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결혼'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를까?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잠들고 함께 눈뜰 수 있는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 그 사람과 꼭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며 나만의 가족을 꾸리는 것 '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달콤한 것 혹은 포근하고 아늑한 무언가. 남들이 생각하고 꿈꾸는 결혼이 그런 것이었다면 나에게 결혼은 '결국은 서로를 망가뜨리고 상처 받게 하는 슬픈 관계의 시작'이었다.
어려서부터 보아온 대부분의 부부들은 '어쩌다가 저 둘이 결혼하게 됐을까' 싶을 만큼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서로를 비난하고 미워하거나, 일방적으로 혹은 쌍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전혀 소통이나 교감을하지 않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살아가고는 있지만 사실 남보다 못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럴 거면 그만하라는 말에 그들은 '그간 살아온 정 혹은 아무 잘못 없는 자식 때문에'라는 뻔하디 뻔한 레퍼토리를 읊었다.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이 그 관계를 유지하게 만드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나름의 핑계와 이유를 들어가며 끔찍한 그 관계를 이어나갔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 대신 의무와 원망으로 가득 찬 결혼생활. 그것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인 족쇄를 양발에 차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 악을 쓰는 처절한 행위처럼 느껴졌다. 지금 두 사람의 양 발목에 얼마 만큼의 피가 흐르고 있는지, 그렇게 해서는 어느 쪽으로도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안쓰럽고 답답했다.
그 당시에 나는 그들을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무력감을 느꼈다. 타인을 어찌할 수 없다면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그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은 내 삶에서 없어져야 할, 내게 그저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지금부터 풀어나갈 이야기는 내가 그토록 두려워하며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된 이유와 과정에 관한 것이다. 끔찍하고 두렵고 무시무시한 그 결혼이 내게 가져다 준 것들이 무엇인지, 지금의 내가 그 두려움을 마주하며 결혼에 대해 갖게 된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읽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