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와정에 갔다. 빵이 예전보다 다양했는데 치아바타가 없었다. 다 팔린 건지 묻자, 이제 안 만든다고 했다. 한참 방문하지 않은 사이 메뉴가 바뀐 거였다. 내가 참 좋아했던 빵이라서 아쉬웠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빵을 고르는데 희끗희끗한 머리가 멋스러운 한 여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이거 한 번 드셔보세요.” 그녀는 딱 두 개가 남은 시래기 깜빠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혹시 안 사실 거면 제가 다 살 건데, 제가 하나만 살 테니 하나 드셔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그녀의 호의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감사를 표하고 시래기 깜빠뉴를 접시에 담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걸 보면 그 여인의 입에 잘 맞는 메뉴인가 보았다. 빵을 사고 포인트 적립까지 한 뒤 밖으로 나왔다. 감기가 덜 나아 멍한 상태로 나오면서 그 여인에게 한 번 다시 인사를 할 걸 그랬다, 나는 어째 한 발이 늦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가 선생님, 하면서 부르는 소리가 나는데 어쩐지 나를 부르는 듯해 뒤를 돌아봤다. 내게 시래기 깜빠뉴를 권한 여인이었다. 계산하려고 보니 내 카드가 꽂혀있었다는 거였다. 포인트 적립을 한답시고 정신을 팔다가 카드를 놓고 나온 모양이었다.
아까도 감사했는데 또 감사할 일이 생겼네요, 하고 인사하자 그녀는 싱긋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다시 빵 가게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은은한 호의를 베풀고 있는지 돌아봤다.
시래기 들기름 깜빠뉴는 말린 나물 특유의 쿰쿰한 향에 견과류와 치즈까지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풍미가 있었다. 짧지만 멋진 만남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