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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갈아타기

마통 상환 프로젝트 3

by 단아정담

복직하면서 몸은 바빠지고 시간적 여유도 없어졌는데 통장의 여유까지 찾아지지 않으니 힘이 나지 않았습니다. 저와 배우자의 마이너스 통장은 급여 통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월급을 받아도 억 단위의 마이너스 잔액을 계속 보게 되니 우울한 지경이었죠. 통장에서 돈이 들고날 때마다, 가계부를 정리할 때마다 늘어나는 마이너스 잔고가 보이니 한숨이 턱턱 나왔습니다. 매월 들어오는 급여와 간간히 들어오는 상여금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조금 메꿔두어도 이번 달 카드 값을 내고 나면 마이너스 금액이 늘어나고 그렇게 몇 달 후면 다시 마이너스 잔액이 한도까지 차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 뿐만 아니라 다른 대출도 몇 개(?) 갖고 있습니다. 이 대출들을 다 합쳐놓으면 금액은 크지만 마이너스 통장보다 심리적 부담이 적었습니다. 대출 금액이 확정되어 있고 원금과 이자를 매달 일정하게 30년 동안(!) 갚아나면 되니까요. '1억짜리 대출은 매달 50만원씩 30년 동안 갚아나가면 이자도 점점 줄어들고 원금도 다 갚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반면, 마이너스 통장은 금액이 자꾸만 늘어나니 '이 대출을 언제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더 무겁더라고요.


그래서 마이너스 통장을 다른 대출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대출 금액을 고정시켜 두고 갚아나가려고요. 마이너스 통장 금액을 최소한으로 만들어서 최대한 빨리 갚으면 숨통이 좀 트일 것 같았습니다.




주택청약통장에 묵혀둔 예금을 담보로 돈을 빌렸습니다. 예금담보대출은 예금액의 95%까지 가능하며, 예금 금리에 2% 내외를 더하여 대출금리가 산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1년치 예금 이자로 대출이자 일부를 충당하면 실제로 내는 이자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예금담보대출은 다른 대출을 받기 위해 DSR(Debt Service Ratio :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할 때 부채 규모에도 포함되지 않아요. 그동안 이 좋은 제도를 왜 사용하지 않았는지요. 이제라도 발견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예금담보대출로 마통 잔액을 줄였습니다. 천만 원.


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금리도 마이너스 통장보다 조금 낮은 데다가 10년 분할상환이 되니 10년 동안 매달 월급 몇 십만 원 없다고 생각하면서 갚아 나가면 됩니다. 급여가 오르는 만큼 부담은 적어질 것이고요. 이렇게 갚다 보면 퇴직 전에는 상환할 수 있겠지, 10년 못 다니면 퇴직금으로 갚아 버리지 하는 생각으로 연금담보대출을 실행했습니다. 삼천만 원.


그리고 남은 금액은 일반 신용대출로 갈아탔습니다. 신용대출이라는 것은 똑같지만, 마이너스 통장은 매일매일 복리로 이자가 붙는다고도 하고 무엇보다 대출금액이 계속 변동되는 것이 싫었습니다. 대출금액이 줄어들기만 하면 좋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마이너스 통장 사용금액이 자꾸만 늘어났으니까요. 대출금액을 고정시켜 두고 원금을 모아가서 한 번에 갚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일반 신용대출로 갈아타서 마이너스 통장 잔액을 더 줄였습니다. 일억 원.





이렇게 요모조모 갈아타고 나니, 배우자와 저의 마통을 합쳐 대출금액이 3천 만 원 남았습니다. 조삼모사라고, 사람 마음이 정말 간사합니다. 전체 대출금액이 변함 없지만 일단 당장 갚을 돈은 3천만 원이라고 생각하니 할 만해 보이더라고요. 실현 가능할 듯한 목표를 눈 앞에 두고 나니 다시 의욕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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