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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중일 Mar 11. 2024

찬란함, 웃음 짓는 눈물의 노래

Phatthalung 의 노래. 'So Eden sank to grief

Nature's first green is gold
Her hardest hue to hold
Her early leaf's a flower
But only so an hour
Then leaf subsides to leaf
So Eden sank to grief
So dawn goes down to day
Nothing gold can stay.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생명의 숨소리와 사람들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던 Thale Noi 보트 투어 후 파탈룽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어차피 일주일은 있을 예정이니까. 우리가 목표했던 탈레 노이 호수 투어는 완료했고 다음번에 다시 와서 좀 길게 있어보기로 했다. 지금은 그저 조그만 동네의 사람 사는 모습들을 보고 싶었달까.


파탈룽에 오기 전 미리 봐두었던 Pa Phai Sang Suk Market 으로 차를 몰았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키하우스도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 마켓이 표방하는 것이 우리와 같아서 관심이 많이 갔던 이유다.


https://maps.app.goo.gl/VJrHLQADqX9rbMMU9

숙소인 Dusit Princess 에서 차로 20분 거리.

거리에 차는 많지만 비교적 한산한 느낌이었다. 태국의 여느 소도시를 가보면 다 비슷하듯 한창인 낮에는 길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다. 낮에는 주로 농업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거나 혹은 쉬거나 뭐 그런 것 같다.

마켓에 도착해 맞은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처음에는 바로 옆의 작은 시장을 먼저 들어갔는데 너무 단순하게 먹거리 위주의 작은 시장이었기에 이곳이 아님을 깨닫고 조금 더 옆으로 가니 마켓이 열렸던 자리만 있었고 마켓은 망했다고 한다. 이런... 나도 망했다. 


다시 마켓을 찾아보니 근처에 TAINOD GREEN MARKET 이 보였다.

별 다른 선택지도 없었지만 이 마켓이 그래도 꽤 괜찮아 보여서  우리는 이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첫날 들렀던 마켓의 분위기는 아래 사진과 같았다.

먹거리 위주의 아주 작은 소품마켓 몇 가지와 같이 있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TAINOD GREEN MARKET 로 이동했다. 이곳은 아직 제로 웨이스트를 내걸고 있었지만 상인들과 사람들의 손에는 비닐과 일회용품들이 가득했었다. 그래서 모양은 근사했지만 많이 아쉬웠던 느낌이랄까.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는 게 좋겠지만 역시나 해외 관광객이 별로 없고 현지인 위주의 소비시장이다 보니 무언가 임팩트 있는 마켓의 모습이라기보다 로컬 마켓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래도 인상적이고 멋진 나무 숲 사이로 여러 가지 공예품과 샵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는 마켓의 모습은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도 좀 닮았으면 하는 부러움이 동시에 존재했었다. 우리의 플리마켓은 뭔가 제주스럽지 않은 느낌이 너무 많기 때문이랄까. 제주 혹은 대한민국 어디든 어지간한 플리마켓들은 대부분 치앙마이 올드타운에서 열리는 러스틱마켓이 오히려 비슷하게 보였다. 그래서 사실 러스틱마켓은 태국이 아니라 한국에 있는 같은 느낌도 많이 들었던 것일까? 한국스럽지 않으면서 한국스러운 한국의 마켓들이 아니라 이런 마켓도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치앙마이의 반캉왓이나 참차마켓도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Chaloem Phrakiat 80 Phansa Bridge 에 일몰 촬영을 하러 가기 전 이 동네에서 어떤 좋은 카페가 있을까 하고 구글맵으로 주변을 검색하던 중 눈에 띄는 카페가 보여서 들렀던 KARU 카페를 들렀다.

커피를 주문하고 마셔봤는데 음... 그다지 좋은 커피는 아니었달까. 무난한 편이었다. 그런데 파탈룽에서는 나름 힙한 카페였던 듯하다. 젊은이들이 나름 한 껏 멋으로 치장하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고 다들 즐거워했다. 가족단위의 손님들도 오곤 했지만 대부분 젊고 예쁘고 잘생긴 친구들이 데이트를 오거나 웨딩사진을 찍으러 오는 곳인 듯했다. 인테리어가 나름 감성 있어서 인상이 깊었는데 2% 아쉬운 느낌이었지만 파탈룽에서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곳이 있어서 꽤 괜찮은 휴식을 즐겼던 것 같았다.


https://maps.app.goo.gl/18UsqM4roVtH3RcU9



파탈룽 기차역 부근에서 바라보면 아주 높은 바위산이 하나 보인다. 무언가 이곳에서 의미 있는 곳 같아 정보를 찾아보니 파탈룽의 랜드마크이자 상징이라고 하는 Khao Ok Talu 라는 산이었다. 사람들이 저곳을 올라가기는 하는데 나는 절대 못 올라갈 것 같이 생겨서 오르는 건 포기하고 그저 밖에서 멋지게 구경만 하기로 했다.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꽤 근사한 산이었다.


https://maps.app.goo.gl/JAPcXMRtt953ttEC7


자세히 보면 산 정상에 태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파탈룽에 가면 주변에서 쉽고 흔하게 많이 볼 수 있는 공예품이 있는데 얼핏 보면 대나무 공예품 같아 보이는 크라줏(Krajood)으로 만든 공예품들이 매우 많았다. 해초의 종류인데 회색 사초라고 한다. 이 사초의 줄기를 말려서 그대로 혹은 염색을 한 후 가방이나 바닥에 까는 멍석과 같은 것들을 많이 만드는데 생각보다 꽤 근사하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구매할 만하니 기념품으로 구매하고자 한다면 추천할 만했다.


크라줏으로 가방을 제조하는 어부 마을이 하나 있다는 말을 탈레 노이 투어 때 배를 몰았던 사진작가 놈 에게서 듣고 그 마을을 찾아갔었다. 예전에는 꽤 관광객의 발길이 있었을 것 같았던 투어 상품에 맞추어진 마을 같았는데 지금은 낡고 오래된 느낌이라 오히려 로컬 느낌이 더 진하게 느껴졌던 마을이랄까. 그래서 사실 마음속으론 오히려 지금이 낫다는 생각도 했었다. 뭐랄까 사람들의 살아가는 여러 모습들을 아주 가까이서 보고 대화도 나누면서 조금 더 눈보다 마음에 담을 수 있었던 경험이었고 친절하고 따뜻했던 주민들과의 교감은 우리가 받은 것이 너무 많은 여행이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는 태국어를 못하지만 이상하게도 언제나 대화가 되고 교감을 나눈다
마을에서 마주친 너무 사랑스러운 냥이들과 열려있는 문 안으로 보이는 삶의 모습들
습지 위에 세워져 있는 마을이라 길도 좁고 기다랗게 나 있다
어느 곳을 가던 아이들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크라줏 공예를 하고 계신 마을 아주머니의 내공이 대단하신 듯 했다
나의 아내이자 영화 PD, 수키


태국 관광청(TAT)에 따르면, 매년 약 3천만 명의 관광객이 태국을 방문한다.

태국 인구가 약 7,160만명 가량이고 절반은 시골에 거주하며 방콕을 비롯한 도시에 절반이 넘는 인구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면서 도시로의 인구유입이 많아진 탓에 도시와 농촌의 인구수가 역전된 것이다.

결국 인구의 이동이 자본을 따라 이동하게 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태국에 오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 그리고 많은 일자리는 대도시 혹은 대표적 관광지들이니까.


파탈룽 역시 이런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물론 인구비율이 꺾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으나 코로나를 기점으로, 그리고 태국의 산아제한정책의 효과가 초기에는 긍정적이었으나 정책의 전환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한 탓에 지방도시의 소멸이 시작된 것이었다. 도시가 늙어가고 (평균연령 한국:43세 태국:41세) 젊은 인구가 더 큰 도시로 빠져나갈 때 파탈룽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없었던 듯했다. 자신들의 자산을 연구하고 개발하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려는 노력의 흔적은 있었으나 일부의 노력만으로는 되는 것이 아니기에 못내 아쉬웠다.


탈레 노이에서 느낀 찬란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얼마 전 탈레 노이 습지로 유입되는 강줄기의 상류에 댐을 건설할 예정이라는 뉴스가 나왔다고 Tonlamphu Pakpra의 놈 은 슬프게 말했다. 습지를 기반으로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그곳에 머물던 수많은 생명들과 자연은 어떻게 될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에 서러운 감정이 들었다. 인간의 삶과 자연의 보존. 양립하기 매우 어려운 역사의 과정이겠다.


댐은 눈물짓는 웃음이 될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웃을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파탈룽을 떠나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아직 잘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놈 과도 다시 만나고 싶고 습지의 생명이 꺼지기 전에 기록이라도 해두었으면 한다.



“Nothing Gold Can Stay”

Robert Frost 


Nature’s first green is gold,
Her hardest hue to hold.
Her early leaf’s a flower;
But only so an hour.
Then leaf subsides to leaf.
So Eden sank to grief,
So dawn goes down to day.
Nothing gold can stay.


자연의 첫 초록빛은 황금(색)이지요.
가장 간직하기 어려운 색깔이고요.
자연의 여린 잎은 꽃이지요.
하지만 한 시간 뿐이예요.
그리고 나면 잎은 잎으로 내려앉지요.
이렇듯 에덴동산은 슬픔으로 가라앉고
이렇듯 새벽은 낮으로 가라앉지요.
황금(색)은 영원하지 않아요.


Phatthalung Train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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