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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쌤 카이지 Apr 19. 2023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설득'한다고?

말 많이 하는 당신이 '불통'인 이유 Vol. 6

설득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진로, 직업을 바꾸거나 연봉 협상을 할 때, 혹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려고 해도 당사자나 상대를 설득해야겠죠. 집이나 자동차 등 비싼 물건을 사고팔 때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여행 갈 장소를 정하거나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도 상대가 동의해야 할 수 있습니다. 설득에 실패하면 내키지 않는 곳에서 휴가를 보내야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죠.


우리는 매일 설득을 하고 또 설득을 당합니다.




알겠으니까, 그냥 좀 집에 가자, 응?

한 아이가 백화점 한 매장 앞에서 드러누웠습니다. 변신 로봇 '또봇'을 사달라고 울며불며 조르는 겁니다. 자꾸 신제품을 내놓는 장난감 회사가 원망스럽지만, 그럴 새가 없습니다. 이번엔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집에 이미 다른 또봇 시리즈 '또봇 Y'랑 '또봇 Z'가 2개나 더 있으니까 집에 가자고 설득합니다. 들을 리가 없습니다. 집에 있는 건 있는 거고 이건 다른 모델이라고 합니다.

이번달에도 다른 장난감을 이미 5개나 사줬으니 안 된다고 반격했습니다. 친구들은 다 있는데 자기만 없다고 받아치며 땡깡을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부모도 알았으니까 그냥 오늘은 집에 가자고 함께 조릅니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설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그런데 이들도 설득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집어던지는 아이들도 많죠. 그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대부분 "던지면 안 돼!, 당장 가서 가지고 와!" 이렇게 일단은 던지는 행위에 대해 혼을 내고 못하게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더 합니다.


#상대를 이해해야 '설득'이 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왜'에 집중합니다.


'왜 던졌을까?' 뭔가 하고 싶은데 잘 안 됐을까. 뭔가에 불만이 있거나 엄마의 관심을 끌려는 목적은 아니었을까. 원인을 먼저 찾습니다. 그리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아이와 대화를 합니다. 아이의 욕구를 충분히 공감해 주고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래도 폭력적인 행동은 안 된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어 줍니다. 욕구가 해소된 '금쪽이'는 성질을 누그러뜨립니다.


'금쪽이'가 이런 변화를 일으킨 것은 "하면 안 돼"라는 강압적인 주장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본인 스스로 알게 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행동에 집중하지 말고 그 안에 숨은 원인을 찾아 접근하면 설득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과정을 알아야 상대의 상황을 읽을 수 있다


양동이 세 개가 있습니다.

양쪽에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가운데엔 미지근한 물이 있죠.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에 각각 30초씩 손을 담갔다가 동시에 가운데, 상온의 물에 넣어보겠습니다. 결과는 어떨까요?

같은 양동이에 넣었지만 뜨거운 물에 있던 손은 찬물처럼 느껴지고, 차가운 물에 있던 손은 따뜻하다고 생각될 겁니다.


로버트 치알디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교수가 쓴 고전 '설득의 심리학'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로버트 교수는 가운데 양동이를 '설득의 메시지', 즉 요청하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내용은 같은데 상대방이 그전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현재의 경험이 180도 다르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차가움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무언가를 권해야 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그런데 겉으로만 봤을 때, 뜨거운 물에 있다 옮겼으니 차가운 게 필요하다고 단순하게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은 이미 우리의 예상보다 이미 더 차가움을 느끼고 있는데 말이죠.


'대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상대방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야 한다는 내용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대화도 결국 상대의 마음을 간파한 사람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인정해야 설득이 성공한 것이다


그래, 당신 말을 듣고 보니 이사를 가야겠네

제 입에서 이 말이 나올 때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도심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당시 살고 있는 집은 '직주근접', 직장도 매우 가까웠고 주변 어디든 공원이 있는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기약은 할 수 없지만 재건축 이슈도 있었죠. 강남에 가려면 30분에서 1시간은 차를 타야 했고, 대중교통 여건이 불편하긴 했습니다.

이사를 가게 되면 더 낡고 좁은 집에서 살게 됩니다. 그런데도 몇 억 원을 더 얹어 줘야 합니다. 회사까지 거리는 3배 이상 멀어집니다. 왜 굳이 더 불편하게 살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지금 현실에 안주하면서 살긴 싫다, 뭐라도 해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아내 입장이었습니다.

알겠는데, 그걸로는 납득이 안 됐습니다. 아내는 작전을 바꿨습니다. 실제 두 지역의 2년간 거래 가격을 비교해 보여줬습니다. 주변 개발 과정, 재건축 과정 등을 알아보고 설명해 줬습니다. 보니까 진행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 아내는 제가 부동산을 직접 돌면서 확인해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결국 제 입에선 저 말이 나왔습니다. 반박할 수 없는 근거를 댔습니다. 본인의 주장이 아닌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하고, 직접 듣게 했습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본인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인 거죠. 결국 제가 쌓은 철옹성(?)을 무너뜨린 겁니다.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잘 살고 있습니다.




근거도 없이, '내가 그게 맞다고 생각하니까'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하도록 하는 것. '또봇' 장난감을 사달라고 막무가내로 조르는 아이와 결과적으론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어른의 생떼'죠. 제목엔 '주장'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현실에서 상대방은 '강요'로 느껴질 겁니다. 


근거가 있느냐, 그 근거는 객관적이냐로 '억지'와 '설득'이 갈립니다. 거기에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해 더 적합한 조건이나 생각을 이야기한다면 마음을 움직일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죠.


양동이에 물을 넣은 손은 '나의 손'이 아니라 '상대방의 손'입니다. 내가 미지근하다고 느끼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뜨거운 물'에 있었는지 '찬 물'에 있다 왔는지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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