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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통장 상환 계획짜기(2)

마통 상환하기 프로젝트 5

by 단아정담

저는 가계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스스로 가계부 쓰기가 취미라고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10년 넘게 매달 가계부를 썼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알뜰절약왕도 자산가도 되지 못한 것은 저의 가계부 쓰기가 정말 그냥 '취미'라는 거죠. 수입과 지출이 안 맞으면 안 맞는 대로 기록만 한 거죠. 스트레스 받으면 취미가 아니잖아요?!


한 달을 지내다 보면 배우자가 사고 싶은 물건과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이 종종 생겨났습니다. 일 년을 지내다 보면 저도 한두 번 쯤은 콧바람 쐬러 떠나고 싶었고요. 얼마간 돈을 모으다가도 이러저러한 일들이 생기면, 인생 뭐 있나 싶은 마음에 곳간 주머니가 헐거워 졌습니다. 그런데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자꾸만 커지면서 어느 순간 저와 제 가족이 지금보다 잘 살기는 커녕 나중에 거지꼴을 면치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취미에 목적성을 조금 더해봐야 할 때 입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매달 적자내지 않기"로 세웠습니다. 돈을 남기면 더 좋겠지만, 매월 백만 원 단위의 적자가 나는 제 상황에서는 평달 월급에서 평달 지출을 감당할 수만 있어도 나아지는 겁니다. 매월 급여 수입에 지출을 맞추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늘어나지 않게 관리하면서 목돈이 들어오면 마이너스 통장을 갚을 수 있거든요.


전년도 가계부를 참고 삼아 지출을 계산했습니다. 우선 대출 상환해야죠. 다달이 내야하는 원금과 이자가 월 수입의 15% 입니다. 부모님께 드리는 돌봄비와 아이 학원비는 20% 넘어가고요. 관리비와 보험료, 통신료 같은 고정 비용이 8%, 부부 용돈과 온 가족 용모(의류구입, 이미용) 및 건강 관리(병원, 약국) 비용이 10% 가량 됩니다. 벌써 월급의 절반이네요. 매일, 매 주말, 매월 필요한 식비와 생활용품, 차량관리와 문화생활 비용도 챙겨 두어야죠. 월 20% 정도 예상합니다. 나머지 30%로 각종 경조사 챙기고, 여행가고, 때 되면 세금내고, 연금저축과 개인퇴직연금도 세액공제 받는 만큼은 넣어야 합니다.


돈을 모으려면 저축액을 먼저 떼어두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라는 금과옥조를 알고 있습니다. 예산을 더 빡빡하게 짤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10년 넘게 지내본 결과, 저의 가족은 소비에 여유가 없으면 가정불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한 때 구역 최고의 소비요정이었던 배우자는 결혼 이후 소비 규모가 많이 줄었지만 스트레스 받으면 소소한 것들을 자꾸 삽니다. 돈 못쓰게 하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데 보람이 없다'고 할 분이십니다. 아이는 주말마다 '식당가자'를 외치고요. 맛있는 것 먹는 재미로 세상을 살아가는 어린이입니다. 다 행복하게 살자고 하는 일인데 싶어, 하고 싶은 것들 많이 줄여야 하는 무리한 절약 계획은 세우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소소하게 이것 저것 줄였습니다. 우선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탔어요. 10년 넘은 주거래 은행도 별 거 없습니다. 갈아타기 한 방에 월 20만원 정도 이자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제 개인 용돈도 줄였어요. 1년 내 마이너스 통장 상환하기는 제가 세운 목표니까 저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마음으로 소액이나마 절약해 보려고요. 식비와 외식/배달 비용도 전년도 보다는 조금 빠듯하게 잡아보았습니다. 제 마음대로 되는 예산은 아니지만, 노력은 해야죠.


이렇게 해서 배우자와 저의 한 달 급여로 살아가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계획이라도 지켜지면 다행이에요. 예산 초과하면 바로 적자거든요.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계속 늘어나고, 목돈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상환하지 못하고 생활비를 메꿔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거죠. 매월 수입과 지출 맞추기 만이라도 달성하기를 바라며 마이너스 통장 상환하기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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