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일산 막걸리 브랜드 한마당 후기와 눈길을 끈 한국술
하반기는 한국술 축제 쫓아다니기 바쁜 시기죠! 일산 막걸리 축제부터 양재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까지. 한국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뮤직 페스티벌 기간처럼 기다려지는 시즌입니다. 술 박람회나 축제를 가면 새로운 술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양조장 관계자 분들을 만나 생생한 술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매년 놓치지 않고 방문하는데요. 쌀쌀해지자마자 일 년만에 일산을 찾은 이유는 바로.
네, 막걸리 마시러 갔죠! 올해도 어김없이 일산 막걸리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도 다녀온 막걸리 대축제가 <막걸리 브랜드 한마당>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돼지 열병 문제로 축제가 취소될 뻔했지만, 다행히 늦게라도 열리게 되어 한국술 친구들 만나러 지인들과 함께 찾아갔습니다. 작년보다 조금 늦춰진 시기에 일산 문화공원에서 열린 막걸리 축제는 비교적 참가 업체나 규모는 작아졌지만, 그만큼 여유롭게 시음도 즐기고 설명도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꽤나 추운 날씨였지만, 종류별로 구매한 막걸리들을 지인들과 함께 돗자리 펴고 마시니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역 근처 큰 공원에서 열리는 축제이기도 하고, 지나가던 행인분들도 자연스럽게 구경하고 시음하셔서 그런지 찾아가기도, 즐기기도 더 편한 축제였습니다.
(작년 일산 막걸리 축제 후기 : 막전성시를 이루기 위한 조건 https://brunch.co.kr/@ju-bangjang/28 )
올해는 새로운 양조장들도 종종 눈에 띄었고, 작년에 참가했거나 개인적으로 자주 마셔서 익숙한 양조장들도 보였습니다. 한 병씩 사서 줄을 세워놓고 골라 마시니 어떤 술이 더 맛있는지 확 다가오더라고요. 그렇다면 이번 17회 일산 막걸리 축제에서 주방장의 눈길을 끌었던 술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죽향도가 술만 보고서는 처음엔 새로운 양조장의 술인가! 싶었어요. 세련된 보틀과 라벨이 죽향도가 양조장의 술을 더 멋지게 담고 있더라구요. 죽향도가는 대대포 막걸리나 죽향 막걸리로 알려진 담양의 양조장입니다. 이번에 시음해본 <천년담주>는 담양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과 직접 띄운 전통 누룩을 장기 저온 발효하여 대나무 분말과 갈대뿌리, 꿀을 원료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한 모금 마시니 깔끔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 천년담주라는 이름에 걸맞은 감칠맛을 자랑했습니다.
김포금쌀로 만든 막걸리 <선호>는 단 막걸리들로 조금 지친 입안을 상쾌하게 리프레싱 시켜 준 술이었습니다. 다른 술들이 '단'맛에 집중했다면 선호 막걸리는 깔끔한 맛과 물처럼 거부감 없이 숙숙 넘어가는 옅은 매력을 자랑하죠. 처음에 선호만 마실 때는 좀 밋밋하다 느껴졌지만, 다른 술들과 비교하며 마시니 그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습니다. 송명섭 막걸리처럼 독보적인 깔끔함을 자랑하는 술. 선호 막걸리입니다.
"아직도 안 마셔봤다고요? 우리술을?"
아직 마셔보지 않았다고 했더니, 청산녹수 대표님께서 자신 있게 한 잔을 따라주셨어요. 요즘 탄산 막걸리 시장에 등장한 다크호스 <산소 막걸리>를 드디어 영접해봅니다. 이름부터 산뜻한 맛을 자랑하는 산소막걸리는 부드러운 매력 때문인지 확실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는 설명이 이해가 됐어요. 깔끔한 팩키징과 매끄럽게 빠진 투명 보틀이 청량함을 배가시켜줍니다. 이날 맛보지 못한 딸기 스파클링도 기회가 된다면 꼭 마셔봐야겠습니다.
주변 어른들께 배다리 막걸리를 말하면 대부분 아실 거예요. 역사가 깊은 <배다리 막걸리>는 소백산 막걸리처럼 직구처럼 느껴지는 투박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특징입니다. 뒷맛이 남지 않고 깔끔한 피니시를 자랑하는 이 술은 박정희 씨가 14년 동안이나 청와대에 들이고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고양시에서 만드는 100년 넘은 역사 깊은 술, 배다리 막걸리입니다.
네 가지 술 외에도 각 지역에서 유명하고 오래된 양조장 술들을 현장에서 직접 마셔보고 구매까지 할 수 있어서 배도 부르고 양손도 무거워진 만족스러웠던 축제였습니다. 조금은 쌀쌀하다고 느낄 수도 있었던 날씨였지만, 술 몇 잔 시음하다 보니 언제 추웠냐는 듯 훌쩍 물러갔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곁들일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요. 떡볶이, 가자미 무침, 김치전 등이 안주로 판매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야외 축제에서 안주 퀄리티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 음식들이 전반적으로 달아서 술을 더 마시고 싶어도 금방 물리곤 했어요. 다음 회차에는 조금 더 다양한 종류의 안주 메뉴들이 생기길 바라봅니다.
일산에서 열리는 막걸리 축제 특징은 저렴한 가격에 집에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입니다. 신생 양조장들이나 새로운 술을 알리고픈 지역 양조장 운영자에게는 이런 축제만큼 가까이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어렵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국술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접점이 될 축제나 시음회가 더 활성화되길 기대해봅니다. 관심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슈퍼의 천원짜리 막걸리만 알던 사람들까지 모두가 관심 가지고 마시고 구매할 수 있는 자리가 자주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서울, 경기권 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로 다양한 술을 알 수 있는 창구와 토대가 생겨나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기존의 축제들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유명 축제가 되어, 타 지자체에서도 탐낼 수 있는 아이템이 되어야겠죠? 한국술은 각 지역의 물과 작물, 특산물을 이용해 지역의 특징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