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도 모르다(가능성이 작거나 막연한 추측), ~나 보다(눈앞의 근거를 보고 추측), ~어서 그런지(원인에 대한 짐작), ~을 텐데(강한 추측+기대/걱정). 어떤 근거로 말하는가, 확신의 정도가 얼마만큼 인가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짐작이나 추측에 쓰는 문법입니다. 여기서 짐작과 추측은 의미가 비슷하되 같지는 않아요.
* 짐작: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어림잡아 헤아림.
* 추측: 미루어 생각하여 헤아림.
그가 퇴사한 이유는 아마도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추측/짐작된다.
네 표정만 봐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발자국의 크기와 간격을 보니 성인 남자로 추측된다.
짐작(斟酌)은 사전적 의미만 읽어서는 별 매력이 없지만 한자어를 보면 재미있습니다. 짐(斟)은 ‘헤아리다, 술을 따르다’는 뜻이고 작(酌)은 ‘술을 따르다’는 뜻이에요. 술병과 잔이 투명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술병을 얼마만큼 기울여야 술이 나올지, 상대의 잔에 술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그냥은 알기 어려웠겠지요. 술병을 들었을 때의 무게감과 상대의 표정이나 몸짓을 통해 술을 어떻게 언제 따를지 가늠할 수 있었을 겁니다. 좋게 표현하면 사람 냄새가 나지만 정확도와는 거리가 느껴지네요. 지레짐작이나 어림짐작이라는 어휘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듯합니다.
반면 추측(推測)은 어떤 단서나 사실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는 느낌이라서 약간 논리적입니다. 공식적인 문서나 업무 상황에서는 짐작하다 보다 추측하다가 어울립니다. 그렇지만 발자국 크기나 간격이라는 한정된 단서만으로 성인 남자라 추측하거나 사실관계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추측성 보도를 내는 예에서 보듯 정확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럼 예측은 어떨까요?
* 예측: 미리 헤아려 짐작함.
내년 경제 성장률은 2%로 예측
합격 예측 프로그램
짐작, 추측, 예측.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루어 생각하는 어휘에 객관성을 따지는 게 우습지만, 객관성의 저울에 올려놓자면 예측이 가장 무겁습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견하니까요. 기상청의 예보나 경제 연구소에서 발표하는 수치가 예측에 해당해요. 합격 예측 프로그램이라는 예를 볼게요. 제 아이가 정시모집으로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 고민할 때 합격 예측 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합격을 장담하지는 않더라도 이전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합격 가능성을 알려 주기에 어느 정도는 신뢰할 수 있었어요. 만약 합격 추측 프로그램이나 합격 짐작 프로그램이었다면 점 보는 기분이 들었을 거예요.
제가 주식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정확하게 예측해 주고, 연락이 끊기면 떼돈을 벌어 잠적한 모양이라고 날카롭게 추측하다가도, 제가 시무룩한 얼굴로 한숨 쉬며 다가가면 말없이 소주 한 잔 따라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 문단을 읽고 어이없어할 독자의 얼굴이 그려지네요. 어떤 마음일지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너무 나무라지는 마세요. 꿈꾸는 건 자유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