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상환 프로젝트 10
마이너스 통장 상환이 끝났습니다. 처음에 목표했던 1년이 조금 안되는 기간 동안 3천만 원의 마이너스를 갚았습니다. 어떤 달은 몇백만 원, 어떤 달은 몇십만 원씩 갚아냈습니다. 오히려 마이너스 잔액이 늘어나는 달도 있었지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갚았더니, 끝이 나긴 합니다.
마이너스 통장은 저에게 불안이었습니다. 금액이 커지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좋게 말하면 관리, 나쁘게 말하면 통제되지 않는 금액이 머리 한 쪽에 늘 남아있었습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주말에는 집에서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대출금액이 커지는 게 보일 때마다 허탈했고요. 줄어들다가도 조금만 해이해지면 확확 불어나는 대출 금액을 볼 때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분에 맞지 않게 과소비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어 부담스러웠습니다.
애증의 마이너스 통장을 다 갚아내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 지네요. 3천만 원을 갚지 못한다면 1억 원은 더더욱 갚을 수 없겠죠. 그래서 3천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빨리 갚아내고 싶었습니다. 이것만 털어내면 차곡차곡 돈을 모아 1억짜리 대출도, 더 큰 대출도 갚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대출의 진짜 작은 부분인 3천만 원을 털어냈을 뿐인데, 배우자와 저의 월급으로 대출도 갚고 아이도 키우고 노후자금도 마련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더불어 미래도 그려보게 됩니다. 지출은 평소에 조금 아껴쓴다 싶을 정도로 관리해야 적자가 나지 않는 것 같아요. 조금 마음 편하게 썼다 싶은 달에는 여지없이 적자거든요. 목돈의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에 목돈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목돈은 일단 들어오는 대로 모아 보려고 합니다. 모아야 대출을 갚던 투자를 하던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 변화가 또 저를 열심히 살게 하는 보람과 동력이 되고요. (회사를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둘이 벌어 한 달 먹고살고, 간혹 목돈이 들어와야 숨통이 트이는 지금의 수입과 구조는 위기에 취약합니다. 혹시라도 둘 중에 한 명이 몸져 눕게 되거나 양가를 도와드려야 할 상황이 되면 생활비에 구멍이 나거나, 자산을 모으지 못하는 구조가 되거든요. 배우자와 저 둘 다 특별한 기술이 없으니 회사도 열심히 오래 다녀야 함은 물론, 피치 못할 경우 언제 그만두더라도 둘 중 한 명의 급여만큼은 돈이 나올 구멍을 뚫어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억 8천이 넘는 마이너스 금액 중 상당 금액을 다른 대출로 갈아탔기 때문에 대출 상환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다른 주택담보대출도 있습니다. 이 대출들을 다 합치면 제가 갚아낸 마이너스 통장보다 훨씬 큰 금액이지만, 계속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 이렇게 성실히 지내다 보면 갚을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요. 주택담보대출은 배우자와 제가 이 집에 사는 마지막 날까지(?) 갚는다고 마음 편히 생각하고요, 연금담보대출은 꾸준히 갚아나가면 퇴직 즈음에는(?) 상환이 끝날 것 같아요. 예금담보대출은 예금이자를 생각하면 사실상 1% 초반의 이자율로 빌려 쓰고 있는 셈이기 때문에 급한 일이 아니면 그대로 가져갈 것 같습니다.
지금 가장 부담되는 것은 1억 원짜리 신용대출입니다. 1년 단위로 연장하고 있지만, 얼른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언젠가 청약에 당첨되면 대출 받을 때 걸림돌이 될까봐요. 청약 점수는 한참 낮은데, 혼자서 미리 돈을 마련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청약을 노린다면 대출이 적은 게 마음 편하니까요. 한 해 동안 마통을 갚던 마음 그대로, 마통 잔액을 줄여 보려고 애쓰던 가계부를 기록하던 마음 그대로 다음 대출상환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머지 않은 시기에 1억 신용대출 상환기를 쓰게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