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이 하는 당신이 '불통'인 이유 Vol. 10
"너 요즘 힘들어 보여서, 당 충전하라고 케이크 사 왔어"
▶ MBTI 'T' - "내가 힘들어 보였다고?"
▶ MBTI 'F' - "완전 감동이야~ 고마워"
"나 면접에서 떨어졌어"
▶ MBTI 'T' - "면접 봤었어? 그럼 전에 얘기를 했어야지! 몇 단계까지 갔는데? 왜 떨어졌어? 질문은 뭐 하디?"
▶ MBTI 'F' - "에고~ 많이 속상하겠다, 다음엔 꼭 합격할 거야!"
같은 질문에도 성향에 따라 이렇게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MBTI 'T' 유형인 사람들은 '공감을 글로 배웠다'고 하죠. 그래서 의도치 않게 대화 중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다른 방식'으로 위로를 해주고 있는 것인데요.
지인이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말을 듣자마자 'T'들은 생각하죠.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에서 면접을 봤는지, 문제는 어떻게 나왔는지,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속사포처럼 묻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해답을 찾는 거죠. 아는 게 나오면 '폭풍 잔소리'가 이어집니다. '이 상황에서 위로는 사치다'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상대의 마음은 '안중'에서 멀어집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듣죠.
난 해답을 얻으려고 말한 게 아니야. 그냥 좀 들어주면 안 돼?
'T 유형'의 사람을 대변하거나 잘못했다고 지적할 의도는 아닙니다. '선한(?) 의도'라고 해도 공감이 없는 대화는 상대에겐 그저 '잔소리'로 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 겁니다.
제가 'T 유형'의 전형적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그냥 좀 들어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서운했죠. '제 방식의 위로'였는데 아내가 몰라주니까요. 그다음부터는 잠자코(?)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끝났을 때쯤 '이 정도면 됐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저의 이야기'를 쏟아 냈습니다. '대화'를 빙자한 '솔루션 타임'이 이어집니다. 전 오은영 박사가 아니죠. 결국 또 참지 못했던 저는 또 저 말을 듣고 말았습니다. 그냥 좀 들어달라고요.
대화, 특히 '스몰 토크'는 '그냥 말이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은 내 이야기를 하고 공감을 얻을 때 자존감이 오르면서 스트레스도 풀리니까요. 목적 자체가 '공감'인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정치적이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저처럼(?) 솔루션을 주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런 대화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감 대화엔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고, 대화 도중에도 감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면 끊어버리기도 합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는 막말도 하죠.
'틀렸다'라기보다는…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은 대화 방식'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본인 머릿속에 있는 '대안'이 '정답'일 지라도 상대가 마음에 준비가 안 되면 '무용지물'입니다.
힘들었겠네
한 번은 끝까지 들어봤습니다. 제 말이 끼어들려고 할 땐 허벅지도 꼬집어(?) 가면서요. 그리고 다독여줬습니다. '글로 배운' 공감이지만 시도해 봤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기회만 되면 말을 하려고 안달(?)이 났던 '솔루션'의 대부분을 아내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 내가 다 떠안고 혼자 일 처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건 알아.
그런데 누군가에게 맡길 수 없는 상황이었어
다 듣고 보니 그 상황에선 저 역시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도 모르면서 굳이 기분 상한 상대방의 기분을 더 안 좋게 하면서까지 현실을 인식시키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죠.
결국 공감의 시작도 '경청'입니다. '경청하지 않으면 꼰대가 된다'고 앞선 글에 쓴 적 있습니다. 그리고 '넘겨짚는 행위'가 대화에 얼마나 안 좋은 결과를 낳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공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엑션'을 위한 듣기는 티가 납니다. '영혼 없는 반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대에게 바로 들킵니다. '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더 안 좋은 인상만 심어줍니다. 상대가 겪은 경험, 마음에 일어난 일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자세로 들어야 대답에 '영혼'이 깃듭니다.
상대가 말을 시작하자마자 어떤 이야기일지 먼저 판단하고 어떤 답을 내놓을지만 생각하는 건 경청이 아닙니다.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말투, 분위기를 그대로 보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네가 그렇게 느끼는 건 이상해"
"지금 울어? 왜? 이건 너한테 일어난 일도 아닌데?
"감정은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없습니다. 옳고 그름도 없죠. 그런데 '그렇게 느끼는 게 이상하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다음 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화내지 마!"
"슬퍼하지 마!"
"그렇게 혼자 있으면 더 우울하니까 뭐라도 해봐"
무의식 중에 옳고 그름을 판단한 겁니다. 그래서 '옳다'고 생각한 감정을 강요하는 거죠. 감정에 정답은 없다고 하면서도 상대를 답에 맞추려고 하는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감정의 타당화'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상대가 그냥 그렇게 느끼는 겁니다.
내 마음은 너무 아픈데 "아프지 말라"니, "그러니 말고 즐겁게 웃으라"니… 감정의 괴리가 큰 만큼 혼란스럽습니다. 오히려 감정이 더 커지고 그렇게 말한 사람에게 서운한 감정까지 듭니다. 상대방의 입장이 돼서 그냥 잘 들어주고 나의 이야기를 하면 감정은 수그러듭니다. 이렇게 이야기해 봅시다.
"충분히 그럴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