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땐 늘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듣지 않으면 어쩐지 어색해서 걸을 때면 늘 음악을 듣는데, 어제 퇴근길에는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이어폰을 뺐다. 더워서 그랬나, 귓바퀴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새로웠고, 매미 소리, 바람 소리, 동네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까지 전부 듣기 좋았다. 자연스러워서, 그 시간을 이루고 있는 그 소리들이 전부 너무 자연스러워서 내가 듣고 왔던 음악이 오히려 소음 같았다. 집에 걸어오려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가 어제의 생각이 나서 그냥 걷는다.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들을 전부 그 모습대로 듣는다. 조금만 귀 기울이면 달빛이 내려앉거나 지구가 갸우뚱 도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들으려고 하면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읽으려고 하면 어떤 마음도 읽을 수 있다. 다만 듣거나 읽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