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상환 프로젝트 7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4월까지 가열차게 마통을 갚았습니다. 목돈이 생기면 최소한으로만 사용하고 마이너스 통장에 밀어 넣었습니다. 일이 힘에 부칠 때도 있었지만, 가계부에 마이너스 통장 금액이 줄어드는 것을 보는 낙으로 4개월을 보냈습니다.
5월이 되니 배우자와 저의 월급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달 벌어 보험과 연금 납입하고,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하고, 아이 봐주시는 부모님께 용돈 드리고, 아이 학원 보내고, 세 식구 먹고 자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금액을 지출하면 간신히 수입지출이 딱 맞는 생활로 말이죠. 딱 맞으면 다행이죠, 사실상 적자가 나는 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매달 경조사는 끊이지 않았고, 분기별로 아이 방과후학교 수강료도 내야 했습니다. 어떤 달에는 세금을, 또 다른 달에는 차 수리비가 필요했고요. 간신히 메꿔둔 마이너스 금액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야금야금 커져 다시 천만 원을 향해갑니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다시 늘어나니 더 우울해 졌습니다. 마통은 언제쯤 갚을 수 있을까, 평달 급여로 적자가 나지 않는 삶은 언제쯤 찾아오는 것인가, 이 상태에서 마통을 다 갚더라도 과연 목돈과 노후자금을 모을 수가 있을까 등등 저희 가정의 재무상태와 노후자금에 대한 크고 작은 의문과 불안들이 생겨났습니다.
당시 지출 중에서 차 할부금 납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저희 가정은 두 대의 차를 갖고 있어요. 한 대는 10년이 막 넘어간 중형 국산차, 한 대는 번쩍번쩍한 대형(?) 외제차에요. 이렇게 된 데는 사연이 있지요.
저와 배우자는 결혼 초기 부동산에서 쓴 맛을 보았습니다. 당시 꼬꼬마였던 저희는 투자도 아닌 실거주를 위해 분양권을 샀는데, 완공 후 들어가서 조금 살다보니 가격이 조금 오르더라고요. 그러자 저의 배우자는 곧 집 값이 떨어질 거라며 저를 몇 달 동안 설득해서 집을 팔았어요. 그 후로 그 아파트는 2년 사이 두배 올랐고, 집 팔고 전세로 이사간 저희는 벼락거지가 되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려나요, 2017년부터 찾아온 부동산 불장을요. 저희가 2017년에 집을 팔았거든요.
저는 저대로 배우자를 원망하고, 배우자는 배우자대로 속상해 하는 날들이 몇 년(??!!) 있었죠. 집 잘못 팔았다고 싸우기도 몇 번, 이제 우리는 어디에 정착하냐며 속상해하기도 여러 번, 팔고 나서 바로 다른 집을 샀어야 했다며 후회도 계속하다가 몇 년 만에 다시 구축 아파트를 매입합니다. 오를대로 올랐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딘가에는 정착해서 아이 학교도 보내고 안정을 찾아야죠.
다시 집을 사고 저희 가정은 그야말로 편안해 졌습니다. 돈이 있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있으면 싸울 일이 줄어든다는 것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가 싶을 만큼 말이에요. 집이 없을 때는 다음에 이사갈 생각을 하면 집 알아보고 전세금 마련하고 이사하기까지 할 일이 너무 많았는데, 집이 생기니 그런 과정들이 한꺼번에 없어집니다. 그냥 살면 되니까요. 내 집값만 덜 오르는 것이 속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 힘든 세상에 언제든 다리 편히 뻗고 맘 편히 누울 수 있는 공간 하나만 있다면 살만하지 않나요?!
이런 사유로 제가 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자는 집을 다시 구입할 때까지 본인의 욕망을 마음 한 구석에 고이 접어 두었을 겁니다. 집을 팔자고 화두를 던지고 전세 주고 전세 가자는 저를 몇 달 동안 설득한 책임, 그 후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이도저도 못하게 된 상황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차를 바꾸고 싶지만 한 마디도 못했겠지요. 집을 구입한 후 지꾸 차를 검색해 보길래, 차에 대해서 저에게 계속 이야기하길래, 집을 산 만큼 더이상 차를 못 사게 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해 두번째 차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할부금이 상당합니다. 배우자가 그렇게 갖고 싶었다는데, 아이도 새 차를 좋아하니 잘 했다 싶다가도 매월 통장에서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버거울 때가 있었습니다. 많은 순간에 배우자의 욕구를 존중해 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적자인 가계부를 볼 때면 마음이 시끄러웠던 것도 사실이죠. 딱 할부금만큼만 마이너스 통장으로 넣으면 마이너스 잔액이 금방이라도 0이 될 것 같았거든요.
마이너스 통장 상환이 정체되면서 저도 모르게 배우자에게 불안감을 표출했나 봅니다. 어느 날, 배우자가 말합니다. 보증기간이 끝나기 전에 차를 팔아서 대출 갚아야 겠다고 말이에요. 배우자가 구입한 지 얼마 안되는 차를 팔아서 대출을 갚자고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제가 가계부가 적자라고 얘기하면서 은근히 차 할부금이 부담된다는 시그널을 주었나 봅니다. 가족들 다들 좋으려고 대출 갚는 건데 제 조바심에 부담을 줬나 싶더라고요. '저 차 팔고 나중에 더 비싼 차 사려고 하는 거잖아'라고 농담으로 받아치며, 이왕 산 차 즐겁게 잘 타고 다니는 게 아끼는 거라고 얘기해 줍니다.
그리고 혼자 스트레스 받지도 다른 가족들에게 스트레스 주지도 말자고 다짐하면서 마이너스 통장은 올해 안에만 상환하면 목표 달성이라고 제 마음을 달래면서 가계부를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몇 개월만 지나면 차 할부금 납입이 끝나네요. 그 때는 한 푼도 축내지 않고 차 할부금만큼의 금액을 반드시 마이너스 통장으로 밀어넣겠다고 다짐하며 가계부를 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