 않았는데 "왜?"냐며 이유를 물었습니다.  친구가 아니라 취조실에서나 나올 대화입니다.


내가 궁금해서, 이유를 알고 싶어서 물어보는 질문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못해 대답을 해도 이미 마음은 상할 대로 상했고, 이 때의 '나쁜 기분'은 오래 이어질 겁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 ‘증인’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 질문의 중심도 '상대방'이다


진심으로 대화를 하려면 대화의 중심을 '나'가 아닌 '상대방'에게 둬야 합니다. '소통'은 거기서 시작됩니다. 당연히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을 하기 전에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나한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떨까?'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습니다. 대화를 다시 해보겠습니다.


▶"요즘 여자친구랑은 잘 지내? 최근엔 여자친구 얘길 잘 안 하는 거 같아서."
▷"아니, 뭐…"
▶"무슨 일 있었어?"
▷"사실, 헤어졌어. 한참 됐는데, 언젠가부터 사소한 걸로도 말다툼을 크게 하더라고."


"질문을 할 때마다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해요?"


이렇게 물으실 수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대화 내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가졌어도 질문 하나에 깨져 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아직 상대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마인드셋'을 확실하게 세워놓지 못한 겁니다.



#"'네', '아니요'로만 대답해" 대화를 닫아 버리는 '닫힌 질문'


이 부장 : "김 대리는 아이가 있나?"
김 대리 : "네"
이 부장 : "아들이야 딸이야?"
김 대리 : "아들만 둘입니다."
이 부장 : "학교는 들어갔나? 몇 살이지?"
김 대리 : "아, 4살이에요"


새 얼굴이 등장할 때마다 쉽게 들을 수 있는 '호구 조사' 대화입니다. 대화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죠? 이 부장이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으면 대화도 끝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대리가 대답을 하기 싫어서 짧게 답하는 게 아닙니다. 이 부장의 질문이 '단답형 대답'만 유도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하겠다'는 리더들이 이런 질문 패턴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나름 관심의 표현이라며 질문은 하는데 짧은 대답만 이끌어낼 뿐 대화를 이어가지 못합니다. 이 부장은 반응도 신통치 않은데 계속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김 대리는 자세하게 물어보지도 않은 아이들 이야기를 해야 할지, 한다면 어디까지 하는 게 맞는지 난감했을 겁니다. 이 '스몰 토크'로 두 사람은 어떤 정보도, 호감도 얻지 못했습니다.


이런 '닫힌 질문'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나 정보를 얻을 때 쓰면 유용하지만 '스몰 토크'에서는 '아이스 브레이킹'이 아닌 분위기를 '아이싱'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대답은 상대가 선택한다…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열린 질문'


상대가 어떤 대답을 할지 선택해 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질문이 '열린 질문'입니다. 상대가 자유롭게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YES"나 "NO"로 밖에 대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없습니다. 자유롭게 본인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을 해서 대화의 물꼬를 터줘야 합니다. '나는 들을 준비가 돼있으니 이야기를 해볼래요?'라는 메시지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이런 질문을 들을 때 상대방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게 됩니다. 질문을 한 사람은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을 그 이야기를 통해 파악할 수 있죠. 추가 질문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탐구합니다. 답을 듣다 보면 상대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게 되고, 말하는 사람은 자신을 존중해 주는 상대에 호감을 느낄 겁니다.



#'열린 질문'도 내가 '넘겨짚으면' 꼬인다


"김 대리, 거래처에 물어봤어요? 뭐라고 하나요? 계약한다고 하죠?"


열린 질문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질문을 하는 사람이 '답'을 머릿속에 정해놓고 물어보는 상황입니다. 계약 성사 여부가 무엇보다 궁금하겠지만 질문을 받은 김 대리는 상당히 당황스러울 겁니다. 

계약이 잘 풀렸어도 이미 상대는 '성사 됐다'는 걸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김이 새죠. 계약이 잘 안 됐다면 어찌어찌 설명은 하더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을 겁니다.


상대의 생각이나 어떤 일의 결과를 추측하거나 넘겨짚고 하는 질문은 아무리 '열린 질문'이라도 대화를 매끄럽게 이끌어갈 수 없습니다. 형식은 질문이지만, 상대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본인이 듣고 싶은, 본인이 궁금한 내용을 말하길 강요하는 것이니까요.



#질문이든 대답이든 '한 템포'만 참아보세요


"김 대리, 내일 저녁때 시간 좀 있어?"
"저, 선약이 있는데요."


이런 대화도 일상 다반사로 이뤄집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용건만 말한 깔끔한 대화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어차피 술 마시자고 하겠지? 안 된다고 해야겠다.' K-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생각회로죠. 그렇지만 대화의 측면에서 보면, 이 대화는 질문한 사람이 무안함을 느낀 채 그냥 저렇게 끝났을 겁니다.


김 대리의 답에서 아쉬운 점은 질문한 사람이 어떤 용무 때문인지 듣지 않고 답을 했다는 겁니다. 70%(?) 정도의 확률로 "술을 마시자"는 용건으로 물어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레 PT 때문에 퇴근 전에 30분만 짧게 미팅을 해야 할 거 같아서" 이런 예상치 못한 답이 나올 수도 있죠. "와이프가 일이 생겨서 내일 저녁때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네, 30분만 먼저 퇴근해도 될까?" 이렇게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을 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저렇게 칼 같이 끊었다가 다른 용무였다는 걸 알고 민망했던 적이 많습니다.


"저녁때 특별한 일 있어요?"
"선약이 있긴 한데요. 7시 반에만 나가면 되니까 그전에는 괜찮습니다."


상대가 질문을 했을 때, 의도를 잘 모르겠다면

이렇게 한 번 더 확인을 해보고 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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