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보통 사람의 평범한 가계부 9. 월급

by 단아정담

어느덧 18년차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느 날은 할 만하네 싶다가도, 일이 몰리는 어느 날은 '아 진짜 그만두고 싶다'를 외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해가 갈수록 그만두고 싶은 날이 많아지고 있어서 큰일입니다.


그렇지만 진짜 그만두고 싶은 날에도 차마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맞습니다. 월급입니다.




'엄마는 어렸을 때 나중에 뭐하고 싶었어?'라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고등학생 때 하고 싶은 일이 세가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희망했던 분야에 몸 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습니다. 한창 바쁠 때도 이 일만 끝나면, 지금만 지나가면 다시 괜찮아질 것 같았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야근도, 주말 출근도 불사하며 꾸역꾸역 일을 해왔습니다. 그렇게 직장에서 나름 인정도 받으며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관리자가 되고 나니 더 힘들어졌습니다. 저는 이 험한 세상에서 제 몸 하나만 잘 건사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사람의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간섭도 하고 싶지 않아요. 관리자가 된 지금은 제 결정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정을 제대로 못하게 되고, 결정을 제대로 못 하니 일도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제 능력의 한계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것 같고, 저 또한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일을 진행해 나가는 게 힘에 부치기도 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면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슬퍼집니다. 중간관리자에서 더 올라가면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 제 상사의 모습이 있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별로 행복하지 않아요. 빨리 저 자리에 가야겠다 싶은 마음도 그다지 들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뒤쳐지지는 말아야겠지 하는 생각 뿐입니다.


회사를 그만두면 어떨까?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해 봅니다. 일을 못해서 아쉬울 거라는 생각보다는 월급이 안 들어와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0년 일한다면 앞으로의 10년이 제수입의 절정일텐데, 이제 와서 상승하기만 할 월급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아깝습니다. 힘들 때면 투자금을 벌기 위해서는 회사에 다녀야 한다는 생각도 해 보는데, 제가 생각하는 월급 가치를 넘어서는 요구에 대해서 화가 나니 그것도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의 기쁨도 분명 있을 텐데, 저도 한 때는 분명히 그것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요. 일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자아실현, 정한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성취,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같은 것들 말입니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이제는 제가 스스로 그 기쁨을 찾아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아니면, 다른 기쁨을 찾아 떠나야 하는 걸까요?


다른 기쁨을 찾아 떠나면 월급 없이는 그 여정에서 언젠가 후회를 할까봐, 당분간은 월급으로 다른 기쁨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감내할 만한 수준까지만 스트레스 받도록 노력하고요. 나머지는 단순화해서 정리해야 겠습니다. 동시에 기쁨을 찾을 수 있는 다른 일은 무엇인지, 그것을 찾는 것 또한 제가 월급을 받는 동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되겠네요.


월급은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것, 지금 하는 일에서 기쁨을 찾을 수 없다면 월급을 받는 동안 다른 일을 찾아볼 것, 그리고 월급을 포기하고 다른 여정을 택할 수 있는 제2의 월급을 만들어 갈 것. 이 세가지가 지금 제가 정리할 수 있는 최선이고, 당분간 진행해 나가야 할 프로젝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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