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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쌤 카이지 Apr 21. 2023

'감성 설득법'
호의는 좋지만 호구는 싫다

말 많이 하는 당신이 '불통'인 이유 Vol. 7

ㅇㅇ통신회사입니다. 핸드폰 공짜로 바꿔드리는 행사를…


하루에도 수 차례 오는 스팸 전화, 핸드폰을 공짜로 주겠다는데도 전혀 끌리지 않습니다. 아니,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아냈는지 기분이 나쁩니다. '언제 봤다고 나에게 혜택을 주겠어'라며 사기 아닌가 의심하는 거죠.


이유가 뭘까요? 상대가 설득을 하려는 대상이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이 경우엔 이런 전화 한 통에도 '혹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호의'엔 당연히 관심이 가지만 그 누구도 '호구'가 되긴 싫기 때문이죠.





'호구'


글자대로 풀이하면 '호랑이 입'입니다. 바둑에서 상대편 바둑알 석 점이 에워싸고 있는 형국을 말합니다. 그 안에 바둑돌을 놓으면 바로 잡아먹히죠. 호랑이 입에 먹이를 갖다 바친다는 의미로 '호구'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그것이 오늘에 와서는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호갱님'이라는 자식(?)도 낳았죠.



#'논리'와 '이성'의 설득이지만, 결국 키는 '감성'이 쥐고 있다


그동안 설득을 당해 온(?) 과정을 돌이켜 보겠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말이 된다 싶으면, 피해를 입기보단 이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 때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설득은 '이성'과 '논리'의 영역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스팸 전화 사례처럼 처음부터 끌리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죠. '믿음'이 없는 겁니다. 설령 정말로 핸드폰을 공짜로 바꿔주는 행사였다고 해도 '결국 어떤 식으로든 내 주머니를 털어 갈 거야'라는 의구심이 뒤따르는 거죠. 상대방이 뭔가 속는 기분, 의심이 가는 상황에서 설득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가격표가 없어 흥정을 해야 물건을 살 수 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거기선 뭔가 싸게 산 거 같다가도 항상 뒷맛이 개운하지 않죠. 바로 돌아서서 가격 검색을 해보고 후회하는 일도 많습니다. 바로 옆 가게에서 똑같은 걸 더 싸게 팔아 혈압이 오르기도 합니다. 다음부턴 좀 비싸도 가격표가 있는 물건 마음 편하게 사려고 하죠.


그런데 단골집에서 물건을 살 땐 어떤가요? 딱히 다른 곳 가격을 확인하지 않고도 마음이 편하죠. 심지어 '이렇게 싸게 팔아서 남는 게 있을까?'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성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설득', 결국 대화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감성'의 영역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감정이 전달이 돼야 말에 신뢰가 가고, 설득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모르는 사람을 설득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의도를 바로 드러내면 상대에겐 '스팸 전화'를 건 사람과 다를 게 없죠. 먹자골목에서 호객꾼들이 열성적으로 영업을 할수록 사람들은 더 멀리 떨어져 거리를 빠르게 통과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갈 겁니다. 한 번 박힌 '의구심'을 떨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스몰 토크'를 통해서 어색한 분위기도 없애고 공통점을 찾는 과정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이렇게 보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감정'과 '설득'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보입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저서 <수사학>에서 사람은 '논리'와 '감정', '신뢰'의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설득된다고 했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그 오래전부터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던 것이죠.



#이유 없는 설득은 '잔소리'다


"너 살 많이 쪘네, 운동 좀 해"


이렇게 말한다고 '아, 난 이제 살을 빼야겠어'라고 결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저 흔한 잔소리로 듣고 흘려버리겠죠. 안 할 겁니다. "공부해"나 "이제 결혼해라"도 비슷합니다. 나를 위한 말인 것은 알겠는데 계속 들으면 오히려 반대로 행동하고 싶어 집니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려면, 그 사람이 마음을 먹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왜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하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몸이 움직일 겁니다.


이때 일반적인 이유를 대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당뇨 위험 판정 나왔다며" 혹은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너무 자기 관리를 안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며"라는 등 그 사람에 '맞춤 근거'를 대야 합니다. 듣는 사람도 '동기 부여'가 되고 설득의 효과는 더 높아집니다.


이렇게 사적인 이유를 근거로 대면서 설득을 하면 상대는 인정하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있는 경우에 쓸 수 있습니다. 아는 사이로 그치면 안 되죠. 양쪽에 신뢰감이 있어야 합니다. 앞서도 살펴봤지만 사람 사이 신뢰감은 '스몰 토크' 등 사소한 접촉으로부터 쌓이기 시작됩니다. 여기에 상대를 면밀히 관찰할 시간과 정성을 추가해 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겁니다. 그러면 가능성은 더 높아지겠죠.



#'내가 직접 겪은 일'은 거짓이 없다


'소통'을 하는 데 있어 '진심'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이루는 수많은 대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거짓 없는 '진심'이고 그것이 상대를 움직인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듣는 사람이 나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 것, 그게 '소통' 아닐까요?


설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해보려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대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마음이 움직입니다. 가장 꾸밈이 없는 사실은 '본인이 경험한 것'이겠죠. 그래서 자기소개서에 되도록 많은 에피소드를 활용하라고 가르치는 겁니다.


전 편에서 다뤘던 저의 '이사 에피소드'를 실제 이사를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면 집중도가 훨씬 올라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고민과 선택의 과정, 그 결과까지 이사의 과정, '한 사이클'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부동산 관련된 일을 했다면 실제 설득 과정에 많이 활용했을 겁니다.


어떤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실제 그 물건을 쓰고 있는 사람의 의견은 어떤 광고보다 큰 설득력이 있겠죠. 기업들이 고객의 '사용 후기'를 관리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비슷하고 익숙한 것에 호의를 느낀다


친한 지인들과의 '처음'을 떠올려봅시다. 사소한 공통점으로 시작한 대화가 그 출발지였을 겁니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환경이나 경험을 한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엽니다. '학연' '지연'이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고 있으면서도 없어지지 않는 이유겠죠.


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써가면서 광고를 하는 이유도 '익숙함'으로 선택을 받기 위해섭니다. 아무리 세월이 변했어도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전통시장에 가서 떡볶이를 먹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직접 본 게 아니라도 자주 노출이 되면 어느새 신뢰가 쌓이니까요.




결국 설득이라는 목적을 가진 대화도 상대방에 대한 공감 능력에서 성패가 갈립니다. 논리적인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만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했죠. 그런데 논리 역시 듣는 사람을 고려해 구성을 해야 합니다. 상대의 심리를 읽고 배려해야 공감을 할 수 있죠. 그래야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다이어트'에 돌입하게 할 수 있는 겁니다.


호의는 좋지만 호갱님은 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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