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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살이 - 넉달차(21.12월)

군림하는 공무원 VS 봉사하는 공무원

by 소전 India 6시간전

인도에 온 지 120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던 40도 내외의 더웠던 8월 보다 15-20도 내외의 서늘한 날씨이지만 최악의 스모그로 답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지 않아서 미세먼지 지수가 200 정도로 얌전한 편이지만 추워지면 타이어, 페트병 등을 마구 태워서 매캐한 냄새와 더불어 분지 지형의 특성상 먼지들이 모여서 금세 500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집에 청정기 하나를 더 추가하고 창문을 문풍지로 막고 외출을 삼가며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난 8월에 부임하면서 대략 20여 명의 인도 공무원을 만난 것 같습니다. 인도 관세청장부터 멤버, 국장, 사무관 등등 뭔가 인도스럽지 않은 깔끔함과 매너, 업무에 대한 자신감 등이 철철 넘쳐났습니다. 동종업계의 한 사람으로서의 첫 느낌은 '귄위적이다'였습니다 방문 허가를 얻기 위해서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고 길게는 한 달 정도 꾸준히 문을 두드려야만 만나자는 연락이 오더군요. 전임자나 한국과 특별한 기연이 있는 경우에는 한 번에 만나러 오라는 행운의 경우도 있습니다. 정문 통과 시 깐깐한 신분확인, 방문자를 확인하고 신변검색을 마치고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각 방마다 직위와 이름을 커다랗게 적혀있습니다. 직급보다 더 큰 긴 이름도 떡하니 붙어 있습니다. 방앞에 서너 명의 비서들, 무장경관도 있는 경우도 있어서 웬만한 사람은 들어오지도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더군요. 민원인들이 쉽게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대부분 COURTESY CALL(커티시 콜)을 비서들이 받고 보고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벽이 높고 만나기 힘든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느낌은 장황함이었습니다. 영국식으로 근엄하면서도 길게 먼 길을 돌아 돌아 이산 저산 찍고 내가 왕년에 여기저기서 근무를 했고 이것저것도 다 했다 하면서 장황하게 경력을 설명하였습니다. 다행히 모 세관장의 경우에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30분 이상을 스토리며 등장인물의 경력, 드라마 배경, 주제 등등 저보다 더 많은 정보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더군요 TV에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서로가 자기 얘기를 주구장창 떠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장황함과 뻥도 대국다운 문화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는 직접 경험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건데 뇌물과 부패 천국이라는 것입니다. 제 업무상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모두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바로 언테블 머니(under table money) 뇌물이었습니다. 정확히 확인은 못하였지만 현재 인도세관에서 민원인과 직접 대면을 피하고 부패방지를 위하여 비대면 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품검사는 실제 통관지 세관에서 하지만, 서류심사의 경우 다른 세관에 배정하여 서류심사를 하는데 일종의 교차심사인 거죠. 여기서도 급행료 등을 달라고 한답니다. 그럼 첸나이 세관에서, 델리 세관의 경우 비행기로 3시간을 거리에 있고 온라인으로 받으면 걸릴게 뻔한데 어떻게 돈을 받느냐고 물어보니, 헐~~ 세관직원별로 수금원이 있어 이동하지 않고 각자 받아서 지역별로 정산한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국제투명성 기구(TI)에서 발표한 인도의 2020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는 86위로 아세안 국가 중 꼴찌를 했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우리나라는 33위, 꼴찌는 북한) 이런 사정을 보니 인도 사람들의 공무원의 인기도와 국민들의 시선이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인도 몇몇 사람에게 우리나라는 공무원을 철밥통이라 부른다며, 인도 공무원의 닉네임이 뭐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slower(느림보)라고 했다가 다시 정식으로 물어보니 그냥 어물쩡거리고 말더군요. 


조금 더 탐문조사(?)를 해보니 공무원의 인기는 한국보다 더 높았고 계급제와 더불어 신분상승 수단, 출세의 수단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인도의 공무원 수는 자그마치 우리나라 인구보다 더 많은 6천만 명 정도라 합니다. (1인당 13명)
(우리나라는 123만 명, 1인당 44명) 근데, 좀 흥미로운 사실은 6천만 명 중 관리직은 5만 명 미만이라는것입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5급 공채시험에 해당하는 UPSC(Union Public Service  Committee)에서 5가지 직렬 시험을 거쳐 관리직으로 임명된다고 합니다.
 1. IAS(Indian Administrative Service; 행정) 12,229명
 2. IPS(Indian Police Service; 경찰) 4,920명 
 3. IFS(Indian Foreign Service;외무) 4,297명
 4. IRS(Indian Revenue Service; 조세) 9,755명
 (이중 내국세 4,192명, 관세는 5,582명)
 5. IFos(Indian Forest Service;산림) 3,131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제가 주로 만나는 사람은 4번 IRS로 명함 이름 끝에다가 IRS라고 파서 자랑스럽게 다니고 있더군요. 실제 세관은 25개 본부세관에서 5만 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약 5천 명의 IRS출신들이 있고, 그 밑에 inspector 등등 하위직들이 있는데, 이들은 아무리 일을 잘해도 관리직으로 승진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UPSC시험은 한해에 약 100만 명 정도가 지원을 하면 약 800-1,000명 정도가 합격한다고 합니다. 정말 낙타가 바늘허리 지나가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1만 명 응시, 351명 합격 2021년) 인도 최고의 시험으로 합격자들은 가문의 영광이자, 주택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평균 연봉이 약 1만 불(1,200만 원) 정도로 인도의 1인당 명목 GDP(2,100불) 대비하면 적은 금액은 아닌 것 같고, 연금제도도 있다고 합니다.


공무원의 인기와 더불어 관료주의와 말의 장황함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지만 뇌물과 부패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부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직자 윤리법, 재산등록제도 등등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만들고 연금 박탈 등 구조적으로 부정부패를 없애는데 많은 노력과 발전이 있어서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직업관과 가치관이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인도의 부패에 대하여 알아보던 중 역사적인 원인도 있었습니다. 영국의 인도 지배가 동인도 주식회사 100년의 통치 후에 90년의 빅토리아 여왕의 직접통치가 있으면서 영국식 행정이 많이 보급되었고, 1945년 독립 후 건국 시 네루가 일등국가로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법을 만들면서 허가, 승인, 감독절차를 많이 만들었고, 그것을 공무원에게 맡기면서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고 합니다. 또 제도적인 면에서 모든 것을 영국식 서류로 증빙해야만 하다 보니 급행료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관세청이나 세관의 국장님 사무실로 접견을 가면 책상마다 서류뭉치가 가득가득 쌓여있었습니다. 전산으로 되는데 굳이 서류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니 일일이 파일을 열어보기 귀찮다고 하더군요. 아마 3-4명의 비서들이 다 출력을 해서 모아놓고 띠지를 붙이고, 노란 파일에 철한 후 파일에 여러 개이면 파일을 끈으로 묶어 놓더군요. 저도 통장을 개설하고, 신용카드를 만드는데 필요한 서류가 왜 이리 많은지, 일일이 서명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서서히 인도 사이에 적응을 해나가는지 저도 다 출력해서 파일로 보관하는 현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ㅎ~)

관습도 크게 기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차이 파이’라고 차와 물을 뜻하는데, 더운 지방인 관계로 어디를 가든 차와 물을 대접하는 문화가 있었고, 이런 접대문화가 그대로 관공서에 적용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다우리'라고 신부가 신랑집에 주는 지참금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와 '주가드'라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잘 처리하는 (우리나라의 요령껏?)것도 귀감으로 인정하고 힌두 문화가 주는 다양성도 크게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인도는 근본적으로 공무원 부패를 근절할 수 있는 수단이 적은 것 같습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부정부패척결을 외치지만, 조금 지나면 흐지부지 거창한 구호로만 끝나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중앙정부에서 주정부를 통제가 어렵고 주정부 내에서도 각 도시별로 의회가 있어 의회, 공무원 등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대가족, 가부장적 제도로 윗사람의 결정에 토를 다는 것도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특히, 외국인이나 외국기업들에 대하여  인도에서 돈을 벌었으면 당연히 나라에도 세금을 내고, 나한테도 내야지 하는 털어먹는 문화가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인도 공무원의 지위와 행태에 대하 아주 쬐끔(?) 부럽기는 했습니다 여기서는 누구 하나 건들지 못하 그런 내부고발자나 기업들에 대하여 철저히 응징하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같은 공무원이면서도 다른 세상에 산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저도 30년 넘게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뇌물의 유혹과 돈이 주는 달콤함에 빠져 공직을 그만두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인도 부정부패의 벽도  높고 견고하지만 언젠가는 없어질 거라는 희망을 걸어봅니다.


2021년 12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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