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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니 Nov 07. 2023

마음 건강 검진을 받다

나도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다면, 마음 건강 검진부터 

 내가 처음 우울증을 의심했던 계기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 나를 발견했을 때였다. 슬픈 영화를 본 것도, 누구에게 크게 혼이 난 것도 아니었다. 상사와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다가 어떤 단어에 마음이 울컥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회사에서 급히 뛰쳐나와 다른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내내 택시에서도 기사님을 신경 쓸 겨를 없이 울어버렸다. 동료 앞에서도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동료가 모른 척해준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리고는 긴 연휴를 맞이했다. 회사 일에서 잠시 벗어났었고, 오직 가족에게만 집중하는 시기였다. 당시에 남편이 2박 3일 정도의 짧은 입원을 앞두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배우자의 건강이 내 눈물의 이유라고 생각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면회를 할 수도 없었고, 어쨌든 수술은 수술이니까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남편은 수술 후 건강하게 퇴원했다. 그러나 나의 우울감은 그대로였다. 일이 힘든 건 늘 있는 평범한 일이었기 때문에 일이 내 우울증의 주요 원인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때 내 고민상담을 들어주던 친구의 한 마디가 나를 움직였다. '나 이 정도로 번아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번아웃으로 우울증 오는 환자들이 항상 병원 가기 전에 하는 말 이래.' 그 말을 들은 나는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혹시라도 '뭐 이 정도로 병원에 오셨어요?'라는 말을 듣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나의 소심함을 모두 다 들킨 듯이. 


 그래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지금 내 상태가 우울증인지 혹은 정말 일이 하기 싫어 징징대는 상태인지 제3자를 통해 확인해 보기로. 막상 병원에 가서 '뭐 이 정도로 정신과에 오셨어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오히려 좋아, 나 건강했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만 병원을 알아보면서도 아주 불안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에 '마음건강검진'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부에서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마음 상태를 보다 쉽게 진찰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사업으로, 일부 의료기관과의 협업으로 건강검진 비용 일체를 지원해 준다. 진료를 받는다기보다는 '검진'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면 없는 대로 좋고, 만약 문제를 발견한다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어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덕에 나는 마음 건강 검진으로 정신과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척도 테스트를 통해 나의 상태를 1차적으로 파악하고 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좀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는 진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아 이후 본격적으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첫 진료 후 5일째 약을 먹고 있으며, 눈물을 흘리는 횟수는 현저히 줄었다. 다만 여전히 감정과 우울함이 울컥울컥 올라올 때는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안정을 향해, 평범했던 나를 향해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는 기분이다. 


 왠지 모르게 우울해지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를 때, 내가 생각한 우울감의 원인들이 해결되었음에도 나의 우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꼭! 마음 건강 검진을 받아보시기를 추천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나를 모른다. 내 우울함의 원인을 추측하기보다는 검진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우울함의 원인을 함께 찾아나가고 치료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제3자의 도움을 꼭 받으시길 바란다. 


 우울함은 감기 같은 거라고 하지 않나. 별 거 아닌 감기는 혼자 이겨내기도 하지만, 독감이나 감기몸살은 초반에 약을 먹고 푹 쉬지 않으면 오래 고생하고 몸의 곳곳에서 증상이 나타나듯 우울증도 똑같다. '괜찮을 거야,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나처럼 억지로 버티고 있지 말고, 다들 빠른 검진으로 초기에 우울증 극뽀-옥! 해버리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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