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Disabled 03화

나는 파트타임 엄마였다

Disabled 03

by 소안키친

수술 전 검사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X-ray 촬영을 비롯해 호흡기내과,마취통증과 까지 다양하게 받아야 했다. 호흡기내과에서는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폐에 있는 공기를 모두 빼야 해서 자가호흡이 안되고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문진과 몇 가지 검사가 이루어졌다.


사실 복직 후 3개월 동안은 회사일보다도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매일 저녁 퇴근후에 친정집에 가면 그 날 하루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위주의 브리핑을 적게 또는 많이 들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또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게 일상이었다.


차라리 이모님한테 아이들을 맡길 때는 이런 심리적인 부채감은 없었는데, 부모님께 안드려도 되는 스트레스를 드리는 것 같아 너무 괴로웠다.


아이들 문제로 심경이 복잡한 상황에서 하루하루 수술날짜가 다가오니 안좋은 생각마저 들었다.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일상의 스트레스가 만나니 혼자서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만일 수술대 위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어떨까…괴로운 일상을 생각하면 눈뜨지 않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술 전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판국에 이런 마음 약한 생각을 하다니.


워킹맘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시간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러한 힘듦이 반복되다 보니, 반대급부의 보상심리가 발동했던 것 같다. 워킹맘이니 절약은 좀 덜해도 되겠지, 이모님 급여가 나가니 저축을 못하는 건 당연하지, 아이들과 오래 놀아주지 못하니 장난감이라도 많이 사줘야지, 내가 사고싶은 것도 종종 사야지 등.

평일 저녁과 주말동안 최선을 다해 육아를 한다고 했지만, 지나온 세월에 비해 애착관계도 엄마의 내공도 부족했던 것 같다.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해 육아휴직을 하면서 육아도 파트타임과 풀타임의 차이가 크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10년 가까이 파트타임 육아만 해오던 내게 풀타임 육아의 시간은 가혹했다. 아니, 마치 초등학생에게 대입시험지를 내밀고 풀어보라는 것처럼 어려운 것 투성이였다.

대부분은 심리적인 완급조절에 기인한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는 육아라는 세계에서 아이들의 놀이와 공부 스케줄 짜고 실행하기,아이에게 좋은 습관 길러주기, 좌절하지 않기, 행복한 엄마 되기 등 살림의 영역을 배제하고서라도 나머지 일들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그러한 실패의 경험에서 오는 자괴감들이 모여 수술전 내 마음을 약하게 했던 것 같다.


풀타임 엄마들과 짧게나마 교류하면서 느낀점은 그들은 멀리 보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아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혼내고 화내는 조바심을 그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다.


아이가 같은 잘못을 해도 나는 “이건 어제도 말한건데, 왜 기억을 못하고 또 그러지?”하는 생각으로 괴로워할 때, 풀타임 엄마들은 마치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듯 성모마리아 같은 포스를 풍기면서 말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랬다.


기본적으로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다. 그들은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을 하나의 마라톤 처럼 페이스 조절을 하며 뛰고 있다. 반면, 나는 하루나 1주일만 사는 사람처럼 숨가쁘게 뛰어간다. 그래서 더 많이 좌절하고 상처받고 있었다.

흔히 좋은 육아에 필요한 건 시간의 양보다는 질이라는 말이 있다.워킹맘들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아이들과 함께 있다면, 그 시간의 질을 높이면 된다는 뜻이다.

이 또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법이지만, 설령 이를 악물로 실천한다고 해도 풀타임 육아와의 차이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육아라는 레이스를 마라톤으로 볼 것이냐, 단거리 육상으로 보느냐, 즉 엄마의 관점과 마음가짐의 차이이다.

회사에는 1주일 휴가를 냈다. 수술과 입원기간은 3박4일로 잡고, 몇일 몸을 추스리는 걸

감안해서 휴일을 붙여 타이트하게 쉬는 일정이었다.


입원기간에는 아이들을 다시 친정 부모님께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처음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잔다는 것을 싫어했지만 별수 없었다.


4월의 어느날 드디어 수술을 했다.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핸드폰 비밀번호를 풀어 남편에게 맡기고 수술실로 향했다.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으로 예상한 수술은 3시간이 가깝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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