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이 하는 당신이 '불통'인 이유 Vol. 8
진짜 영혼까지 갈아 넣어서 준비했는데,
부장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안 하고 그냥 가버리는 거 있지?
기운 빠지고 기분도 안 좋아
아내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꽤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한동안 바빴습니다. 반응도 좋았고 잘 끝냈다고 합니다. 수고 많았다는 의미로 집에서 조촐하게 치맥 파티를 준비했는데, 정작 주인공 기분이 별로입니다.
"당신이 이번 일에서 얼마나 활약했는데 다 아는데,
후배들은 너무 고생하셨다고 다들 그랬다면서…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좋은 말로 달래주긴 했지만 맥이 빠지는 기분, 충분히 알 것 같습니다.
한 대기업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직장 상사로부터 듣고 싶은 말'이 주제였죠. 1위가 '수고했다'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40% 가까운 직원들이 꼽았는데, 우리가 얼마나 '칭찬'에 인색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식욕 다음으로 왕성(?)한 욕구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하죠. 이렇게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더라도 칭찬은 상대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대화를 통해 유대감을 만들어줍니다.
"오늘 기사 잘 썼어, 수고했어~"
"A 씨를 인터뷰했네? 기자들 잘 안 만나 주는데 어떻게 연락할 생각을 했어?
그 인터뷰가 들어가니까 기사가 확 사네"
둘 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칭찬을 듣는 입장에선(?) 두 번째 대화를 할 때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단순히 칭찬을 길게 해 줘서 그럴까요?
사실 첫 번째 대화에선 "넵~ 감사합니다"라고밖에 못 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대화에서는 할 말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래요? 일단 시작할 때부터 A 씨 섭외가 안되면 안 쓴다라고 생각했어요.
가서 만나줄 때까지 계속 기다렸죠. 의외로 찾아오는 사람은 많이 없던데요?"
결과뿐 아니라 과정을 지켜봐 준 것에 상대는 감동합니다. 칭찬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게 되죠. 또 한 가지는 칭찬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이야기할 기회도 줬다는 겁니다. 질문을 했기 때문이죠. 칭찬해 주는 사람이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돼있다는 생각이 들면 상대는 마음을 열고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동안 노력해도 결과가 잘 안 나와서 많이 속상해하셨는데,
이번에 실적도 좋고 승진까지 하시게 돼서 제가 더 기쁘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승진을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 카카오톡을 받게 되죠. 결과를 직접 칭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승진 축하드려요."는 어떻게 말을 바꿔해도 생일에 "생일 축하한다" 정도로 받아들여집니다. 반면에 과정을 칭찬하고 격려하려면 상대방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합니다. 그 진정성에 듣는 사람이 더 감동하는 겁니다.
칭찬을 할 일이 생겼을 때 무조건 '잘했다'고 하기 전에 그 사람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봅니다. 우리 생각보다 상대방은 나의 '칭찬 과정'에 더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남들이 다 해주는 칭찬, 굳이 나까지 해줘야 하나, 말 안 해도 알겠지'
알게 모르게 가족이나 정말 친한 지인들끼리는 칭찬을 잘 안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본인은 다른 사람들과는 관계 자체가 다르고 더 '특별'하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전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칭찬은 안 하게 되고, 잘못에 대한 지적은 즉각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래서 충돌도 자주 빚어지는데, 그렇다고 사과도 잘하지 않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냥 넘어갑니다. 그게 쌓여서 더 큰 충돌을 일으키죠. 이것도 다 '친하니까 괜찮다'는 생각에서 나온 겁니다.
칭찬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은 것은 인정 욕구가 해소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죠. 한 연구를 보면 모르는 사람들보다 배우자, 부모, 형제 등 가족이나 친한 친구 등 본인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았을 때 자존감이 더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밖에서 떠들썩하게 생일잔치를 하고 왔어도 집에서 가족들과 또 하고 싶은 마음이죠.
오늘 퇴근길엔 주변 사람들 중에 누구 칭찬해 줄 사람 없을까, 살펴보는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