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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Dec 25. 2023

검은 반도체, 흰 반도체

김과 쌀을 말한다. 


11월이 되면 바다 위에 밭이 펼쳐진다. 김 양식장이 흡사 바다 위에 펼쳐진 논처럼 보인다. '검은 반도체' 김은 전남에서의 생산량이 압도적이다. 



더욱이 김은 겨울에 생산하는 것이다. 11월~1월이 가장 왕성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저 보이는 김밭(?)은 완도까지 쭉 이어진다고 한다.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김 양식을 하기 위해서는 김의 포자를 부착하여 띄워야 하는데, 부표가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키는 스티로폼에서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든 탱크로 바뀌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같이 간 친구가 김도 품종이 있냐고 했다. 물론 김도 육종하고 품종 차이가 있다. 돌김, 곱창김, 파래김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들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자반김이 과거와 어떻게 다르게 생산되는 지도 들었다. 


나는 연탄불의 불맛이 들어간 김이 참 좋았다. 그런 김은 요즘은 잘 보기 힘들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김이 두꺼워야 하고 표면이 거칠어야 할 것이다. 품종도 중요하고 김을 말리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한다.


엉뚱한 생각일까? 바다 위에서도 벼를 기르면 어떨까? 김은 겨울에, 벼는 여름에. 땅에는 땅값이 있어 늘 어려운데, 바다는 어떨까? 


그런데, 바다도 지자체끼리 분쟁이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해남은 완도, 진도 등과 수역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섬이란 섬을 전부 완도군에 넘기는 바람에, 해남군은 해안으로 진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사이좋게 지내던 선조들의 조업이 복잡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수익이 올라간다고 마냥 좋아할 것도 아니다. 돈이 되는 자원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 소란해지기 마련이다. 지방자치도 어려운 길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검은 반도체'가 김이라면, '흰 반도체'는 쌀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종종 핵심을 놓친다. 김 조차도 간식 용도로는 한계가 있다. 김이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김밥'이 유명해진 것이다. 한국의 김치가 유명한 것이 아니라, 김치가 포함된 '한국 밥상'으로 봐야 핵심이 보인다. 심지어, 일본의 초밥도 우리의 비빔밥도 늘 쌀밥이 함께 한다. 



검은 돌과 흰 돌이 모여 바둑이 되고, 검은건반, 흰건반이 모여 훌륭한 건반 음악이 된다. '검은 그리고 흰 반도체'가 농업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해남을 방문하여 쌀과 김을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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