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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방장 양조장 Jun 17. 2020

술을 만드는 마법의 주문, 발효!

술이술이 마'술이'~ 발효야 잘 이뤄져라 얍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왔지만, 과연 술을 처음 만들고 즐겼던 것도 인간이었을까? 흥미롭게도 술을 만든 최초의 양조사는 인간이 아닌 원숭이라는 설이 있다. 로버트 더들리의 '술 취한 원숭이 이론(Drunken Monkey Hypothesis)'에 따르면 원숭이들이 포도를 따먹으며 남은 포도들을 바위 속에 감춰놓았고, 그사이에 포도와 포도가 서로 눌리면서 포도즙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며 껍질에 붙어있는 천연효모와 따뜻한 기후까지 더해져 으깨진 포도가 자연스레 발효 되었는데, 이 발효된 포도즙을 원숭이들이 마셨다는 것! 결국 맛있는 포도주스라고 착각한 원숭이들이 헤롱헤롱 취해버렸고, 이것을 본 인간들이 포도주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출처 :  <술 취한 원숭이>, 로버트 더들리 지음, 궁리 출판사 / 술샘 양조장 제품 소개


만약 원숭이들이 떨어진 포도를 보고서 '에잇, 내가 알던 포도랑 다르니까 안먹어!' 해버렸다면, 우리는 알코올 발효의 위대함을 모른채 평생 알딸딸한 행복함을 누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발효된 포도를 버리지 않은채 맛있게 마시고 취해준 원숭이들 덕분에 인간들은 오늘도 술에 취한다. 그럼 원숭이로부터 시작된 술을 만드는 과정 ‘발효’가 한국술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자.



세상의 모든 술은 발효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코올’은 술의 주성분 중 하나로, 발효 과정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술과 발효 이야기는 한보따리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는게 좋을까 고민에 빠졌다. 가장 기본부터 시작해보자. 한 잔 두 잔 마시면 취해가듯 발효에 대해 하나 하나씩 늘어놓다 보면 '아, 발효는 술을 완성시키는구나'라고 깨닫게 될지어니!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시간이 지난다고 뚝딱 생기는게 아니라, 발효 과정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성될까.

술이 되기 위해 필요한 알코올 발효 과정은 "당류를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대사과정"을 말한다.  


"알코올 발효 과정을 정말 쉽게 풀어내면, 전분 구조를 효소인 누룩이 쪼개고, 잘게 쪼개진 전분이 당이 됩니다. 마치 우리가 쌀밥을 수십번 씹으면 단 맛이 나는 것 처럼요. 그럼 이 당을 효모가 먹고 무럭무럭 자라 두가지 생산물을 만들어내는데 바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입니다. 술 익는 소리가 뽀글뽀글 난다고 하죠? 바로 술이 알코올발효 과정을 거치며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내기 때문입니다" -주방장의 양조 설명중에서-


넓은 의미의 발효는 미생물이나 균류를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공급하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 발효라는 단어를 한자로 풀면 '술괼 발(醱)에 삭힐 효(酵)를 합쳐 술을 삭힌다 또는 술맛을 들게하다'라는 뜻을 가진다. 사전적 의미의 발효는 미생물이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것을 말하며,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효모가 당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것을 "알코올 발효"라고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우리가 아는 맥주, 포도주 및 다른 알코올 음료에 들어있는 에탄올을 생성되는 것이다. 모든 효모가 당을 발효시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성에 맞는 효모를 사용하면 된다. 이쯤되면 발효가 술에만 사용되야만 할 것 같은 단어인데 생각외로 여러 방면에서 함께 통용되고 있는걸 볼 수 있다.

 

<사진1 간장 발효>,  <사진2 아미노산 발효 비료> , <사진3 젖산 발효품 김치>


술을 만들 수 있는 재료는 전세계적으로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와인은 포도를, 맥주는 밀과 보리를, 한국의 전통주들 대부분은 쌀을 이용한다. 물론 사용되는 재료와 효모에 따라 알코올 발효과정은 조금씩 다를 순 있지만, 우리나라 술은 기본적으로 쌀의 전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탁한 색을 띄는 것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얻고, 인간은 음식물 섭취를 통해 연명하는 것처럼 한국술은 누룩이 쌀을 쪼개주고, 효모가 쌀의 전분질이 쪼개진 당을 먹는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부산물로 남겨주면서, 이 부산물인 술을 인간이 연명하려고는 아니지만, 유흥을 위해 맛있게 마시는 것이다. 



한국술이 발효되는 과정을 이야기 하다보면 탁, 약주의 산미를 빼놓을 수 없다. 전통주를 즐기는 다수의 사람들이 초록병 희석식 소주가 아닌 탁약주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익숙한 공장식 탁주나 청주는 단맛에 중점을 두어 우리술의 다양한 균형감(산미, 쓴맛, 입촉감 등)을 즐기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직접 손으로 빚은 한국술에서는 산미를 높이 산다. 산미는 발효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고급스러운’ 맛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산미가 낯선 사람들은 막걸리가 시면 싫어하지만, 술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산미가 끝내주는 술을 마시면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고 할 정도로 산미 갖춘 술을 빚기란 쉽지 않다. 


결국 한국술에서도 발효는 중심이자 기본이다. 발효란, 알코올 생성 과정과 숙성 과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분질을 효모가 먹고 알콜을 만들어 내는 선발효 과정과 이후 잔당발효로 이루어지는 후발효가 있다. a+b=ab가 아닌 c를 만들어내는 발효 세계는 사실 규정짓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경우의 수가 있고, 이를 완벽하게 제어하기도 힘들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발효의 세계. 그렇다면 다음 발효 Q&A편에서는 넓디 넓은 발효의 세계에서 범위를 좁혀 ‘한국술’의 발효와 관련되어 ‘자주 묻는 질문’만 추려 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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